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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산고 끝에 윤덕홍 대구대 총장이 교육인적자원 부총리에 임명되었다. 그동안 교육과 관련된 여러 세력들의 '자기 사람' 밀기와, 거기에 가세한 신문 방송의 경쟁적인 추측 보도로 교육·시민단체와 국민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과연 교육개혁 의지가 있는가'하며 의심하는 분노의 목소리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빗발치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 현장의 다양한 경험을 함께 가진 개혁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인물을 선택하고, 윤덕홍 교육부총리도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교육개혁 의지가 다시 확인되고 교육 주체들과 국민들에게 참된 교육개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게 된 점은 참으로 다행이다.

이화여고 교사로 출발하여 전문대 교수, 대구대 총장,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등의 다양한 이력만으로도 윤덕홍 장관이 화려한 경력들을 자랑했던 지금까지의 장관들과는 다른 철학과 방법으로 개혁을 해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특히, 대구대의 민주화를 이끌고 학교를 정상의 궤도에 올려놓는 경험을 가진 윤덕홍 장관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 중의 하나인 '사립학교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시대적 난제를 풀어 가는 데 매우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신임 윤덕홍 장관의 앞날이 그다지 순탄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교육부 내부관료들은 물론 교육부 산하기관, 교육행정기관, 초중고와 대학 등 교육계 곳곳에서 기득권을 누려 왔던 사람들이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총리가 앞으로 '교육개혁'과 '학교혁신', '공교육 정상화'라는 시대적인 과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려 한다면, 향후 교육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다음 몇 가지 정지작업을 취임 초에 확실히 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교육부 차관에는 개혁적인 인물이 임명되도록 해야 한다.

다른 부처에서는 개혁 장관 안정 차관이라는 기조로 인선이 되었지만, 교육부 차관은 초중등 학교 현장 경험이 있는 개혁적인 인물(교육부 내의 인물인 경우 개혁의지가 확인된 인물)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대학 개혁이나 인적자원 관련 업무는 교육부총리가 주로 관장하고 초중등 교육에 관해서는 초중등 교육을 잘 알고 있는 개혁적인 차관이 중심을 잡고 풀어 가는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교육부에서 내부에서 차관 후보를 찾더라도, 교사들과 함께 초중등 교육 개혁을 추진해보겠다는 관점을 가진 있는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중등 교육은 물론 대학교육 개혁까지, 21세기 한국의 백년대계를 새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개혁적인 장차관이 힘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교원단체는 물론 개혁적인 교육·시민단체 대표자들과 만나 교육개혁의 방향과 과제에 관한 광범위한 의견을 구해야 한다.

교육부총리가 취임하여 교육부 내 각 부서의 업무보고를 받느라 바쁘겠지만, 부내 업무 파악과 병행하여 교육부 밖의 개혁세력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고 교육부 개혁을 포함한 전체 교육개혁의 방향 설정을 함께 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새 교육부총리가 교육개혁을 성공시키려 한다면, 또다시 교육부 관료 조직에 개혁의 주도권을 내맡겨서는 안되며, 교육계 개혁세력들의 개혁 의지와 열정이 교육개혁의 추진력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현장 교사들의 절실한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교사(교수)들이 교육 혁신을 위한 노력을 주도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일선 교사들을 배제한 채 밀어부쳐지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미 확인하였다. 이제,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을 성공적으로 개혁하려면, 교육부총리부터 '교육개혁은 교사(학부모와 학생)들과 함께 해 나가겠다'는 관점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교육부총리가 올바른 교육 철학을 갖고, 현장 교사들을 개혁을 위한 동반자로 인정하며 그들의 요구와 주장에 귀기울일 때, 비로소 교사들은 스스로 나서서 학교를 혁신하고 교육활동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교육부가 강행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와 교육시장 개방 문제에 관해 교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향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넷째, 교육부 차관 인선에 이어질 일반행정직 인사에서 일대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일반직 인사의 쇄신을 위해 맨 먼저 할 일은 기획관리실장을 비롯하여 국과장들에 대한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하며, 이른바 진주마피아로 일컬어져 왔던 인맥이나 학연이 다시는 교육부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오랜 동안 교육부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일선 교사들이나 학교 현장의 의견을 묵살하면서 교육정책을 독점해 온 교육부 관료조직을 혁신하는 것이다.

인사의 쇄신은 일부 기득권을 누렸던 관료들에게는 고통이 될지 모르지만 대다수 교육부 공무원들에게는 새로운 각오로 교육개혁에 동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다섯째, 학교정책실장을 비롯한 전문직 국과장 인사 역시 쇄신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부 고위 전문직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서울 출신의 보수적인 교장들이 학연 과 인맥에 의해 임명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런 인물들은 일반행정직들이 교육정책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을 보고서도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했으며, 그 결과 교육부 일반직 공무원들이 교육부 전문직은 물론 현장 교사들을 무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교육 개혁을 꼭 성공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전문직 인사에서도 개혁적인 성향과 정책 추진력이 확인된 현장교사 출신(만일 교장이라면 최소한 자기 학교 안에서의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이 확인된) 인물이 임명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새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조직 이기주의를 떨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직 장관들은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 인사를 하는 순간부터 교육부 관료들에게 휩싸여 교육부 이기주의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교육부에서 취임 인사를 하는 순간부터 교육부만이 교육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교육부의 조직과 인원을 축소하는 등 과감한 개혁 조치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교육부총리는, 교육개혁을 위한 기구로서 교육혁신위원회가 구성되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하며, 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교육시민운동 세력들이 벌이는 아래로부터의 개혁 노력을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일곱째,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단위 학교까지를 간섭 통제하려 하는 잡화점식 교육부가 아니라 국가 수준에서 해야 할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작고 실속 있는 교육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육부의 모든 관료들이 일선 교사와 교수들의 교육적인 의견을 존중하고, 교육청과 학교(대학)에 최대의 자율권을 주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새로운 교육부 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독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이제, 교사(교수)·학부모·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숙고하여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총리가 현명하게 판단한다면, 수백명의 관료 조직의 힘이 아닌 수백만 명 교육주체들의 힘을 모아,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을 혁신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우리 교육이 참된 의미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

끝으로, 윤 부총리가 대통령과 5년의 임기를 함께 하고, 성공한 교육부총리로 퇴임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공감을 하시면 윤덕홍 부총리나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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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위원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좋은 소식을 널리 공유하고자 합니다. 오마이뉴스와 같이 일반인들의 관심사안들을 기사로 작성해 올릴 수 있는 매체가 정보화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믿고 새로운 흐름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전교조신문 등 신문을 만들면서 가졌던 감각으로 새로운 교육관련 소식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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