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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에서 운행되고 있는 모노레일 방식의 경전철, 목포에도 이처럼 고가형태로 경전철 시험선이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출처: encyber.com>
호주 시드니에서 운행되고 있는 모노레일 방식의 경전철, 목포에도 이처럼 고가형태로 경전철 시험선이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출처: encyber.com>
지난해 12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경전철 건설협약 조인식까지 가진 목포시는 삼학도에 시설이 들어서면 볼거리와 함께 새로운 관광 명물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경전철은 지하철처럼 동력을 전기로 이용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모노레일이나 궤도버스 형태의 소규모 대중 교통수단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90년대 말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액 국비사업만 홍보 향후 경제성 검토는 뒷전

목포시 발표대로 지역주민들은 시비 부담이 아닌 전액 국비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과 1년 동안 시험운행을 거친 뒤 철도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증받게 되면 앞으로 노선연장 등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방송 등 지역언론에는 목포시가 앞으로 시험운행이 끝나게 되면 경전철 노선을 연장할 계획이며, 사업비는 국비와 민간자본을 유치해 확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사업 착수도 하기 전에 2단계 계획까지 발표되자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목포경실련은 경전철 도입에 관한 주민설명회 개최를 목포시와 철도기술연구원에 요구했다.

사업 착수 전 2단계 구상까지 발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통과 환경문제 뿐 아니라 도시계획 등을 고려한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목포시가 삼학도 공원 조성계획변경을 비롯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는데도 사업유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목포경실련은 지적했다. 이처럼 민선 3기 치적 중에 하나가 될 수도 있었던 경전철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도기술연구원이 목포에 경전철 시험선을 설치하기로 한 과정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초 철도기술연구원은 경기도 의왕시에 경전철 시험선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경기도 의왕시 부곡역에서 철도박물관과 철도경영연수원에 이르는 1.1㎞구간에 올 12월까지 설치하기로 하고, 지난 2001년 실시설계에 들어갔었다. 이어 지난해 11월 본격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왕시 설치 백지화 목포시로 변경

의왕시의 경우 기존의 전철이 운행되고 있는 수도권 도시이다. 그런데 의왕시나 시의회에는 경전철 사업주체인 철도기술연구원측에 시험선 설치는 하되 노선 주변 주민생활에 미칠 환경영향 등 후속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왕시 도시계획과 관계자에 따르면 “전액 국비 사업이어서 무조건 경전철 설치를 환영한 것이 아니라 시험운행 이후의 대책과 기존 교통망과 환승문제 그리고 효율성 등을 면밀히 검토 한 뒤 철도기술연구원에 보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철도기술연구원측은 의왕시에 경전철 시험선을 설치한다는 당초 계획을 백지화하고 지난해 11월 신문을 통해 전국에 공개모집을 하게 됐다. 경기도 화성과 목포시 등 모두 5개 시군이 경전철 시험선 유치를 신청해 결국 목포 삼학도로 결정된 것이다.

철도기술연구원 입장에서 목포로 결정하게 된 배경은 우선 목포시가 적극 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험선을 설치할 삼학도가 공원화 사업으로 기존 시설물이 이전될 계획이어서 토지보상이나 그밖에 주민민원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전철 기대효과 신중 검토여론

경전철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사업인 만큼 목포 삼학도가 투자비용도 저렴하고 행정적인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으로 보인다.

목포시와 의왕시가 경전철시험선 사업을 바라보는 입장은 크게 다른 점을 확인 할 수 있다. 의왕시는 경전철 시험선 설치에 따른 후속대책을 철도기술연구원에 요구할 정도로 향후 지역에 돌아올 사업효과를 충분히 검토한 반면, 목포시는 향후 지역에 미치는 효과 등 타당성 문제보다는 우선 국비 500억 원으로 건설된다는 상징적인 면만을 고려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목포로 결정된 경전철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단체의 이의제기 등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목포경실련 김종익 사무국장은 “국비가 전액 지원된 사업이라고 해서 면밀한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우선 유치 해놓고 보자는 식이 돼서는 안된다”며 “관련 자료와 정보를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현재까지 시민토론회 등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앞으로 사업주체인 철도기술연구원과 이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원 조성 전에 경전철 운행(?)

