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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인들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합동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21일 오후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인들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합동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알라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합니다. 알라가 인간을 남성과 여성, 종족과 부족으로 나눈 것은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자만하고 거만스러운 자는 재산과 지식, 기술이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능력은 오직 알라로부터 옵니다. 거만과 오만이 만연해지면 무질서와 해악이 생기고 모든 문제와 아픔이 시작됩니다"

용산구 한남동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중앙이슬람성원에는 한국어 기도문이 장중하게 흘러나왔다. 21일 오후 1시 하나 둘 모여든 신자는 예배가 시작되자 성원 현관까지 들어찼다. 5분간 개방된 성원 안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무슬림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온 라오프(10살)는 연신 코란의 경전을 읊으며 절을 했다. 이들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은 매주 금요일 이렇게 합동기도회를 연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되자 새삼 주목받고 있는 곳이 중앙이슬람성원이다. 이날도 수많은 취재진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그래서인지 성원 관계자는 "평상시 5~600명이 가득 모여 계단까지 꽉 차는데 오늘은 취재진을 부담스럽게 생각한 신자들이 꽤 안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늦게 도착한 신자들은 바로 1층에 있는 '우두실'로 향했다. 기도들이기 전에 꼭 손과 발을 씻는 이슬람교 전통 의식을 일컬어 우두라고 한다. 이들은 예배에 늦지 않기 위해 물기 묻은 얼굴로 바삐 성원으로 올라갔다. 차도르를 걸친 여성들도 아이 손을 잡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빗나간 예상, '반전기도회'

21일 오후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인들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합동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21일 오후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인들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합동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세계 3대 종교답게 모여든 이들의 얼굴색도 다양했다. 인종과 국적이 달라도 하루에 5번 기도를 하는 것은 무슬림의 율법. 이날 금요기도회도 알라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고백하는 시간이었다. 이라크 전쟁이 터졌기 때문에 모든 무슬림들이 비장한 마음으로 '반전기도'를 하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아랍어와 영어에 이어 우리말로 낭송되는 기도문에도 '이라크전쟁'이라는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40여분간의 예배를 끝내고 나온 인도네시아인 아민(남, 24세)씨는 "낭송된 기도문에는 알라에 대한 간절한 믿음과 신의 가르침이 있었을 뿐 전쟁을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면서 "물론 전쟁에 강한 반감을 가진 신자들이 많을 테지만 그렇다고 오늘 예배가 취재진의 기대처럼 반전기도회로 비춰 질 순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기도는 기도고 반전은 반전'이라는 것이다. 신성한 성원에서 '전쟁', '후세인', '부시' 등의 용어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알라 앞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알라께서 주신 것'이라는 믿음이 곧 반전에 대한 신념일 것이다.

"형제애의 연민으로 우리는 후세인이 아닌 이라크 민중을 생각한다"

수단 출신의 알리(56세)씨는 "물론 마음속으로 이라크 사람들에 깊은 연민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예배는 하루 5번 하는 기도 중의 하나로써 무슬림이 꼭 지켜야할 의무(duty)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 모인 사람들은 시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등 국적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무슬림이라는 형제애를 가진 평화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어조로 미국을 비난하는 무슬림도 물론 있었다. 파키스탄 출신의 샤리크(남, 36세)씨는 "우리는 후세인이 아닌 이라크 민중을 지지하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한다"면서 "나는 모든 종교과 국적을 넘어 세계 모든 종교인들이 이라크 사람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앗살람 알라이쿰'이라는 말은 '당신 안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아랍어 인사말이다. 예배가 끝나고 악수를 하며 '앗살람 알라이쿰'의 인사말을 건네는 그들의 모습에서 성전(聖戰)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를 엿보기는 힘들었다. 다만 평등과 평화를 말하는 일상의 종교적 신념이 반전을 증명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인들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합동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중앙 이슬람 성원에 들어가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인들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합동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중앙 이슬람 성원에 들어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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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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