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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심규상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와 진실을 밝혀준 대법원과 재판부의 판결에 감사한 마음 한량 없습니다. … 이번 일을 계기로 획기적인 검찰 제도개혁이 이뤄져 다시는 억울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박용운 전 옥천경찰 서장(51. 대전광역시 유성구 전민동)은 지난 2년여간의 힘겨웠던 시간에 대한 일성을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검찰이 경찰서 집무실로 들이닥쳐 영장도, 이유도 없이 개끌 듯 끌어내더니 고의적으로 무고한 생사람을 범인으로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며 "처음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했다"고 힘들었던 지난 시기를 돌이켰다.

그는 이어 "1심에서 변호사마저 자백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을 땐 너무나 절망 스러웠다"며 "하지만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 없었고 결백한 만큼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해 복직절차와 함께 사건을 조작한 검찰 등 가해자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법원 확정판결시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함에도 일부언론이 미리 범죄자처럼 보도해 명예를 훼손당하는 등 너무 처참한 일을 당했다"며 "변호인과 협의해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검사가 법무부에서 현재 검찰개혁을 지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막히다 해야하나, 허탈하다고 해야 하나…"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검찰의 범죄행위에 개인적 원한과 분노를 금할 수 없지만 개인적 한풀이가 아닌 검찰의 수사권 분권 등 획기적 제도보완으로 이어지는 일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무죄판결 전후에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 주요 요지.

"검찰이 고의로 생사람 잡아서야"

- 지금 심정은?

"사귀필정이다. 우선 재판부에 의해 정의와 진실이 파헤쳐진 데 대해 감사한 마음 한량 없다. 검찰이 고의적으로 무고한 생사람을 범인으로 만든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적 원한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처음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교도소 면회마저 거절하고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 차원보다 어떻게 한 나라의 검찰이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는가에 생각이 미치게 됐다. 지금부터라도 제도가 잘못됐다면 제도를, 사람이 잘못 됐다면 사람을 바꿔 더 이상 이런 피해 없도록 수술하는 일대 계기가 됐으면 한다."

- 같은 억울한 희생자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우리나라 검찰권이 비대하고 무소불위 상태다. 현재와 같은 수사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나와 같은 희생자가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고 본다. 각 기관간 수사권을 분권화해 견제와 균형을 갖도록 해야 한다. 특정기관에 무소불위 권한을 그대로 주는 한 인권은 구두선에 불과할 것이다."

-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국가기관에 의해 기소된 후 그 누구도 진실을 알아주지 않는, 진실을 밝힐 수도 없는 현실적 자괴감에 몸부림 쳤다. 1심에서 변호사마저 자백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을 땐 너무나 절망 스러웠다. 한동안 모함과 무고로 억울하게 죽어 가는 사극의 한 장면만 떠올랐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가족들이 받았던 충격과 고통이다. 아내와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대전교도소 수감당시 큰애가 군입대 직전 찾아와 고개 숙이고 울기만 하다 갔을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나의 진심을 믿고 흔들리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줬던 가족들이 있기에 희망과 용기를 갖고 오늘에 까지 올 수 있었다.

사무치는 기억은 검찰이 경찰서 집무실(당시 옥천경찰서장)로 들이닥쳐 영장도, 이유도 없이 개끌 듯 끌어 냈을 때다. 공인만 아니었다면 그 모욕감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지역의 치안책임자에 대한 이같은 능멸은 수혜자인 지역주민에 대한 폭거고 능멸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 대법원 상고시에는 변호사마저 선임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검찰수사가 저질 삼류소설처럼 조작해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다른 약점을 잡아 처벌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나는 공직생활을 깨끗하게 해왔다고 자부해 왔다.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 없었고 결백한 만큼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았다."

- 공직생활을 자평한다면?

"젊은 나이에 청운의 꿈을 안고 경찰 간부로 임관 됐을때 정의감과 진실 편에 서고자 스스로를 독려해 왔고 나름대로 그런 생활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때문에 일명 냄새나는 부서에는 자원하거나 추구한 적이 없다. 자랑 같지만 대통령 무공포창과 대통령표창을 포함 모두 25번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살아오면서 불찰이 전혀 없다 할 수는 없겠지만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수사권 분권 등 검찰개혁 지침돼야"

-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검사가 현재 법무부에서 검찰개혁을 담당하고 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기막히다 해야하나, 허탈하다고 해야 하나…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 당시 사건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는 ?

"대법원 확정판결시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함에도 일부언론이 미리 범죄자처럼 보도해 명예를 훼손당하는 등 너무 처참한 일을 당했다.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변호인과 협의해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

- 바람이 있다면?

"이번 일을 겪으면서 20년 이상 경찰 간부를 해온 입장에서 일말의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 나도 모르는 경찰권 집행을 통해 억울함을 당한 사람은 없었을까를 돌이켜보면 그 가능성만으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 사건을 통해 권력을 가진 각 기관이 심기일전해 수사권 분권 등 획기적 제도보완 등이 이뤄지도록 해 또 다른 시민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거듭 소망한다."

- 검찰에 대한 바람은?

"겪어보니 형사소송법이 정한 조항과 법 원리대로 대로 안하더라. 입회서기가 단독으로 피해자를 조서를작성하고 검사주도하에 한 것처럼 둔갑시켰다. 또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조사중 변호사 면회를 일체 시키지 않앗다. 법대로 안하는 데 놀랐다. 법 조항과 원리를 지켜줬으면 한다"


- 앞으로 계획은?

"진실이 밝혀진 만큼 행정소송절차를 통한 복직절차를 밟을 생각이다. 그렇다고 경찰 생활에 연연하거나 개인적 한풀이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검찰 등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법적 절차를 밟아 사회적 경종을 울릴 생각이다. 남은 시간을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변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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