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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책표지
<상상> 책표지 ⓒ yes 24
“상상은 괴물이고(전유성), 사랑의 아이며(이주향), 개념을 조합하는 방식이면서(듀나), 한편 상상은 상식이 아니다(김용석).”

상상을 자기 식대로 정의하고, 맘껏 상상의 날개를(꼭 날개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 발을, 팔을 펼쳐 보인 책이 나왔다.

김용석을 비롯해 만화가, 소설가, 시인, 교수 등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33인의 유쾌한 발상'이라는 부제처럼 짧지만 생기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그들만의 상상을 당당히 내보인 <상상>이 바로 그것이다.

어릴 적 '내가 만일 투명 인간이라면 뭘 할까?'라는 상상은 한번쯤 해 봤을게다. 장난기가 발동해 '남자/여자 목욕탕에 가야지'라는 엉뚱한 상상부터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시험지 훔쳐 봐야지'라는 맹랑한 생각까지. 그러고 보면 어릴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상상은 언제나 머리 한 구석에 자리 잡아온 셈이다.

한편 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단지 공상 과학책이나 나올 법한 세상이 지금 눈 앞에 버젓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보면, 상상은 단지 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생각들이 우리 사회를 좀더 창조적이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루한 일상과 평범한 생각에서 벗어나 이들 33인이 이끄는 상상의 세계로 가보자.

먼저 “상상은 짬뽕이다”라고 말한 소설가 김영하의 상상은 실로 독특하다. 이미 <포스트 잇> 등을 통해 맛보았던 그만의 재기발랄한 생각들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어린 시절 '상상력의 장은 <소년중앙>'이라고 말하는 김영하는 신종 개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소개해 준다. 이름하여 '개인 휴대 말풍선 발생기'.

만화에서 대사를 처리할 때 쓰이는 표시인 말풍선을 이용한 이것을 허리에 차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 그 사람의 머리 위에 '안녕하세요'라는 글자가 화면으로 뜬단다. 게다가 화를 내면 글자가 떨리고 울면서 말할 때는 글자도 눈물을 흘린다니 기상천외한 기계다. 이는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돼 줄 것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문맹인 사람들은 어서 한글을 깨우쳐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역시 '김영하답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끔 하는 발상이다.

한편 만화가 정훈이는 '상상은 나만의 신나는 게임' 이라고 하면서 '인간이 잠을 자지 않는다면'이라는 상상을 만화로 표현했다.

먼저 이불 개는 불편함도 없을 것이고, 침대도 잠옷도 필요없을 것이라고 전한다. 또 매일 아침 일어나라고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졸음 운전이란 단어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도 '미인은 장난꾸러기' 정도로 바뀌어야겠다. 또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적어 평균 신장이 줄게 되고, 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초능력자'로 취급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짧지만 함축적인 그의 만화 속 상상은 잠이 우리 생활에서 어떤 영향을 미쳐 왔는지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밖에도 시민이 투자하는 노점상 주식회사를 꿈꾸는 건축가 김진애씨, 된장 전문 레스토랑이 세계의 주요 도시에 들어설 것이라고 상상한 인터넷 서점 알라딘 조유식 대표도 빠뜨릴 수 없다.

이렇듯 <상상>은 천편일률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해괴망칙하면서 한편으론 그럴듯한 상상의 재미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제처럼 진정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은 볼 수 없다는 점.

아마도 이는 <상상>을 벗삼아 지은이들조차도 '상상치 못한 상상'을 독자들 스스로가 해내길 은근히 바라는 마음 아닐까?

상상 - 상상을 초월하는 33인의 유쾌한 발상

김용석 외 지음, 휴머니스트(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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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상상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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