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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민수
햇살 따스한 봄날이면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은 유혹을 받는 것은 무릇 사람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봄이 온 것을 사람보다 먼저 피부로 느끼는 것들은 긴긴 겨울을 자연의 품에 안겨 지냈던 작은 곤충들이 아닐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나비는 물론이고, 작은 도마뱀들도 비썩 마른 억새풀잎 위를 오갑니다. 보호색 덕분에 좀처럼 보기 힘들고, 늘 움직이기 때문에 아마추어에게 제대로 찍힐 리 없지만 가끔씩 운좋게 걸려드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 김민수
숲을 여행하다 보면 두근거리는 즐거움을 경험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 발자국 소리에 놀라 푸드득거리며 날아가는 꿩, 스르르 소리 없이 유유자적 미로같은 숲은 기어다니는 뱀, 파다닥 거리며 날아다니는 메뚜기류 같은 것들을 볼 때면 잠시 긴장감이 돌지만 숲에 저렇게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구나 하는 사실에 즐겁습니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법 많은 곤충들이 나와 봄맞이를 합니다. 귀엽다 못해 앙증맞습니다.

ⓒ 김민수
작은 알에서 부화한 것들도 있고 누에고치를 벗어버린 것도 있을 것입니다.

알을 깼건, 누에고치를 벗어던졌건 자기를 부정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모습을 봅니다.

기독교 절기로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시기가 봄이라는 것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통과제의를 통해서 부활로 이어지는 진리를 자연에서 보게 됩니다.

ⓒ 김민수
봄을 맞이하러 나온 곤충들의 공통점은 작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철저하게 보호색으로 위장합니다. 위장하는 기술, 그것이 그들의 강점이요, 무기가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위장은 사람들의 위선과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사람들은 자기를 숨기고 또 숨기려고 할수록 점점 위선적이 되고, 결국 그 위선이 자기를 죽이는 데 반해서 자연은 자기를 숨김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도 진정한 숨김, 그래서 숨은 그 사람의 내면을 보았을 때 '아! 정말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났다!'며 감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민수
봄맞이를 하러 나간 길, 나 보다 먼저 봄맞이를 나온 작은 생명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하나 하나 다 소중한 생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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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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