먼저 경전철이 설치될 장소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철도연구원은 삼학도 한국냉장에서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 이르는 1,1㎞ 구간에 시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삼학도 복원화 사업은 현재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 착공식마저도 하지 않은 상태다.

철도기술연구원 계획대로 내년 12월에 경전철 시험선이 완공될 경우 먼지만 날리는 삼학도에 경전철이 운행되는 촌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한편으로는 관광지가 조성되기도 전에 교통수단이 먼저 투입되는 기현상을 초래 할 수 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목포시 계획대로 앞으로 경전철 노선을 삼학도 전체로 연장하는 등 이미 확정된 삼학도 복원화 사업계획에 없던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공원조성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기술축적, 효율성 검증 안 돼

또 목포에 시설될 경전철은 전북 전주시가 건설예정인 노면경전철(SLRT)과는 다르게 지상에 교각을 설치하는 등 고가형태(AGT)로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기술연구원은 보행자 접근성 등에서 유리한 노면경전철은 토지보상비 등 초기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고가형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무바퀴로 운행하는 고가형(AGT) 경전철은 자동화 장치 등 시스템이 복잡해 비용상승 뿐 아니라 앞으로 목포시가 인수해 운영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모든 시스템이 무인 자동운전이 가능해 운영비가 적게 들어가고 환경친화적인 면에서는 잇점이지만 앞으로 목포시가 인수해 운영하게 되면 시설관리 비용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경전철은 국내운행 사례가 없어 유지관리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신규시스템이어서 기술축적이 미미한 실정이다. 목포시는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 시험선 유치와 앞으로 노선 연장 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전철의 경우 기존 철로를 사용하는 기술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목포에는 호남선 복선화 공사로 시내 구간 철로 7,6㎞가 오는 12월이면 폐선된다. 철도기술연구원이 당초 계획을 변경해 폐선부지 활용차원에서 삼학도가 아닌 일부구간에 설치하게 되면 대체 교통수단으로서 주민 이용률도 높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기존 철로를 이용한 노면경전철이 목포시내에 운행될 경우 교통체증 문제 등도 발생 할 수도 있다. 또한 자동화 시스템이어서 차량과 경미한 접촉사고로 운행 자체가 마비될 우려도 있다.

국내 대도시, 교통난 해소 위해 사업추진

어찌됐던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목포시가 향후 타당성과 경제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유치했다면 앞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 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험선 1,1㎞만 목포시가 인수해 계획대로 노선연장을 하게 될 경우 1㎞당 건설비용이 100억 원에 이르는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비보조와 민자유치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전철 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다른 도시의 경우 교통난 해소라는 목포시와 다른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산-김해구간을 비롯해 경기도 의정부시와 전북 전주시 등 20여 개 자치단체에서 현재 경전철 건설을 위한 타당성조사나 건설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도시 규모가 목포시에 비해 훨씬 크고 교통량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목포시, 관광객 유치에 무게

이들 도시에서는 경전철을 기존 지하철역이나 공항 등 역세권을 연결하는 환승 교통수단 활용하기 위해 사업에 착수했다. 바꿔 말하면 전국 주요 도시에서 국비 또는 민간자본 유치 방식으로 추진 중이지만, 지하철 건설이후 대중교통망이 취약한 지역을 대상으로 경전철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역과 부도심지역간 순환선 등 도심 교통기능 강화차원에서 사업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목포시와는 다른 점이다.

경전철은 이웃 일본이나 호주 등지에서 이미 운행되고 있는 등 앞으로 도로교통 혼잡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기존 교통수단의 대체기능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목포시가 설정한 것처럼 경전철 자체가 관광자원이 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목포는 인구 25만명에 불과하고 대도시와는 달리 교통난이 극심한 도시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전철의 경제성 문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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