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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부모를 상대로 한 초·중·고등학교의 불법적인 찬조금 모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서 불법적인 찬조금 모금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당국에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 문제가 제도의 마련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학부모의 부담 가중시키는 각종 찬조금

우리나라에서 한 아이에게 소요되는 자녀교육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한 가정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아이를 초·중·고 과정까지 교육시킬 수가 없을 정도이다. 자녀교육비 외에 학부모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각종 찬조금이다. 학교발전기금이라는 공식적인 찬조금뿐만 아니라, 학부모회의 자발적인 협의에 따른 각종 찬조금은 학기 초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이다.

특히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거두는지, 어떻게 집행을 했는지 묻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는 기본적인 투명성마저 확보되어 있지 않다. 십수 년간에 걸쳐 관행처럼 내려오는 이러한 불법 찬조금 모금활동을 금지시키기 위해 교육당국에서도 법을 제정하고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운영해 왔으나, 아직까지도 이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행정적인 제도개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학부모의 의식 변화와 실질적인 참여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울며 겨자 먹기 식’동참 되풀이돼

학부모 가운데 찬조금 모금에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다. 그렇게 하면 혹시나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학부모 사이에서 ‘왕따’ 취급당하거나 돈 내고도 인사 못 듣는 바보스러운 학부모로 낙인찍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학부모들의 경우 이런 모임에 참석하기조차 어려워 온라인 계좌입금을 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할 수밖에 없다 보니 불만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반강제적 모금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악순환의 연속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자기 아이들이 쾌적한 교육환경 속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 아래 당연히 교육예산을 지원받아 설치해야 할 환경개선비 또는 교육기자재 구입비까지도 학부모들의 불법 찬조금으로 자체 해결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공교육을 저해하는 요인마저 되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학부모들의 입장이 딱하기만 하다.

학부모들의 동참이 필요

우리나라의 대다수 가정들은 자녀교육비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 거기다가 열 가지를 못해도 아이의 뒷바라지를 위해서라면 가족의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찬조금 모집을 거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이에게 손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불법 찬조금 모집은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며 교육을 둘러싼 갈등과 부작용만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오히려 아이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특정 학부모 임원들이 나서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불법모금활동을 하는 일도, 학부모들이 이에 맹목적으로 억지동참 하는 일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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