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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려서 곧 비라도 올 것 같았다. 인왕산을 마주하고 단정히 앉은 김성근 원불교 교무는 꼭 한 달째 단식 중이다. 청와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일은 유례가 없는 일. 이제 기력이 많이 쇠약해져서 말을 크게 하기도 힘들지만, 지지방문자를 웃음으로 맞는 모습은 변함없다.

곁에서 보좌 중인 김용국씨(반핵국민행동 정책위원, 영광 핵폐기장반대대책위 대외협력위원장)와 황윤길씨(울진 핵폐기장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는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단식 31일째,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 중인 김성근 교무
ⓒ 황윤길
지난달 28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여, 이제 꼭 한 달을 넘겼다. 하지만 핵폐기장을 둘러싼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아, 단식이 언제 끝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지난 2월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비민주적이고 비과학적인 핵폐기장 후보부지 선정 강행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참여정부'를 내세웠지만, 지역주민의 참여와 전국민적인 합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밀실에서 부지가 선정되고 그대로 '밀어부치기'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후보지로 선정된 영광, 고창, 울진, 영덕 네 지역에서는 대규모 궐기집회가 연달아 일어났고, 네 지역이 연대하여 서울상경집회를 열었다.

이 연대 집회의 의지를 받아 김성근 교무는 목숨을 건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울진, 영광, 영덕, 고창지역에서도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단식 15일째에는 김성근 교무가 김 교무의 부친이 입원하신 병원에 갔다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농성장을 방문하여 김 교무의 건강을 검진하기도 했는데, 김 교무가 탈수상태라 불안하다면서 앞으로 삼사 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진하겠다고 밝혔다.

곡기는 끊었지만 생명을 살리고 미래를 살리는 반핵 활동은 끊이지 않았다. 반핵국민행동과 4개 지역 지지농성자들은 국회교섭을 위해 뛰어다녔고,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 반핵국민행동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핵발전소의 폐쇄와 핵폐기물의 처분을 위해 적립해온 4조원대의 <원전사후처리충당금> 전액을 핵발전소 건설 등에 불법 전용해 왔다고 밝히며, 이에 대해 전기사업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언자가 김성근 교무.
ⓒ 양이원영
4월 19일에는 반핵국민행동에서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는데, 윤 장관은 이날 울진은 핵폐기장 부지에서 제외하겠다는 확약을 했다. 그러나 4월 24일에 산업자원부 에너지심의관과 함께 농성장을 방문한 윤 장관은 '최대한 자율유치 유도'만 반복해서 말했을 뿐, 4개 지역 중심으로 핵폐기장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중앙일보에는 2008년 핵폐기물 포화설이 허구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기사가 실렸다. 다음 날에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의 핵폐기장 책임자인 권오철 전무가 무기한 단식을 중단해 달라며 농성장을 방문했으나,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다.

4월 16일부터 김성근 교무는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꼿꼿하게 앉아 있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 또는 6시까지 비가와도 변함없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매일 수십 명이 지지단식, 지지농성, 지지방문의 형태로 연대의 뜻을 표현해 왔다.

▲ 26일 인사동에서 열린 체르노빌 추모 반핵시민한마당. 이 행사에서 김 교무가 발언 예정이었으나 이제는 발언할 체력이 부족하여 취소되었다.
ⓒ 김나희
5시가 되어 오늘 하루의 1인 시위를 접고 들어가는 김 교무에게 '앉아 계시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라고 묻자 '이제는 생각할 힘도 없네요'하며 일어난다. 언제까지 이 안타까운 단식이 이어져야 하는가.

행동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환경운동연합 앞마당에 있는 농성장으로 찾아오거나 청와대 앞에 있는 일인시위 장소로 찾아올 수 있다. 또는 웹페이지 http://antinuke.kfem.or.kr/ 에 들어오거나 담당 양이원영 간사 yangwy@kfem.or.kr 에게 연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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