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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에 이어 서울시립대에서도 교수가 학생을 성희롱한 사건이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국립대에 이어 서울시립대에서도 교수가 학생을 성희롱한 사건이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최근 서울시내 모 국립대 의대 교수에 이어 지방 국립대 교수가 다시 성희롱사건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엔 서울시내 한 시립대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대학사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다시 불거진 교수 성희롱사건은 서울시립대(총장 이상범·www.uos.ac.kr, 이하 시립대)에서 빚어졌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잇는 장본인은 이 대학의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A 교수.

"학업 도와주겠다"며 면담 자리서 여학생 강제 성추행
"피해학생 한둘 아니다…연구실·술자리서 '상습 성희롱'"


A 교수는 지난 1월 29일 당시 4학년이던 여학생 B씨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진로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취지였다. 이전에도 A 교수는 B씨에게 "왜 대학원 시험을 치지 않았느냐", "박사까지 공부해보는 것이 어떠냐", "내가 도와주겠다. 원서로 같이 영어공부를 하자"는 등의 얘기를 건네던 터였다.

하지만 이날은 B씨의 삶에서 가장 치욕스런 날이 됐다. B씨는 이날 A 교수가 자신을 3∼4차례에 걸쳐 성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연구실에서 선생님이 말씀을 하시다가 갑자기 곁으로 다가오시더니 볼에 자신의 볼을 댔고 잠시 뒤에는 '이제 보니 B가 참 예쁘게 생겼다'는 등의 얘기를 하며 볼에 자신의 입술을 댔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A 교수의 성추행은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 B씨에 따르면 A 교수는 "취업원서는 어디어디 넣었느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가져와보라", "가방엔 뭐가 들었느냐"는 등의 얘기를 하면서 연이어 성추행했다.

해당 학과의 학생들은 '교수 퇴진 서명운동' '수업 거부운동' 등의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사진은 학내 대자보를 보고 있는 학생.
해당 학과의 학생들은 '교수 퇴진 서명운동' '수업 거부운동' 등의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사진은 학내 대자보를 보고 있는 학생. ⓒ 오마이뉴스 김지은
B씨는 "갑자기 선생님이 또 입술을 볼에 갖다 대더니 이번엔 귀를 잡고 내 얼굴을 들어 자신의 혀로 내 입술을 핥았다"며 "그때까지도 너무 당황스러워 떨고 있었는데 이 행동으로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A 교수가 떨어져 앉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충격을 받은 B씨와는 달리 A 교수는 태연하게 행동했다. 오히려 B씨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B씨는 어떻게 하든 연구실부터 빠져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 교수는 "그럼 이제부터 공부 열심히 하자"며 "자 파이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씨는 당시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한동안 정신이 멍했고 머리가 소용돌이 치는 것 같았다"며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도 혹시 저는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게 없었을까를 생각했어요. 뭔가 내가 잘못해서 교수님이 혼내시려고 그런 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던 거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B씨는 이날 겪은 일을 같은 과 친구들에게 털어놨다. 이후 학생들이 사과 요구를 위해 A 교수를 찾아갔으나 그는 오히려 "그런 일이 없다", "그런 얘기를 하다니 각오하라"고 엄포를 놨다.

결국 이튿날 B씨는 자신이 직접 A 교수에게 사과를 받으러 가야한다고 결심하고 찾아갔다. 하지만 A 교수의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책상을 치며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오히려 소리를 치셨어요. 그러시곤 'XX, 내가 더러워서!'등 욕설을 퍼부으시고 선생님 방 탁자를 흔드셨어요. 그 날 있었던 (추행) 행동에 대해 얘기를 꺼내려 하면 제 말을 막으시고 소리를 지르셨지요."

"성희롱 해도 '교수' 한다"
해마다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교수 성희롱 일지

▲ 서강대: 지난 2000년 10월 대학원 지도교수인 K 교수가 학생인 C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언어 성폭력 및 성추행을 가한 사건. 이후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교수퇴진운동을 벌여왔고 피해학생이 해당 교수를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가해 교수에게 안식년 기간 동안 '정직 3개월'이라는 하나마나한 징계를 내렸다.

▲ 동국대: 지난 2000년 제자인 M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K 교수가 해임됐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복직 판정을 받아 물의를 일으킨 경우. 그러나 이후 피해여성이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일부 교수가 양심선언을 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경희대: 지난 2000년 여러 번에 걸친 교수의 지나친 애정표현과 성추행으로 피해학생이 심한 심적 스트레스를 받은 사건.

▲ 서울대: 지난 2월 이 학교 의대에 재직 중인 L 교수가 대학병원 수술방 간호사들에게 상습적으로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간호사의 허리를 잡았다 내려놓는 등 지속적으로 신체적·언어적 성희롱을 한 사건. 이후 대학병원은 서울대 측에 서울대병원 의사로서의 겸직을 해제해달라는 '겸직해제'를 요청했다.

