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1일 전남대학교에서 미화원, 경비원 등으로 일하고 있는 용역직들이 '법정임금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지난 21일 전남대학교에서 미화원, 경비원 등으로 일하고 있는 용역직들이 '법정임금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이국언
51만4,150원은 노동부에서 정한 올해 법정 최저임금. 그녀는 10원도 틀리지 않게 법정최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씨의 근로계약서에는 "1일 2시간의 연장근로수당, 연차, 월차, 야간 근로수당 및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한다"고 돼 있어, 실제 그녀가 받는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이다. 이 급여에서 다시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4만원을 공제하고 결국 그녀가 손에 쥔 돈은 47만원에 불과했다.

야간 당직을 하는 김방차(60)씨의 근무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이다. 5일 근무 후 하루를 쉬는 그는 "주말근무가 제일 곤혹스럽다"고 말한다. 토요일 낮 12시에 출근한 그는 이틀이 지난 월요일 오전 8시에서야 퇴근하기 때문이다. 꼬박 44시간을 매어 있는 셈이다.

4만원 정도의 공제액을 제하고 지난달 그의 손에 쥐어진 돈은 55만원이었다. 이것도 연장근로, 야간수당 등이 모두 포함된 급여였다. 그는 "용역업체는 나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는 식"이라며 "턱없이 모자란 줄 알면서도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아왔다"고 말했다.

교육부, 국립대 기능직 구조조정 뒤 '용역비' 지원

교육부는 지난 99년부터 국립대학에 '대학인력감축용역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대학인력감축용역비'는 교육부가 정규 직원의 채용을 억제하는 대신 구조조정에 의해 줄어든 인력을 용역직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소요비용으로, 교육부는 지난 99년부터 2001년 사이 감축된 인원수에 따라 해당 대학에 이 용역예산을 배정해 오고 있다.

교육부가 책정하는 1인당 용역비는 미화원의 경우 월 131만6,700원, 경비원의 경우 월 113만4,600원. 그러면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갔을까.

전남대에서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구조조정 과정에서 감축된 정규직은 미화원 44명, 경비원 40명으로 총 84명이다. 교육부는 감축된 84명에 대해 직종에 따라 해당 용역비를 배정해 오고 있다.

용역직들의 평균 나이는 60대에 이른다. 이들은 최소한의 생활유지가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용역직들의 평균 나이는 60대에 이른다. 이들은 최소한의 생활유지가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 이국언
그러나 전남대는 84명분에 대한 교육부의 지원금을 기준 인력보다 76명이 많은 160명에 대한 용역비로 대체해 오고 있었다.

추가로 필요한 인력에 대해 별도의 예산을 세우지 않고 교육부가 특정한 목적사업비로 배정하고 있는 용역비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미화원 1인당 131만원이 배정됐던 용역비는 이로 인해 실제 용역근로자의 손엔 이르게 될 땐 51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용역지원비, 도급업체에 1인당 22만원∼54만원 낮게 체결

현재 교육부는 필요한 용역비만 지원할 뿐 집행에 따른 구체적 방법은 대학에 위임해 두고 있다. 용역업체 입찰은 조달청을 통해 하는 방법과 대학 자체에서 전자입찰을 통해 하는 두 가지다. 전남대는 자체입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남대에서 낙찰 받은 용업업체는 (주)청열, (주)대청 등 모두 5곳이다. 전남대가 건물과 직종에 따라 분리해 입찰을 취한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많게는 101명에서 적게는 4명까지 각기 다른 규모로 용역직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임금문제 때문에 파업에 들어가 속수무책인 경우가 있었다"는 모 용역업체 사장은 "그 뒤부터는 쪼개서 입찰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가 중간에 부도날 경우를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조달청을 통한 입찰과 대학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입찰과는 도급단가에 있어 큰 차이를 나타낸다.

