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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관욱 원장의 병원 한 쪽 벽면에 자리한 '어린이에게 의약품을' 캠페인 포스터
송관욱 원장의 병원 한 쪽 벽면에 자리한 '어린이에게 의약품을' 캠페인 포스터 ⓒ 오마이뉴스 정세연
13년간 경제 제재로 모든 물자공급이 중단된 이라크에는 새 것이 없으며, 의약품 공급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1차 의료가 완전히 붕괴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20만 명이 거주하는 뉴바그다드에 병원은 1곳 뿐. 그나마 있는 병원도 주민들은 돈이 없어서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송씨는 "전쟁 이후 무료진료를 하다보니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데, 대부분 치료가 필요한데도 몇 년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돼서 진료소를 찾는다"며 "의료에 대한 공급이 없다보니 수요도 없고, 당장 약품을 운송할만한 수단도 없어 의료상황은 더욱 안 좋다"고 설명했다.

순수하고 순박한 이라크인들의 따뜻한 정이 지금도 느껴진다는 그는 이라크전 이후 침묵하고 있는 국내 공영방송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국내에서 참사가 나면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성금운동이 벌어지지만 이라크전 이후 피해국가에 대한 지원에 대해 국내 공영방송 모두가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죠.

노 정권의 이라크 파병결정은 이라크전을 정당한 전쟁이라고 인정해버리는 것이고, 이는 국민의 의식이나 시각까지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정부의 실책이죠. 공영방송 역시 이라크 민중을 위한 모금운동을 내놓고 할 수 없는 입장이 된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재 여성단체나 장애인단체, 여러 의료단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라크 민중에 대한 민간단체의 지원활동은 바람직한 것이며, 이라크 민중의 현실을 돌아보고 온다면 국익을 위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이제 더 이상 통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라크어린이에게 의약품을' 캠페인은 <한겨레>와 보건의료단체연합,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등이 주최하고 있으며, 현재 3, 4차 의료진이 이라크 현지에서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송관욱씨와의 일문일답.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라크어린이에게 의약품을' 캠페인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가 의료활동을 벌이고 돌아온 송관욱(38.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씨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라크어린이에게 의약품을' 캠페인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가 의료활동을 벌이고 돌아온 송관욱(38.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씨 ⓒ 오마이뉴스 정세연
-이라크에 가게 된 계기는.
'지난달부터 진행된 '이라크어린이에게 의약품을' 캠페인 도중에 현지에 직접 가서 의료활동을 벌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저는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2차 의료진으로 다녀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했지만, 아마 타인의 삶에 모진 사람이 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웃음) 무엇보다 문제는 집안 식구들이었거든요. 가기 전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라크인들에게 주고 온 것은 없는데 얻어 온 것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전쟁 이후 이라크 현지 상황은 어떤가.
"의료지원단 1진이 바그다드에 갈 때만 해도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현재는 조심만 하면 충분히 안전한 상황입니다. 전쟁이 끝난 직후라 다들 폐허가 된 도시 모습을 상상하는데 폭격이 특정 구역과 건물에 집중됐기 때문에 도시 전체적으로는 평상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13년간 경제 제재로 모든 물자공급이 중단된 상태라 도시가 황폐화됐다는 거죠. 자동차는 번호판도 달지 않고 새까만 매연을 뿜으며 달리고, 병원에는 의약품이 없어 진료를 제대로 못하는 등 모든 환경이 열악합니다. 특히 전쟁 이후에는 병원에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물도 안 나오며, 통신시설 또한 마비돼 의료환경이 안 좋습니다."

-이라크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주로 시아파 거주지역인 뉴바그다드에서 진료활동을 벌였습니다. 하루 10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건소 정도 되는 진료소에서 현지의사 3명과 한국 의료단 3명이 함께 진료를 했는데, 그나마 우리가 있던 곳은 상시진료소라 상황이 나은 편이었고 임시진료소는 의사 1명이 모든 환자를 다 봐야 했죠.

뉴바그다드는 썩은 물이 또랑이 되어 흐르고, 길거리에 죽은 소가 며칠씩 방치돼 썩어 있으며, 썩은 물이 흘러들어 상수도까지 오염된 상태였죠. 아이들은 썩은 또랑 가에서 총을 장난감 삼아 놀기도 합니다.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어느 병원에서는 하루 1천명의 환자 중 900명이 설사환자이기도 합니다.

의약품 부족으로 이라크의 1차 의료는 거의 붕괴된 상태입니다. 또 환자의 진료차트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처방전에는 복약일수나 복약횟수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지의사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 역시 매우 낮죠. 환자들이 현지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후 우리에게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는 일도 많았습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이라크 현지의 의료상황은.
"시내와 외곽지역의 의료차이가 너무 심한데, 120만 명이 거주하는 뉴바그다드에 병원은 1곳뿐입니다. 그나마 주민들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다가 전쟁 이후 무료진료를 하니까 환자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가 필요한데도 몇 년 동안 방치해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돼서 오지요. 한마디로 의료에 대한 공급이 없다보니 수요도 없는 것입니다."

-이라크 현지인들의 전쟁에 대한 시각은.
"전쟁 이후 이라크인들은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자신들만의 힘으로 해보고 싶어합니다. 여전히 밤에는 간헐적으로 총성이 나는데, 한 번은 미군이 폭탄들은 모아 태우다가 불발판이 폭파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들은 '이제 제발 우리 땅에서 나가달라'며 반미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라크에서 느낀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이라크의 사람들입니다. 굉장히 순수하고 순박해요. 오히려 우리가 긴장한 얼굴로 거리를 다니면 모든 사람들이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해줍니다. 떠날 때는 몇 달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정도로 그들과 정이 많이 들었죠.

바그다드에 있는 한국반전평화팀들도 고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들 합니다. 아무래도 독재치하에 경제까지 봉쇄돼 있어 개인의 성공이나 사리사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서 순수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자주 떠오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라크전쟁은 신자유주의라는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서 미국이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카드였을 것입니다. 세계자본주의 속에서 자신들이 장악한 헤게모니를 잃을 수 없다는 몸부림이었고, 북한 문제 역시 이런 정치역학적 관계 속에서 풀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패권적인 움직임을 우리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며, '국익을 위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라크에서 의료활동을 벌일 때 국내에 남아 더 많은 일을 묵묵히 해낸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노고가 우리들의 활동으로 인해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에도 빈민, 노숙자, 외국인노동자 등 의료진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앞으로 건강권이 확보되지 않은 어느 곳에서든 진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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