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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차인표씨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차인표씨 ⓒ 김용운
시사회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간담회. 영화에 대한 이런 저런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보길도에 대한 질문이 머릿 속에 맴돌았지만 입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다른 매체의 기자가 마지막 질문으로 보길도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그 기자에게 따로 답변하겠다던 차인표씨에게 취재진들이 몰렸다.

-보길도 문제가 무엇인가?
"전라남도에 있는 보길도에 댐이 들어선다고 한다. 지금 그것에 대하여 반대운동 하시는 분이 24일째 단식중이다. 사람이 죽어간다는데 언론들이 너무 무관심하다."

-어떻게 알게 되었나
"며칠 전 미국에 사는 형이 알려주었다. 자세한 상황은 보길도 닷컴(보길도 공동사랑 연대)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다. 매스컴에서는 요즘 온통 전쟁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건들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것 같다."

-평소 사회문제나 환경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나?
"그냥 평범한 시민이다. 그것보다 우선 단식으로 인해 사람이 죽어간다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기자 분들이 많이 오셨기 때문에 (실례인줄 알지만)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차인표씨는 영화 시사회의 자리에서 자신이 관심을 부탁한 보길도 문제가 더 화제가 되는 것이 제작사 측에 미안한 듯 보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보길도 공동사랑 연대’의 홈페이지 주소를 직접 적어주며 보길도에 댐 건설에 단식 항의하는 분에 대해 관심을 부탁했다. 그 모습이 참 남달라 보였다.

기사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오마이 뉴스>에서 기사가 나갔던 것 같았다. 사이트에 접속해 기사를 찾아보았다. 몇 차례 중요하게 다루었던 기사였다. 꼼꼼히 기사를 챙기지 못한 내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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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씨가 말한 24일째 단식의 주인공은 “보길도에서 온 편지”를 <오마이뉴스>에 연재중인 강제윤 시인이었다. 그는 현재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보길도 댐 건설의 부당함과 단식의 이유에 대해서 밝히고 있는 중이다.

내가 단식을 멈출 수 없는 이유

걱정과 관심 고맙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단식 24일째지만 저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부산의 지율 스님은 금정산터널 공사를 막기 위해 38일을 단식했지만 쓰러지지 않았고 마침내 뜻을 이루었습니다. 서준식 선생은 감옥에 있을 때 무려 48일의 단식투쟁을 통해 사회안전법을 폐지 시켰습니다.

단식을 해보지 않았거나 해봤어도 짧게만 해본 사람들은 단식이 길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상 제가 두려운 것은 단식기간이 아니라 단식이 끝난 뒤 복식 때입니다. 지금 제 몸 상태는 정상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옥쇄를 하겠다고 했던 것은 스스로의 목숨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민들이 함께 투쟁하고 있지만 그 힘이란 너무나 미약하고 결속력이나 의지 또한 강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주민들이 여기까지 오고 집회라도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저의 단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단식이 끝나기를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바로 완도군과 환경부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단식을 풀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단식을 푸는 순간 그동안의 성과는 무로 돌아가고 맙니다.

이때까지 주민들이 그토록 강하게 반대를 해왔고 저 또한 단식으로 맞서 왔지만 완도군은 단 한차례도 주민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또한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완도 군수란 작자는 주민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고, 한사람의 목숨 따위에는 터럭만큼의 관심도 없는 자입니다.

얼마 전에 환경부 장관의 지시로 환경부 수도 정책과장이 다녀갔으나 그 사람 역시 완도군과 똑 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다 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예산을 지원해 주었는데 잘못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그 사람들이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제 단식을 우려한 환경부장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 사람들이 다녀간 뒤 완도군은 대응책을 바꾸었습니다. 아마 완도군과 환경부간에 말이 오간 모양입니다.