▲ 한국 교원대: 지난 3월 이 학교 L 교수가 대학원생과의 MT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여보!라고 불러봐" "너희가 고추와 X의 차이점을 알아?" 등의 성희롱 발언과 "XX년" "나는 인간이지만 너희는 짐승이다" 등 폭언을 일삼은 사건. 이후 학생들은 이 교수의 퇴진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 김지은 기자
이날 B씨는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한 채 교수실을 나서야 했다. 하지만 이후 B씨가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사과를 끝까지 받아야 한다고 결심하게 된 건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다.

"학생회에 알리고 A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서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다른 피해자들이 나왔어요. 그 중에는 제가 알던 언니도 있었어요. 순간 나는 '또 다른 피해자'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만약 그 언니가 당한 사건이 알려졌다면 내가 그 교수방에 혼자서 가진 않았을텐데, 그랬다면 이런 일은 안 당했을텐데하는 생각을 했지요. 저같은 사람 다시는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국문과 학생회는 지난 2월5일 학생회 차원에서 이 일에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긴급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대책마련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었다.

총회가 열리자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왔다. 지금까지 나온 피해자는 총 7∼8명. 대부분 교수 연구실이나 술자리에서 A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우다.

학생회에서는 이들이 당한 추행의 내용을 기록해 자료로 만들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C씨는 지난 2000년 술자리에서 A 교수가 자신의 손과 팔, 허벅지 등을 주무르거나 쓰다듬는 등 의도적인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D씨는 B씨와 마찬가지로 A 교수가 진로 상담을 해주겠다며 자신의 방으로 불러 성추행했다고 말했다.

D씨는 "A 교수가 '향후 대학원에 가는 것이 어떠냐'며 자신과 같이 영어 공부를 하자고 제안, 스터디를 시작했다"며 "그런데 스터디 도중 내 손을 잡고 공부를 하거나 잡은 손을 계속 만지고 이후에도 산책을 하면서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행동을 했다"고 떠올렸다.

국문과 학생회, 학생투표 거쳐 '자진사퇴 요구' 결정
청와대·여성부·교육부·인권위 등에 탄원서 보낼 예정


국문과 학생회는 전 재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교수 퇴진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 서명운동에는 나흘 간 전체 학생중 약 40%가 참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국문과 학생회는 전 재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교수 퇴진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 서명운동에는 나흘 간 전체 학생중 약 40%가 참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이런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국문과 학생들 사이에는 한바탕 파문이 인 상태다. 학생회는 그간 이 문제와 관련, 여러 차례 학생 임시 총회와 투표를 진행, 이 문제를 공론에 부쳤다.

5차례 진행된 학생투표에서는 전체 재학생 107명 중 과반수 이상의 학생이 매번 참여, 높은 관심율을 보였다. 투표를 통해 학생들이 결정한 해결 방법은 'A 교수의 자진 사퇴'.

그간 대책위 활동을 이끌어온 김우찬(21·국문과 3년) 국문과 학생회장은 "지난 넉달간 수 차례 A 교수에게 공개 사과의 기회를 줬지만 교수는 '개미도 확대해 보면 괴물로 보이는 법이다', '신발을 밟았다고 해서 '넌 사형이다'라는 (낙인을 찍는) 식은 안 된다'라고 말하거나 '죄송하다'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무슨 행동에 대해서 사과를 하는지는 밝히지 않는 등 진정한 사과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이런 행동들로 국문과 학생들은 A 교수에 대한 신망을 잃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간 오히려 A 교수는 피해 학생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귀하(B씨)의 이성을 잃은 돌발 행동으로 본인은 훼손된 명예와 불쾌감에 인내의 한계를 체험하고 있다"며 "이번 일은 본인에 대한 악의적인 음해이고 이런 음해를 계속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통고하기도 했다.

지난 4월16일 국문과 학생회는 국문과 정교수와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A 교수에게 "(앞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학생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공언을 받았다. 이미 이전에도 국문과 재학생들이 사태해결을 위해 2~3번 만났던 터였다.

이후 4월 18일 재학생들에게 A 교수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묻는 최종 학생투표를 진행했고 이 투표 결과 전체 재적학생 107명 중 58명이 투표에 참여, 33명의 학생들이 '사퇴'에 표를 던졌다.

서명운동과 학생투표 등에 참여해온 이 학과의 송다운(21·국문과 1년)씨는 "그동안 선배들에게 책도 많이 쓰시고 존경 받아온 교수라는 얘길 들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을 받았다"며 "학생들의 투표결과에 따르겠다는 약속대로 조용히 사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동희(18·국문과 1년)씨도 "이런 일을 쉬쉬하면서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공론화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희롱'교수 1천만원 배상 판결

서울지방법원 민사24단독 신현범 판사는 5일 "논문지도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대학원생 최모(여)씨가 교수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원고의 논문 지도교수로서 사실상 원고를 지휘감독할 위치에 있었고 성적인 동기의 의도를 갖고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신적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2000년 5월 지도교수인 김씨가 마포구 모카페와 나이트클럽에서 '혼전 성관계나 동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과 함께 자신을 껴안고 목과 어깨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 등 성희롱을 했다며 소송을 냈다. / 연합뉴스
하지만 A 교수는 이런 투표 결과에 따르지 않았다. 기자가 시립대를 찾아갔던 9일에도 변함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기자는 A 교수를 만나기 위해 오후 4시 A 교수의 수업이 있던 강의실로 직접 찾아갔다. 교수는 강의를 마치고 막 강의실을 나오던 참이었다.