전남대에서 가장 큰 도급업체는 101명의 용역직을 두고 있는 (주)청열. 지난 2월 (주)청열이 전남대와 맺은 평균 1인당 도급단가는 미화원의 경우 월 77만원, 경비원의 경우 월 90만8천원 정도다. 교육부에서 배정한 1인당 지원비와는 미화원(131만원)의 경우 54만원, 경비원(113만원)의 경우 22만원의 격차가 있는 것이다.

"국가기관이 오히려 더 한다"

박병웅 (주)청열 상무는 "이중 10% 부과세를 제외한 나머지 도급액에서 급여 76%, 회사분담 4대보험료 8%, 재료비 3%정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 관리비를 포함한 이윤은 법적 인정기준인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기업이 마진 없이 봉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그는 "예정가격이 원체 낮은데다 통상 15%를 더 깎아 낙찰하다 보니 타산이 안 맞다"며 "양심에도 안 맞고 조그만 회사에서 임금 다 맞춰주기도 힘들어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영수 (주)대청 사장은 "지난해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일해 봤지만 도급단가가 워낙 낮아 오히려 2천만원정도 손해를 보고 말았다"며 "올해는 아예 참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대체로 낮은 편이다"며 "국가기관이 오히려 더 한 편이다"고 말했다.

131만원이었던 미화원 용역비는  중간착취를 거쳐 실제 이들의 손에 쥐어진 돈은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51만원에 불과하다.
131만원이었던 미화원 용역비는 중간착취를 거쳐 실제 이들의 손에 쥐어진 돈은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51만원에 불과하다. ⓒ 이국언
이에 대해 전남대 한 관계자는 "건물이 신축되다 보면 관리업무가 늘어나기 마련이다"며 "용역업체가 난립하다 보면 입찰가격이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가격'을 예로 들며 "제품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주고 구입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경리과 정학균씨는 "물가 인상률을 감안해 예산은 없지만 작년대비 10% 단가를 인상했다"며 "업체에 최저임금을 보장해 주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배정액을 초과해 잡을 수는 없다"며 "기성회비로 예산을 세우는 부분은 대학의 정책적 판단이 있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광주교육대, 조달청 통해 126만원에 도급 대조

같은 명목으로 용역비를 지급 받고 있는 광주교육대는 이런 점에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광주교육대는 올해 18명의 용역인원에 대해 1인당 월 평균 1,267,400원에 도급을 맺었다. 조달청에 위탁해 용역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조달청은 임금단가가 낮아지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99년부터 최저낙찰가를 폐지하고 적격심사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구매국 설동안씨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품목별 표준단가를 적용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적격심사를 거쳐 최저임금을 상회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교육대가 올해 배정받은 용역비는 15명분. 나머지 3명은 대학이 추가로 필요로 한 인원이다. 경리과 박정진씨는 "부족분은 기성회계로 예산을 마련하던지 다른 비용을 아껴 방안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사람 쓸려고 최저입찰로 하게 되면 업체는 손해인줄 알면서도 응하게 될 것"이라며 "예산 문제로 단가를 낮추면 실제 근로자들한테는 최저 노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임금착취 용인하는 교육부가 더 문제"

교육부가 대학에 집행을 위임해 버린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학은 입찰단가가 어떻게 내려가든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인력을 운용하려 들것이라는 것.

용역비 산정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올해 배정한 1인당 용역비는 지난 99년부터 책정한 단가이다. 매년 물가인상에 따라 최저임금이 인상됨에도 불구하고 용역비는 5년전 그대로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연태 전 군산대 노조위원장은 "대학에 입찰을 위임하는 것은 오히려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에 대한 착취를 강요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타당한 임금인가를 살펴봐야 한다"며 "대학도 문제이지만 임금착취를 용인하고 있는 교육부가 더 문제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성삼제 서기관은 "지원금을 올려 봐야 입찰이 과열되면 단가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며 "입찰 방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 구조에서는 200만원을 지원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예산처와 협의 중에 있다"며 "입찰 설계 금액을 인상하거나 대학이 직접 계약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