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스라엘 독립기념일인 지난 5월 6일 텔아비브의 한 쇼핑몰 입구에서 경비원이 출입자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독립기념일인 지난 5월 6일 텔아비브의 한 쇼핑몰 입구에서 경비원이 출입자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다. ⓒ 로이터 뉴시스
여기는 이라스엘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7일(수) 새벽 5시에 이스라엘 벤 구리온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현지에서 활동하는 평화활동가들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와 연계돼 있다는 명분으로 추방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평화 활동가들의 입국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나와 최정민씨(한국 병역거부자 연대회의 활동가)도 까다로운 입국 심사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입국심사대에게 배낭 여행족으로 위장하고 여행 가이드 북을 밀면서 예루살렘을 여행하러 왔다고 이야기했지요. 또한 기독교도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국에서 가지고 온 성경책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럴 줄 알고 이번 <국제 병역거부자 대회 및 팔레스타인 평화 활동>에 관련된 어떠한 문건이나 물건도 가지고 가지 않았지요. 만약에 걸리면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입국 심사 요원은 반복해서 인터뷰와 짐 검사를 해가며 우리를 의심했습니다. 가슴이 많이 떨렸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에 걱정되지는 않았지요. 다행히도 우리는 이스라엘에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 병역거부자 대회를 위한 캠프가 9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는 올드 자파 호스텔이라는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이 지역은 물론 이스라엘 거주 지역입니다. 지중해가 보이는 해변 도시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9일(금)부터 이스라엘 병역 거부 문제와 팔레스타인 평화 활동을 위한 세미나와 훈련을 할 것이며, 국제 병역거부자의 날인 15일(목)에는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항의 행동을 할 예정입니다.

5월 8일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군 전차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5월 8일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군 전차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 로이터 뉴시스

유대인은 '1등 국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2등 국민'

저녁에는 ‘다이아나’의 집에 방문했습니다. 다이아나는 이스라엘 사람으로 이스라엘 현지에서 여성 병역거부자 운동(이스라엘은 여성들도 징집당하는 나라입니다)과 팔레스타인 평화 활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다이아나는 자신이 유대인으로 이 땅에 사는 것이 너무나 창피하고 혼란스럽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서 강한 분노와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지요. 또한 시오니즘(유대인의 선민의식,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거주를 정당화하는 논리들)을 비판하면서 “유대인들은 자기와 같은 유대인 말고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다”며 몹시도 분노했습니다.

내일까지는 평화운동가들이 현지 적응을 하는 시간입니다. 이 곳에서 활동하는 평화 활동가들과 미리 만나서 친분을 나누거나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를 방문해 볼 생각입니다.

이스라엘은 위험한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금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아주 복잡한 나라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해가 쏟아지는 중동 지역을 거대한 휴양지인 양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반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식민 통치를 받으면서 2등 국민으로 살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스라엘 거주 지역과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은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라는 구호가 이 곳에서는 다른 의미로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세계이지요. 이스라엘 거주 지역은 때때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지만 평소에는 아주 세련된 유럽풍의 나라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주 여유롭고,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유대인 거주 지역에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안락하고 평화로운 세계만을 보았지요.

하지만 오늘 내가 본 것이 이스라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곳에는 수많은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이지요. 바로 이런 세계들의 부조화와 충돌이 위험한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은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벌과 노동자가 사는 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이지요. 또한 여성과 남성이 사는 한국도 다른 세계입니다. 이러한 차별은 정규직, 비정규직, 한국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일류대생, 삼류대생 등등 수많은 경계들을 통해서 규정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스라엘에 와서 한국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평화운동가들의 궁극적인 활동의 목표는 갈등과 전쟁의 원인이 되는 이러한 차별을 없애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평화운동가들도 더욱 기운 내시길 바랍니다. 서로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는 운동을 만들어 나갑시다.

-5월 7일 이스라엘에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