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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설천문항 갯벌에서 우럭캐기를 하는 광경
남해 설천문항 갯벌에서 우럭캐기를 하는 광경 ⓒ 송유환
"우럭보다 우럭캐는 사람이 더 많다"는 노인의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지역축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기가수의 공연이 없는 것은 물론 요란한 음악하나 없는 이곳 행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하루종일 갯벌에서 각종 해산물을 잡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봄철에 제맛을 내는 우럭을 마음껏 캐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럭은 껍데기 길이가 10cm 가량의 회백색을 띠는 복조류의 일종으로 남해안과 서해안의 민물이 유입되는 하구의 모래 뻘에서 서식하는데, 조개살이 연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독특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box1@ 아침 일찍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바닷물이 빠지기가 무섭게 일제히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가는 관광객의 모습은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선착순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경쟁이라도하듯 갯벌을 파헤쳐 나가며 시간 가는줄 모른다. 어린이 신발 크기 만한 우럭을 갯벌에서 건져 올리며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우럭캐기는 보기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갯벌에 서있는 것도 벅차다. 갯벌 속에 숨은 우럭을 캐기 위해서는 젊은 힘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럭캐기는 오랫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보유한 0시골노인들이 한 수 위다. 아무리 파 헤쳐도 보이지 않던 우럭이 시골노인들의 손길에는 어김없이 잡힌다. 모두 신기한 듯 탄성이 나온다.

우럭캐기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행사'이다. 2 만원의 입장료는 지역 마을 발전 기금으로 쓰인다. 또 우럭캐기를 하면 바다를 뒤집어 갯벌이 숨을 쉬게 만들어 바지락을 제때에 넣을 수 있다. 시골이라 일손이 부족한데 관광객들이 일꾼이 되는 것이다.

이곳 행사에 참여한 관광객들의 1차 목표는 우럭을 잡는 것이지만 싱싱한 바다내음과 함께 소중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관광객들은 최소 3만원 호가하는 우럭을 보통 2∼3 망사를 캔다. 실력좋은 사람들은 최고 8망사까지 캐기도 한다. 우럭캐기를 하는 사람들 위로는 갈매기들이 떼지어 날아 오르고 석양에 비친 바다는 수줍은 처녀의 볼처럼 사과빛으로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관광객들은 하루 해가 왜 이렇게 짧은지, 석영에 비치는 바다를 보면서 아쉬움을 토한다. 내년을 다시 기약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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