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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학위논문 자료를 제공하거나 논문을 컨설팅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는 드러내놓고 논문을 대필해 주겠다는 업체들도 있다. 이것은 학위논문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겠지만, 이로 인한 폐해는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돈을 받고 석·박사학위 논문을 대신 써 준 혐의로 논문 대행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차제에 관련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유사한 사건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필논문의 실태

대학가에 가보면 게시판이나 학생회관 할 것 없이 어디서나 학위논문 대행업체 선전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체 형태도 기업적인 곳이 있는가 하면, 개인이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자료제공 등의 명목으로 논문학기를 맞은 학생들에게 접근하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필 아르바이트를 제의하기도 한다고 한다.

대필 대행업체의 말을 따르면 대필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지도교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특수한 분야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학위논문 준비과정에서 통계처리 때문에 논문 컨설팅업체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이 정도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중에는 논문 전체의 대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며, 의뢰자의 연령, 수학동기,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요구하는 내용이나 수준이 다르다고 한다. 심한 경우 통계분석에서 시작하여 학문적 배경을 위한 관련 자료검색, 문항설계, 설문조사, 결과분석까지 확대되다 보면 정작 본인은 손도 안 대고 학위논문 한편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정작 학위논문 한편 써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런 논문에서 일정 수준의 연구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틀린 일이다. 심사위원들 또한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심사를 마치거나, 심지어 우수한 성적을 주고 논문을 통과시키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난센스도 이런 난센스가 없다.

논문대필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남이 써 준 논문으로 학위를 주고받는 이 같은 일은 대학으로서는 불명예이며, 학위논문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도 커다란 장애가 된다. 우리는 이런 치욕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대학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대필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을 해당 대학에 통보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 당국 역시 심사위원들에게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대학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부 신설 대학원이나 지방 대학 교직원들은 입시철만 되면 대학원생 모시기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 당장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니 수학능력을 따지는 일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보니 학위논문의 질적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보면 논문 대필은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논문의 대필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도 대학원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돈벌이를 위해 대학원 정원만 늘릴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여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 그리고 논문의 질적 향상을 위해 대학원 또는 특수대학원 전담 교수요원을 증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구 노력 없이 대학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논문 대필=자기 무덤 파는 행위’라는 인식 있어야

외국학위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할 때 논문 대필은 국내학위 소지자들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 점에서 필자는 논문 대필이 개인으로 보나 대학으로 보나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다.

학위논문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논문 대필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 대학은 대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숙고하고, 경쟁력 없는 대학이나 개인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인사 청탁’하면‘패가망신’이라고 강조했듯이, 나는‘학위논문 대필’하면‘학위 취소’라고 일러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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