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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선생님! 꿈이던 은행원이 되고도 새로운 삶으로 문학을 찾아내셨으며, 심리학부터 다시 공부하여 시를 거쳐 문학을 향하여 날개짓 하신 선생님의 체험이 저희에게 큰 표본이자 길라잡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가작상 받은 이야기나 1주일간 고심하여 쓴 글이 무시당하여 생긴 선생님의 좌절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김혜민(목포 덕인고 3년)의 모둠토론 발표문 중에서-.

▲ 전남 목포, 무안, 신안 등 도서지역 청소년을 위한 문학워크숍
ⓒ 김애경
지난 4월 5 ~ 6일, 1박 2일에 걸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과 전남 목포시(시장 전태홍)가 후원하고 민족문학작가회의 목포지부(지부장 유종화)가 주최한 제2회 도서지역청소년 문학워크숍이 전남 목포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문학워크숍은 다도해의 오지인 신안 하의도에서부터 어촌 벽지인 무안 해제에 이르기까지 도서 해안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 약 200여 명이 참가하여 말 그대로'오지게'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크게 문학강연과 모둠토론회, 문학축제와 백일장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문학강연 시간에는 강형철(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 숭의여대 문창과 교수) 시인이 '바다체험의 시적 형상화'를 주제로, 뒤이어 곽의진(소설가, 진도민예총 문학위원장) 작가가 '남도문화의 문학적 적용'을 주제로 강의했다. 지역문화특강으로는 김경옥 교수(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가 '섬지역 문화의 특징과 이해'란 주제로 슬라이드 수업을 했다.

▲ 강형철 시인의 강의 모습
ⓒ 김애경
이처럼 '섬과 바다에 대한 문학적 변용'을 중심으로 각각 45분간 진행한 강연이 끝난 후, 다시 20분에 걸쳐 모둠별(참가청소년 약20명에 담임문인 2인씩 9개 모둠으로 구성) 토론을 통해 강의에 대한 느낌과 보충 질의할 사항을 모아 모둠발표회 시간에 이를 발표하였다.

모둠발표회 시간은 도서지역 청소년들 특유의 어설프고 진솔한 자기고백과 체험들(맨 위의 꼭지글 참조)로 어우러져 새로운 문학소통의 장이 되었다.

"우리가 사는 섬을 너무도 소홀히 생각했습니다. 섬에 대한 사진을 보면서 정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주옥, 우실, 입석, 총총 방액석 등등. 사진을 보면서 들은 것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모르던 많은 것이 새롭게 느껴졌고, 전에는 느끼지 못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우리의 남도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고등D조 조장 김소진 군)

"선주곡, 수군진, 감요, 입석, 산신, 헌공, 상여집, 각시당, 장승, 우실, 지도바위, 흑산도, 호적단자, 사림마을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왜 압해도 사진은 하나 밖에 없어요?"(중등A반 조장 장주원 군)

하지만 남도 해안지역 문화의 재인식을 통한 도서지역 청소년들의 문학예술적 자기 발견을 목적으로 한 이번 문학워크숍의 핵심은 역시 지역 사투리였다. 모둠토론회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한 '사투리 발표회'는 모둠별로 사투리를 찾아내어 이를 재미있는 문장으로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오메- 매운그. 쌔바닥이 떨어져 불라 그라요."(고등B조 남화현 군)
"엄니 너무 그렇게 해싸치 마쇼. 모가지가 뻑적지근허게 일하고 와부렀는디…사람 나자빠지게 욕이나 해싸면 쓰것소."(고등D조 김소진 군)

사투리 발표회는 시종 소란스런 웃음과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진행되었다. 이 발표회는 이튿날 일제하 목포지역에서 열린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여 지역사투리와 방언을 중심으로 열리는 제2회 4ㆍ8 만세운동기념 전국청소년백일장에서 실력을 발휘하도록 연계된 수업과정이기도 했다.

평소 서울지역 중산층이 쓰는 언어, 소위 표준말에 길들여진 이들에게 자신들이 평소에 마구 쓰는 사투리가 문학 언어가 되고, 논의의 중심이 된다는 신기함과 재미에 취한 청소년들의 입에서는 별의별 낱말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싱그런 웃음들과 함께…

밤 10시 경이 되어 토론회가 끝나고 흥겨운 청소년문학축제의 한마당이 시작되었다. 마침 목포에 공연차 들른 가수 이지상의 반전가요 배우기 한마당이 흥겨운 기타와 하모니카의 선율 속에서 펼쳐졌다. 곧이어 목포기계공고 노래패인 그룹사운드 '레드 스카이'가 질질 끓는듯한 열악한 스피커의 소음 속에서도 뜨겁게 공연을 펼쳤다. 리드싱어 김종균(목포공고 3년)외 4인으로 구성된 고교생 노래패인 이들의 첫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싱싱한 리듬에 맞춰 아이들이 하늘로 하늘로 주먹질을 하고 괴성을 지르고 어깨동무를 하며 만화방창한 봄날의 하룻밤이 꿈처럼 지나갔다.

다음날 유달산 꽃축제가 한참인 유달산 등구의 목포시사(木浦詩社-조선시대 남도지역의 선비들이 모여 시회(詩會)를 벌이던 곳)에서 제2회 4ㆍ8 만세운동기념 전국청소년백일장이 열렸다. 글감은 어머니, 동백꽃, 기차였다. 이 백일장은 특히 지역 사투리나 방언을 알맞게 적용했는지에 평가의 가중치를 두었다.

▲ 목포 유달산 중턱 목포시사(木浦詩社)에서 열린 청소년 백일장
ⓒ 김애경
마침 화창한 봄날 알록달록한 유달산 곳곳에 흩어져 피어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그대로 싱그러운 꽃들이었다. 백일장이 끝나고, 가까운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짬뽕으로 점심을 마친 청소년들은 삼삼오오 유달산 인근의 난공원과 조각공원 등을 돌아보고 문학워크숍을 마쳤다.

이번에 열린 제2회 도서지역청소년 문학워크숍은 다시 5월 10 ~ 11일에 전남 진도에서 2차 워크숍이, 6월경에 전남 영광에서 3차 문학워크숍이 열린다. 모둠발표회에서 나온 사투리 한마디가 이번 문학워크숍을 정의한다.

"거시기… 겁나게 오진 시간이었구마이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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