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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융프라우요흐 꼭대기에 있는 스핑크스 전망대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꼭대기에 있는 스핑크스 전망대 ⓒ 김태환
융프라우요흐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라 할 수 있는 '스핑크스 전망대'가 있다. 그곳에서 360도로 펼쳐지는 거대한 빙하와 눈덮인 준봉들의 파노라마를 감상한 우리들은 밖으로 나왔다. 눈밭으로 나온 우리들은 한여름에 해발 3400m의 만년설을 밟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아이들마냥 소리치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곳에서는 무료로 눈썰매를 빌려주었는데, 융프라우요흐 꼭대기의 끝없이 펼쳐진 눈밭 위에서 썰매를 타는 기분은 정말 일품이었다.

우리는 눈밭에서 원없이 뒹굴고, 사진 찍고, 그곳에 만들어놓은 '얼음궁전'도 구경하며 2~3시간을 보낸 후에 다시 거대한 만년설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내려오는 도중에는 하이킹을 했다. 산악열차는 인터라켄까지 내려오면서 중간중간에 여러 차례 정거하는데, 그 중에 한 역에서 내려서 다음 역까지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간 것이다.

해발 1000m ~2000m 정도 높이의 알프스 고원을 하이킹하는 기분은 정상에서 맛보았던 것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새하얀 만년설은 온데간데 없고, 그대신 푸르는 초원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선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고,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엔 그림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그 길을 걷던 우리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스위스의 알프스 고봉에 올라 하이킹을 하다보면 보이는 알프스 산자락의 그림같은 풍경
스위스의 알프스 고봉에 올라 하이킹을 하다보면 보이는 알프스 산자락의 그림같은 풍경 ⓒ 김태환
아침 일찍 올라갔던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오자 어느덧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이제 인터라켄에서 다시 숙소가 있는 툰 마을로 돌아갈 차례. 올 때와 달리 우리는 기차가 아닌 유람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스위스에선 모든 유람선을 유레일 패스로 이용할 수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인터라켄에서 유람선을 타고 툰 호수를 가로질러 툰 마을로 향했다. 거대한 호수를 가로지르는 뱃머리에서 우리는 석양에 빛나는 호수와 호숫가에 자리 잡은 장난감 같은 집들을 바라보며, 붉게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노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하루종일 대자연 속에 파묻혀 지내면서 느꼈던 감격과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환상적인 체험을 했다. 바로 어제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했던 불꽃놀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밤 10시가 되자 온 마을이 불꽃놀이로 들썩대기 시작했는데, 과연 스위스 최대의 국경일다웠다. 툰 호숫가에 나가자 그곳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추거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호수 저 멀리 건너편에서부터 이편 가까운 곳까지, 사방팔방에서 화려한 불꽃들이 솟아올라 밤하늘을 수놓았다. 자정이 다 되도록 끝날 줄도 모르고 터져오르는 가지각색의 불꽃놀이는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을 전체가 화약 냄새로 진동을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많은 양의 불꽃놀이를 일시에 터뜨린 것인가. 스위스연방 독립기념일인 8월 1일에 마침 그곳에 있을 수 있었던 건, 우리에겐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행운이었던 셈이다.

이런 곳에 살면 싸울 일이 없겠다 싶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 속에 푹 파묻혀 있던 나라, 그리고 그런 자연을 닮아 더없이 푸근하고 착했던 사람들. 대자연의 나라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은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불꽃놀이와 함께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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