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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환자들에 대한 수혈 과정과 비용 흐름도. 의료시민단체들은 헌혈검사비와 수혈료가 이중청구됐고, 대부분 환자들에게 환불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혈액환자들에 대한 수혈 과정과 비용 흐름도. 의료시민단체들은 헌혈검사비와 수혈료가 이중청구됐고, 대부분 환자들에게 환불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일반적으로 백혈병 환자들은 혈소판 등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적십자사가 운영하는 혈액원에서 공급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인된 시스템과는 달리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할 ‘혈액공여자(헌혈자)’를 직접 찾아 데려 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대다수의 병원들이 혈소판 등 혈액을 혈액원에서 공급받는 것보다 ‘혈액공여자(헌혈자)’로부터 직접 수혈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림1의 ① 참조).

백혈병 환자 1명이 골수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혈액공여자(헌혈자)’는 20~30명 정도. 수술을 받는 환자는 이에 해당하는 ‘혈액공여자(헌혈자)’를 찾기 위해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헌혈 지원자를 구해야 한다(그림1의 ②).

병원에서는 우선 이들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제 환자에게 ‘혈소판’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사(공혈적합성 검사)하게 되는데, 이때 환자들이 병원에 지급하는 비용이 바로 ‘헌혈검사비’다. ‘헌혈검사비’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1인당 평균 5만원 정도(그림1의 ③).

공혈적합성 검사를 통과한 ‘혈액공여자(헌혈자)’들은 환자가 수술에 들어가면 병원에서 수혈을 하게 되는데, 이 때 환자는 다시 병원에 ‘수혈료’를 지불한다. 이 ‘수혈료’는 통상 ‘혈액공여자(헌혈자)’ 1인당 28~30만원선으로 알려졌다(그림1의 ④).

대형병원의 ‘헌혈검사비’ 이중청구는 바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법률적으로 병원이 받는 28만원 가량의 ‘수혈료’에는 수혈에 필요한 기계사용료, KIT 비용 등과 함께 ‘헌혈검사비’가 포함돼 있다(그림1의 ⑤).

병원측은 28만원 정도의 ‘수혈료’ 중 8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고, 나머지 20%는 환자들에게 받는다(그림1의 ⑦).

따라서 헌혈검사를 받고 환자와의 적합성이 인정돼 수혈까지 한 ‘혈액공여자(헌혈자)’에 대한 혈액검사비용은 병원이 되돌려줘야 하는 돈이다(그림1의 ⑥).

그러나 대형 병원들은 그 동안 관행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환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백혈병 등 혈액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중청구된 치료비를 물어야 했다.

보건복지부, “공혈자 검사비 이중청구 안 돼”
병원측, “혈액검사비 전액 돌려주고 있다” 반박


백혈병 환우회 등 의료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지난해에야 발견했고, 보건복지부 등 관련기관에 문의한 결과 “공혈자 검사비를 환자에게 이중청구해서는 아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에 따르면 "현행 혈액관리법 제1조 및 건강보험요양급여행위 및 그 상대가치점수 제5장[산정지침]-(4)에 의거 공혈자 검사시 적합으로 판정되어 혈액성분채집 및 수혈이 실시된 경우 요양기관은 공혈자 검사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성분채집 혈소판’의 수가를 산정하게 되므로 공혈자 검사비를 환자에게 다시 청구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혈액공여자의 헌혈검사비가 이중청구됐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혈액공여자의 헌혈검사비가 이중청구됐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보험급여과는 또 이같이 이중 청구됐을 경우 “요양기관에 대하여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으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법적 기간은 10년의 소멸시효를 가진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병원측은 “환자들에게 혈액검사비를 돌려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 ㅇ병원 원무과 적정의료지원팀 관계자는 “혈액검사비에 대해 의뢰하는 환자들에 대해 검사비를 전액 돌려주고 있고, 의뢰하지 않아도 적합하게 되돌려준다”며 “혈액검사비가 수혈료 속에 포함된다는 사실도 치료 전에 미리 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보험수가 산정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착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병원의 원무 시스템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억지로 숨기거나 부당이익을 취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ㅇ병원의 실무를 맡고 있는 다른 관계자는 “‘혈액검사비’를 지금까지 몇 명 정도 되돌려 줬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밝혀 답변을 회피했다.

의료시민단체, “환자 20만명만 잡아도 수십억 부당이득”

이에 대해 백혈병 환자들과 의료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항의하기 전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대부분의 혈액환자들이 ‘헌혈검사비’에 대해 모르고 있으며, 병원에서도 이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 대표는 또 “설사 지금 병원들이 혈액환자들에게 헌혈검사비를 돌려주고 있다 할지라도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기 이전의 환자들에게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지난 20년간 병원들이 ‘헌혈검사비’로 취한 부당이득은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백혈병 환자나 재생불량성빈혈 등으로 인해 장기이식,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들을 20만명 정도로만 잡아도 대형병원들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강씨의 주장이다.

현재 백혈병 환우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의료시민단체들은 백혈병 환자들과 회원들을 대상으로 ‘헌혈검사비’를 되돌려 받았는지 여부를 자체 조사중이다. 이들은 다음달 중순 조사 내용을 가지고 보건복지부 등의 실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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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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