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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이후 이곳에서는 6차례나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2월 이후 이곳에서는 6차례나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 석희열
그러나 지난 1월 20일 땅주인 임모씨로부터 퇴거통지서가 갑자기 날아오면서 이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오손도손 살던 주민들간에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2월 19일 임씨로부터 2차 퇴거요청서가 날아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2월 20일 지난 20여년 동안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화재가 이곳에 발생했다.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임대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임씨는 2차 퇴거요청서에서 명도소송을 통한 강제철거를 통보했다. 이후 임씨는 주민들로부터 받아오던 땅세 수령을 거부했다. 임씨로부터 강제철거 통보 이후 이곳에는 20일만에 4차례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갑작스런 일련의 화재로 생명에 위협을 느낀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초소를 짓고 순찰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은 내곡파출소와 양재소방서에도 방화 위험성을 경고하고 화재 예방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생한 살인방화를 막지는 못했다. 화재발생 당시 출동한 양재소방서에서는 사람이 사는 비닐하우스의 불길을 잡기 보다는 불이 인근 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데 급급했다.

이곳의 한 주민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양재소방서에 주민들이 사는 공간인 비닐하우스의 불길을 잡아줄 것을 애원했으나 듣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그들은 '물이 없다'는 말과 함께 소방호스를 불이 산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여 산쪽으로만 갖다 대더다"며 흔적도 없이 다 타버린 채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보금자리를 지켜보며 하염없이 울먹였다.

일련의 방화로 다 타버린 화재현장에서 주민들이 필요한 세간살이를 찾고 있다
일련의 방화로 다 타버린 화재현장에서 주민들이 필요한 세간살이를 찾고 있다 ⓒ 석희열
지난달 화재 이후 구성된 내곡동화훼단지철거민대책위원회 윤영희 부위원장은 "불을 끄러 온 소방차에 물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묻고 "없다던 소방차의 물이 산으로 번지는 불을 끌 때는 호스에서 뿜어져 나왔다"며 "소방서에겐 사람의 목숨보다 산불 예방이 더 중요한 모양"이라고 흥분했다.

지난달 화재 이후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임시 거처로 비닐하우스 1개동을 지었으나 5일 새벽 5시50분경에 또 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다 타버렸다. 지난 6차례의 화재로 세간살이를 다 잃어버린 주민들에겐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지난달 화재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세대당 30만원, 서초구청에서 1인당 7만5천원의 긴급 구호자금을 지원한 것이 전부다. 서초구청의 요청으로 대한적십자에서 의류 등 기본 생활필수품을 지원했으나 이번 불로 다 타버렸다.

화재민들은 방화범을 하루 빨리 찾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재민들은 방화범을 하루 빨리 찾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석희열
내곡동 주민들은 살인 방화범을 빨리 잡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지주와 방화범에 대한 의혹 및 진상 규명과 함께 화재민에 대한 주거대책을 하루 빨리 세워줄 것을 관계기관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일련의 화재에 대해 경찰은 방화로 추정하면서도 정확한 화재원인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한편 빈철연은 오는 8일 오후 1시 서초구청 앞에서 4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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