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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지미봉
안개낀 지미봉 ⓒ 김민수
인내라는 말은 현실을 도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한에 있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주어진 절망이나 고난을 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난과 절망 속에서도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그것을 바라고 소망하는 한에 있어서 인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서에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 확신하는 것입니다. 또한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임을 아는 것입니다'(히브리서11:1)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안개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는 오름이 없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삶에 찾아온 고난과 절망과 같은 것들의 무게가 너무 크다고 해도 희망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입니다.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풍경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풍경 ⓒ 김민수
삶은 대별해 보면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것을 택할 것인가, 저것을 택할 것인가는 각 개인에게 달려있습니다.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고난에 굴복 당할 수도 있고, 고난을 굴복시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선택의 책임성이요, 선택의 결과이기에 올바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름을 오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멀리 바라보고 싶은 소망을 담고 오름에 오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름에 오르자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눈앞에 수묵화처럼 펼쳐집니다.

참 좋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름 아래로 펼쳐진 풍경, 어느 마을로, 오름으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길은 우리네 인생의 길과도 같다고 생각해 봅니다. 내 인생의 길이 저길이라면 나는 어디매쯤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며 들의 꽃도 보고, 새 소리도 듣고는 가는 것인지 아니면 자가용을 타고 휭하니 지나치다가 소중한 것들, 보아야 할 것들도 다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지배하고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좀 더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며 관조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아름다운 선택이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 김민수
오름의 정상에 서고 보니 동서남북을 바라보기 위해서 큰 수고를 하지 않고 발자국 몇 번만 옮기면 됩니다. 그것도 수월치 않으면 고개만 돌려도 사방 다른 풍경들을 마음에 담을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푸른 초원처럼 보이는 오름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길도 있고, 오름을 오르는 길에는 수많은 꽃들도 있습니다.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 보는 것 둘 다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멀리서 전체적으로 관망을 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고, 때로는 관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어느 한 쪽만 옳다고 해서는 안되겠지요.

동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바다 위에 둥실 떠있는 듯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바다의 파도가 철썩 밀려올 듯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다에도 길이 있습니다. 물론 하늘에도 길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길이 있습니다.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며,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 김민수
오름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니 청한 하늘아래에 서있는 자신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불혹의 나이에 이르도록 나를 찾아 여행을 했건만 아직도 내 안에 있는 나를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삶의 종착역에까지 이르더라도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면 삶의 여행은 무미건조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기도 하고,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잣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가고자 노력하지만 나의 잣대가 그를 수도 있고, 설령 선택한 길이 옳을 지라도 평탄대로가 아닐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서 늘 감사하며, 희망을 바라보는 이유는 고난이 없어서가 아니라 돌길이요, 산길이라도 내가 걸어가고 있는 그 길 안에 들어있는 희망이 절망보다 크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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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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