A 교수는 "오마이뉴스 기자"라는 말에 인상을 굳히며 입을 꾹 다물었다.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데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가", "요즘 심경이 어떠한가" 등의 질문에 손을 가로 저으며 극구 대답을 피했다. 오로지 "지금 나도 너무 괴로워서 아무말도 하기 싫다"는 한 마디를 했을 뿐이다.

결국 이날 A 교수는 기자를 뿌리치고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간 채 문을 잠궜다. 그는 연구실 불도 꺼 놓은 채 묵묵부답 연구실을 지켰다. 연구실 문의 표지판에는 '퇴근'에 체크를 해 놓은 상태였다.

사건 발생 후 넉달 간 대학 측에서는 제대로 실태조사 하지 않아

사건이 불거진 후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는 A 교수를 찾아갔으나 교수는 인터뷰를 만류한 채 교수실 문을 걸어 잠갔다.
사건이 불거진 후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는 A 교수를 찾아갔으나 교수는 인터뷰를 만류한 채 교수실 문을 걸어 잠갔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그렇다면 시립대 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현재로선 대책마련은커녕 제대로된 실태조사 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1월 말 사건이 발생하고 국문과 학생들에 의해 문제가 공론화된 지 넉달이 지났으나 그간 총장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우찬 국문과 학생회장은 "새 총장 취임 이후 비서실과 학생처장 등에게 면담요청을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며 "학교 측의 대응을 믿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A 교수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이 총장이 나서야 한다. 시립대 정교수에 대한 징계권은 이명박 서울시장에 있지만 징계를 위한 특별징계위원회 소집 요구권이 이 총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 총장 비서실 측은 지난 1일 취임한 이상범 신임 총장의 업무 문제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총장 비서실은 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총장께서 취임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파악을 하고 계시는 중"이라며 "아직 공식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업무 보고를 받으신 적은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하자 국문과 학생회와 대책위는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섰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는 시립대 전 재학생을 대상으로 'A 교수 사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을 벌인 나흘동안 학생 2850여명이 'A 교수 사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시립대 재학생 7000여명 중 약 40%가 참여한 셈이다. 국문과 학생회 측은 "이제껏 시립대에서 치러진 서명운동 중 가장 높은 참여율"이라고 밝혔다.

또한 총학생회와 연대해 학생들이 그간 교재로 갖고 있던 A 교수의 저서를 모아 A 교수에게 되돌려주는 '책 반납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2일에는 서울시와 청와대, 여성부, 교육부, 국가인권위 등에 탄원서와 서명운동 자료 및 피해 학생의 진술서를 우편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그간 대학 사회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여성해방연대(www.feminist.or.kr)의 박문지민 사무국장은 "대학 교수의 성폭력 사건은 서울시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서울대·서강대·한국교원대 등 진보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사회 내에서 가장 많은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문 국장은 "특히 해결이 어려운 사건이 교수-학생간의 성폭력 사건인데 이 경우 동료교수나 대학 측이 해당 교수를 감싸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피해 학생이 학교 생활을 견디지 못해 대학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박문 국장은 사건의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교수 성폭력 문제는 쉬쉬할 문제가 아닌 공론화가 중요하다"며 "특히 해결 과정에서 성인지적 관점으로 학교와 학생 모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수 성희롱 사건 '솜방망이' 조치 문제
끊이지 않는 대학 내 성폭력, 해결책은 없나

올해만해도 서울대·한국교원대에서 잇따라 '교수 성희롱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는 겸직 해제나 사과문 발표 등 '솜방망이' 조치가 대부분이다. 학생들과는 달리 각 대학 측에서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대학원 지도교수인 K 교수가 학생인 C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언어 성폭력 및 성추행을 가한 사건으로 이후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교수퇴진운동을 벌여와 대두된 '서강대 교수 성희롱 사건'도 마찬가지다.

2년 이상 물의를 빚어온 이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은 해당 교수에게 방학 기간 동안 '3개월 정직' 조치를 내리는 하나마나한 징계를 내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한 징계가 이뤄진 해도 교수의 안식년 기간이어서 학생들은 "실효성 없는 징계"라며 학교 측에 교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에서 교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징계할 학내 성폭력 학칙이나 해결 기구가 없는 것도 문제다. 또 있다 해도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할 만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도 대부분이다.

이번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서울시립대도 마찬가지다. 시립대는 지난 해 학내 성폭력 예방과 대책마련을 위해 '성폭력예방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기구에 대해 신뢰성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번 성희롱 사건이 벌어진 국어국문학과의 김우찬 학생회장은 "대책위원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중 교수가 5명, 교직원이 2명, 학생이 2명으로 과반수 이상이 교수"라며 " '교수 성희롱'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학생들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런 구성으로는 대책위의 조사 및 해결 노력을 믿을 수 없다"며 "대책위원 구성의 불평등함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정식으로 진정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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