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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농사 지은 것을 우리가 먹어 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수입농산물이 싸게 들어와 판을 친다 하더라도 누군가 반딧불 같은 불빛이라도 켜 그 불빛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곧 주체성의 확립인데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줍니까?"

올 12월이면 환갑을 맞는다는 전통식품 지킴이 조현덕(여·60·입암면 등천리)씨는 수입농산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의 농업현실은 심각한 국가 존립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흥분한다.

이는 엄청나게 싼 가격에 거래되는 수입 한약재로 인해 국산 한약재가 종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농민들이 재배를 포기하자 폭등하게 된 수입약재와 참깨의 예를 보면 식량의 무기화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조현덕씨는 올 2월에 입암면 등천리 참나무골에 '참나무골 토속식품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여 조상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만들고 있다.

호남신학대학을 졸업하고 12년동안 희생과 봉사와 사랑을 전파하는 전도사로 활동했던 조현덕씨는 "돈이란 영원히 내것이 아니라 잠시 내 손을 거쳐가는 것"이라며 "돈만 벌기위해 일하지 않고 좋은 식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 는 사업관을 밝혔다.

▲ "전통옹기가 더 좋다"며 농가에서 버려진 옹기를 사 들여 된장,고추장,간장을 옛 방식을 고집하며 만드는 조현덕씨와 가족들.
ⓒ 하재성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조씨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집에서 옛 방식대로 만든 된장, 고추장, 간장을 이웃에 나눠주었는데 맛을 본 이웃들이 콩을 갖다주면서 담아줄 것을 요청했던 것.

이웃들의 요청으로 22년전부터 만들어 주기 시작한 전통식품이 이제는 영농법인으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서울 등 대도시에서 1억이상을 출자하겠다는 출자자를 모두 배제하고 1~2천만원씩의 소규모 출자자 몇 명만 받아들였다.

이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자칫 돈을 벌기위한 영업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다고 한다.

현재 참나무골토속식품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된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전통식품은 5kg용량의 토기에 담아 서울의 H백화점과 소규모 투자자인 이사들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정도로 주문량이 늘고 있다.

또 독점판매를 막기위해 대형백화점의 단독납품계약도 거절하고 있는데 이처럼 수요가 늘면서 최근 인근 야산 2300여평에 제조실, 숙성실, 물류창고 건립할 계획을 갖게되었다.

전통식품을 빚어내는 것은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조씨는 효소,합성식품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전통식품이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마늘은 병균의 침입을 막아주고 고추가루는 부패를 막아준다. 이질은 고추가루에 밥을 섞어 먹으면 2일이면 낫는다"며 우리 식품의 우수함을 역설한다.

또 간장을 만들때 소금을 2년이상 묵혀서 만드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 토속 간장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학술보고가 나왔고 서양에서도 우리나라의 전통식품의 제조과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몸에는 우리 식품이 체질에 잘 맞는다'는 지론을 펴는 조현덕씨는 "우리 문전옥답이 쑥밭이 되면 상대국가에서는 약점 잡아 농산물 가격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며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농산물에 독성이 많고 이름모를 병이 판치는 것도 수입농산물의 영향이라고 한다.

자꾸만 잊혀져가는 전통식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수년동안 광주일보에 글을 써왔다는 조씨는 충남대학교의 요청으로 김치, 장아찌 등 이론 50분, 실습 100분의 특강도 하는데 지난 87년부터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글을 시로 표현하여 시인으로도 알려져있다.

조씨는 우리 식품이 식탁에서 냉대를 받게 된 원인중 하나가 떫고, 미끄럽고, 짜고 독특한 냄새때문이라고 판단하고 향긋한 냄새에 고유의 맛과 기운을 담아 전통을 살리면서 식탁과 조화를 이루는 제조비법을 특허출원중에 있다.

된장, 간장을 만드는 콩은 농약성분을 쏙 빼내기 위해 황토로 걸러 만든 지장수를 이용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완전한 무공해 농산물만으로 식품을 제조하겠다는 생각이다. 조씨는 "광주에서 살때는 전남사람이었으니 전남의 농산물을 썼지만 이제는 전북사람이니 전북의 농산물을 쓰고 있다"며 농협에서 콩 300가마를 샀고 정우면의 고추작목반에서 고추 5천근을 샀다고 한다.

"농가에서 콩 200가마를 사면서 아쉬웠던 것은 흙까지 묻어있는 상태로 보관되어 상품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조씨는 "정성들여 생산한 우리 농산물을 배제하고 돈만 벌기위해 값싼 수입농산물만 쓰는 식품제조업체들은 각성을 해야한다"며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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