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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민수

점차 도시화되어가면서 우리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가는 물건이 있다. 실생활의 일부였던 것들이 삶의 터전이 바뀌면서 우리의 눈에서도 멀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이상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기에 현대식 매장에서는 거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시골 오일장에 가면 현대식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 과거에는 우리와 친숙했던 것을 만나게 되고, 아직도 그것이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옛 생각을 떠오르게 하니 감사할 뿐이다.

ⓒ 김민수

ⓒ 김민수

흙을 밟으며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신발들이다. 운동화가 튼튼하고 편안하기는 하지만 흙과 더불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을 마치고 나서 간단하게 물에 씻어 바로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오히려 편안하고 실용적이다.

검정고무신과 하얀 고무신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파란 고무신은 조금 색달라 보였다. 고무신의 업그레이드라고나 할까. 저렇게 튼튼하게 만들면 많이 팔리지도 않을 고무신을 만드는 공장주의 경영상태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하는 걱정까지 앞선다.

ⓒ 김민수

몸빼바지의 화려한 색상, 70년대까지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패션이었는데 이제 그 패션은 시골아낙에게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 되었다. 역사적으로는 가슴 아픈 일들을 간직하고 있는 옷이라고는 하지만 잠옷 대용으로 입는 남성분들도 있다니 편안하기는 편안한 옷인가 보다.

농촌지역에서는 몸빼바지를 입고 밭일이나 바다에 나가 일하시는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은 것이 색상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 김민수

오랜만에 보는 연탄 화덕. 화덕 옆에는 병아리, 꼼장어, 황소개구리 등이 털과 가죽을 몽땅 빼앗긴 채 쌓여있다. 조금 끔찍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화덕에 굽는 그 냄새에 군침 안 흘릴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싶다.

ⓒ 김민수

ⓒ 김민수

오일장은 현대식 매장처럼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곳에도 질서가 있고, 판을 벌리는 장소들이 따로 있다. 옷을 파는 가게들이 있는 골목부터 시작해서, 야채를 파는 곳, 생선을 파는 곳, 그리고 문화사업(뽕짝테잎과 비디오테잎을 파는 곳)을 하는 곳, 과일을 파는 곳 등등으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어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지 않으려면 장볼 계획을 세워야 수월하게 장을 볼 수 있다.

한 생선장수 부부가 순대국밥을 배달시켜 먹는다. 뒷모습만 보아서는 누가 아내고 남편인지 알 수 없지만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 김민수

ⓒ 김민수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식당에 들어가니 순대의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이 식욕을 자극한다. 순대 한 접시와 멸치 국수 두 그릇이면 아내와 나의 점심으로는 진수성찬이다.

ⓒ 김민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밥을 먹기 전에는 이것저것 살 것도 많은 것 같더니만 배가 부르니 먹을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일장 천막에 매달려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상보가 보인다. 파리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면 마루 한켠 작은 교자상에 상보가 펴져 있었다. 한창 먹성이 좋던 사춘기 시절,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서 들어보면 보리밥에 김치, 고추장, 고추 등 푸성귀뿐이었지만 그야말로 어느 잔칫상 못지 않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파리가 없는 도시의 아파트의 식탁에도 상보를 살포시 씌워 놓으면 운치가 있을 것 같다.

오일장, 언제 들러보아도 옛 향수를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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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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