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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은 서포 김만중의 유허가 있는 노도를 중심으로 앵강만 일대를 한국 문학의 성지로 가꾸기 위한 유허고증 및 관광자원화 기본계획을 확정지었다.

이번 용역은 (사)한국경제개발연구원의 김영주 실장이 선임연구원으로 참가하면서 용역의 특성상 30년간 서포 김만중 등 고전소설을 연구한 연세대 설성경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학술고증을 맡고, 서포김만중남해기념사업회 김성철 회장이 선임연구원으로 현지조사 및 기획을 맡아 합동연구 형태로 진행되었다.

서포 김만중 유배지, 노도는 어떤 곳인가?

경남 남해군 상주면 양아리에 있는 노도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널리 알려진 조그마한 섬이다.

노도라는 섬이름은 옛날 이곳에서 배의 노를 많이 생산했다고 하여 노도(櫓島)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곳은 물고기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청정해역으로 볼락, 농어, 감성돔이 잘 잡히는 섬이기도 하다.

노도가 유명한 것은 바로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이기 때문이다. 서포는 이곳에서 [사씨남정기]와 [서포만필] 등을 집필했다.

노도는 0.41㎢ 넓이의 작은 섬으로 서포는 1689년부터 3년간 이 섬에서 유배생활을 한 뒤, 5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 곳에서 자기가 파 놓은 옹달샘의 물을 마시고, 솔잎 피죽을 먹으며 근근이 연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송유환
구전되어 오던 노도가 '과연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가'에 대해 연세대 설성경 교수는 보고서에서 "다원화한 고증자료를 본다면 1차 거주지는 앵강만 일대로, 2차 거주지는 노도로 파악된다. 1학설의 근거는 한시 자료 등이고 2학설의 근거는 전설과 후세들의 인식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의 꼿꼿한 선비정신이라면 절도 위리안치의 명문대로 노도로 들어가기를 자원했을 것이고, 구운몽에 나오는 동정호에 비유되는 앵강만 앞 노도를 선택하여 조용히 독서와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정황이 그를 '노자묵고 할배'로 구전되게 한 것이다.

서포 김만중은 고산 윤선도, 송강 정철과 함께 한국 3대 고전문학가로 불리면서도 행적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남해에 유패되어 있었다. 그 동안 남해에서 서포에 대한 관심은 1988년 남해청년회의소에서 노도 선착장 근처에 유허비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19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제1호 문화인물로 선정된 서포를 기념하기 위한 '설성경의 구운몽 이야기' 세미나를 남해군청 회의실에서 연 것이 전부였다.

서포의 문학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본격적인 출발은 2002년 3월 서포김만중남해기념사업회(이하 서포사업회)가 발족된 이후였다. 그해 7월 7일 전국의 서포 연구가인 12명의 교수를 공식 초청한 학술대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이러한 민간의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남해군에서는 앵강만 일대의 문학적 자원을 발굴하기 위한 용역을 실시했고, 모두 5개권역에 96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남해를 문학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다.

문학 성지로 탈바꿈할 노도개발 조감도
문학 성지로 탈바꿈할 노도개발 조감도 ⓒ 송유환
서포 연구에 관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인 설성경 교수는 최종 보고회에서 노도와 앵강만 일대는 서포 김만중이 3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사씨남정기, 윤씨행장, 서포만필 등을 집필하고 생을 마감한 곳이라는 역사적 근거하에 금산, 상주해수욕장 등 남해 최고의 관광자원과 바다를 연계한 관광자원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도를 포함한 남해를 조선 중기의 역사적 사실, 서포의 문학과 생애가 살아 있는 문학의 섬으로 부각시키고, 이순신의 노량해전, 고려 팔만대장경 등과 연계한 역사체험장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해를 찾는 관광객에게 서포의 존재를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석교권은 구운몽의 주인공인 성진과 8선녀의 캐릭터를 살린 조형물을 세우고 용소권은 어머니를 걱정하는 효자로서의 서포의 시비를 건립하여 서포와의 만남을 제시했다.

신전권은 신전숲을 이용한 유배문학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서포 김만중 뿐만 아니라 화전별곡을 쓴 자암 김구, 남해문견록의 저자 후송 유의양, 금산, 망운산 등을 한시로 노래한 남구만, 남천잡록을 쓴 김용 등의 유배문학가를 중심으로 하는 학습장으로 만들고 숲과 받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학습도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리고 노도의 유배터가 정면에 보이는 대량분교 자리에는 흥미적 요소로 애니메이션 영상관을 건립하여 충신으로서의 아버지 김익겸공, 열녀로서의 어머니 윤씨부인, 효자로서의 서포 김만중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노도권은 유배초옥과 우물을 복원하고 서포문학관, 서포공원, 역사테마거리 전망대 등을 조성하여 문학체험의 장으로 탄생한다. 특히 매년 문학축제를 열어 전국의 문학인이 한 자리에 모여 문학을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대학생들의 단체 창작교실 등도 유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날 보고회에서 하영제 군수는 "무신으로서의 이순신, 문신으로서의 김만중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진 만큼 실과장들이 노력해 달라"면서 특히 서포 김만중에 대한 드라마가 한 번도 없었으니 많은 국민에게 홍보가 가능한 드라마화 작업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정덕현 문화관광과장은 "서포 김만중 외에도 남해에는 28명의 유배객이 왔던 곳이므로 그 흔적을 찾는 코스를 개발하여 관광자원화 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100억원에 가까운 개발 계획이 구체화 되기 위해서는 예산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군비는 2억여원으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비 확보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하영제 군수는 기본계획 완성이 늦기는 했지만 다음주로 예정된 문화관광부 방문 때에는 앵강만 일대의 관광자원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예산확보를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는 등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때마침 경남도에서 각 시장 군수에게 지역문학관 건립 국비보조사업 신청을 받아 문화관광부로 올릴 계획이어서 미리 준비한 남해로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많게는 10억, 적게는 7억까지 보조되는 사업이면 노도에 건립 예정인 서포문학관과 서포공원, 역사테마거리를 조기에 조성할 수 있다.

남해군은 현재 확보하고 있는 2억 3천만원으로 기본계획 학술용역 이후 노도분교 매입, 초옥터 주변지역 매입, 초옥 건립, 용문사 시비 건립 등을 먼저 시작하고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2005년까지 1단계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민선 3기 하영제호가 이끄는 남해군의 주요 문화관광 정책으로 창선연륙교 개발, 이락사 주변 지구 공원화 및 영상관 건립과 함께 추진되는 서포 김만중 선생 유허 개발 계획이 오랜 준비 끝에 시작되어 의욕적으로 출발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전국 서포종친회 김용길 회장은 "너무나 기쁜 일이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을 여지껏 미루어 왔으니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해 주었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지금 북한 개성에 있는 묘소도 종친회와 통일원이 함께 10억원을 들여 정비하고 공원화하기 위해 마무리 절충 작업을 하고 있으니 서포 할아버지가 이제야 웃을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뜻 있는 남해군민들은 문학의 섬 조성 계획이 부지 매입 및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지연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남해군의 의욕적인 투자와 노력이 동반된다면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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