일정 정도 휴식기간을 두고, 저의 단식이 끝날 때 가지 기다리는 듯합니다. 그 기간 동안 대책위와 주민들을 분열시키는 공작을 벌써 시작했습니다. 인사철도 아닌데 외부에 근무하던 보길도 출신 공무원 둘을 보길면으로 불러 들였고, 도장을 찍어 주지 않고 있던 댐 증축 예정지에 사는 우체국 공무원으로부터 기공 승낙서를 받아 냈습니다. 땅을 팔고 있지 않던 서울 사는 땅주인에게까지 찾아가 도장을 받아 오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생전 얼굴 한번 안 비치던 부용리 사는 택시기사가 술에 잔뜩 취해서 찾아와 왜 우리 동네에 와서 시끄럽게 구느냐고, 대책위 놈들 다 죽여 버리겠다고 난동을 부리고 갔습니다. 면장이나 공무원들의 부추김을 받았겠지요.

또 제 뒷조사를 했다고 주민들에게 말을 퍼뜨려 대책위원들을 위축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대책위가 담수화업자의 로비를 받아 댐을 반대한다고까지 소문을 퍼뜨리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퇴임한 교장선생님과, 제 은사님을 보내 저를 설득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완도군은 아주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 다각도로 주민 분열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단식을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서 완도군이 달라진 것은 전혀 없습니다. 더욱 비열하고 잔인해 졌을 뿐입니다.

귀를 꽉막고 막무가내로 온갖 술수를 써가며 밀어 부치는 완도군의 작태에 이제는 분노할 기력조차 없습니다.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지요. 저는 그저 쓰러질 때까지 30일이고 40일이고 단식을 계속 하는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오기로 단식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 피도 눈물도 없는 간악한 세력들과 맞설 수 있는 방법이 단식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코 완도군을 상대로 단식투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나 하나쯤 죽는 것에 전혀 관심도 없는 잔인한 작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환경부를 상대로, 정부를 상대로, 또한 국민들을 상대로 단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계시지만, 그 정도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명에 참가하게 하고, 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싸워 주셔야합니다. 그러지 않고서 저에게 단식을 중단하라고만 하신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하고 잔인한 일입니다. 이제 완도군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집단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환경부와 문화관광부, 문화재청, 청와대에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도 지금 환경부를 압박할 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단식에 대해서도 환경부 장관과 환경부 담당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으니 이 또한 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제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겠습니까.

저를 질책할 시간에, 완도군청으로 가서 완도 군수를 나무라주십시오. 환경부, 문화재청, 청와대로 가서 항의해 주십시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그 길만이 제가 단식을 풀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강제윤


결국 영화 시사회 취재를 갔다가 그와 상관없는 전혀 엉뚱한 기사를 쓰게 되었다. 보길도 댐 건설에 대한 현장취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쪽의 입장만을 담고있는 기사를 올리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강제윤 시인의 글을 읽으며 보길도에 관심을 갖게 되다가 결국 ‘보길도 공동사랑 연대’에 자발적으로 창립 발기인이 되었다는 ID 'Bruce Cha'씨의 메일을 받고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전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몇 달 전부터 강제윤 시인의 글을 좋아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관심을 갖고 그분 사이트 '동천다려'까지 찾아가게 되었는데, 가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 있더군요. 동천다려나 보사연 사이트에서 보셨듯이 지금 그분 단식이 벌써 24일째입니다.

3월 중순쯤, 개인적으로 안타까워만 하고 있다가, 마침 아주대학교 한국사학과의 박옥걸 교수님과 또 다른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셔서 보길도 공동 사랑 연대 (보.사.연. http://www.bogilsarang.org )가 발족 되길레 저도 발기인으로 자원해서 들어갔었지요. 보사연에선 오늘까지 각계 각층 인사 1000여분의 서명을 받았는데, 우선 이걸 가지고 정부와 청와대 같은 데로 민원을 넣게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수고하셨지만, 아직도 이 정도로 과연 무슨 힘이 있을까, 모르겠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 걸고 저항하시는 분 생각해서라도,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보길도 주민 분들의 댐 반대 의사를 지지하려고 합니다."

보길도 댐 건설에 항의하며 3주 넘도록 단식중인 강제윤 시인에 대한 완도군의 공식입장은 완도군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댐 건설에 있어 완도군의 입장이 합법적이고 상식적이라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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