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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조경국
작년 두 번이나 사람들의 가슴을 찢어놓는 일이 있었습니다. 미군 장갑차에 무참히 짓밟혀 꽃다운 생명이 꺼져버린 효순이와 미선이, 그리고 개구리 잡으러 갔던 철원, 호연, 영규, 찬인, 종식이가 11년 만에 산기슭 웅크린 채 앙상한 뼈가 되어 세상의 빛을 다시 보았을 때 우리는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이 서서히 세상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잊혀질 무렵 우린 또 두 번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불길 속에 숨져간 천안 초등학교 축구부 아이들. 바로 몇 시간 전만해도 고함치며 운동장을 헤치며 공을 찼을 아이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우리들에게 슬픔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무차별 공격으로 상처입고 눈물 흘리는 이라크 어린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온몸에 붕대를 감고 힘없이 눈을 뜨고 있던 아이와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처절함 그 자체였습니다. 생명을 잃거나 다친 그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났을 때 보호 받을 권리와 전쟁이나 홍수, 지진 때문에 어린이가 다치거나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경우, 어린이는 특별한 보호와 치료를 받을 권리’가 유엔 어린이 헌장에 기록돼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아마 한낱 종이조각이 지나지 않았을 테지만 미국과 영국도 서명을 했을 테지요.

아이들에겐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죽음은 모두 아이들의 권리를 망각하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 조경국
공을 차며 등교하는 아이들

“아저씨 뭐하세요.”
“응, 사진 찍지.”
“히히, 재밌겠다.”
“그럼 재밌지, 너두 찍어줄까. 찰~칵”

오랜 만에 필름을 사서 카메라를 메고 거리를 나섭니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금방 카메라에 관심을 가집니다. 카메라야 집에서 보던 것이지만 할 일없이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는 이상한 아저씨에게 더 관심이 있는 것이겠지요.

꼭 아이들을 찍으려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렌즈 앞에 와서 ‘폼’을 잡습니다. 아이들은 사진 찍는 것을 즐거워하고 저도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아이들과 헤어졌지만 아이들의 웃음은 그대로 사진 속에 박혀 있습니다.

경남 사천시 서포면. 이른 아침 아이들이 공을 차며 학교에 갑니다. 학교를 마친 후 시합이 있는 모양인지 세 아이 모두 결의(?)에 찬 모습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 오른쪽 꼬마의 머리띠를 보십시오.

"아저씨, 파이팅”
“그래, 너두 꼭 이겨라.”

머리띠를 한 아이의 응원이 끝나자 형(왼쪽)이 재촉을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로 곧장 걸어갑니다. 물론 축구공은 발에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형이 동생을 과연 오늘 시합에서 끼워줄까요. 그것까진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파이팅은 동생 쪽이 훨씬 나아 보입니다. 아마 오늘은 꼭 축구경기에서 뛸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겠지요.

ⓒ 조경국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는 이유도 이 아이처럼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머니가 얄팍해 지면 카메라 팔아먹기를 밥 먹듯 하는 아마추어지만 밝고 씩씩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으로도 사진을 찍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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