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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가 전면에 떠올랐다. 주한미군의 지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제기된 주한미군 재배치는 일부 우익들의 눈에는 분명 위기로 보여질 만하다. 그들의 입장에서 미군의 재배치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기 위한 전 단계라고밖에 보여지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은근히 그런 상황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작년 온 나라를 촛불로 일렁이게 만들었던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고로 커지기 시작한 한국 내 반미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북한의 위협이라는 케케묵은 협박을 아주 효과적인 무기로 만들 수 있는 카드인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겨서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주한 미군의 재배치에서 시작했다가 보다 그와는 별개인 문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미군이 순수하게 한국의 안보를 위해 존재한다면, 우익단체의 주장처럼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주한 미군의 존재는 다분히 미국의 국익이나 태평양 함대의 작전 활동, 나아가 대 중국, 대 러시아 견제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주한 미군의 철수는 곧바로 극동 아시아에서의 미군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작전방경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 군사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줄 자충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주한미군을 재배치 하려는 것일까? 기자는 여기서 북한군의 장거리 포병화력에 주목하고 싶다. 북한군은 막강한 포병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화력은 2차 대전 때 사용했던 낡은 무기들이다. 위력도 최신 화기에 비해 보잘 것 없고, 사정거리도 짧다.

그렇지만, 북한군은 야포외에도 방사포라는 것을 보유하고 있다. 방사포는 로켓탄 같은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화기로 보통 6문 이상을 연이어 발사할 수 있는 무기이다. 그와 유사한 장비로 우리 국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다연장포가 있다.

사정거리도 4km에서 프로그 미사일의 경우 70km까지 달한다. 북한군 군단 편제에는 각 군단마다 1개 다연장 여단을 편성하고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위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정도면 한강 이북의 대부분은 북한의 방사포 사정거리 내에 있다고 봐도 된다.

게다가 북한군의 방사포는 트럭이나 전차에 장착된 자주화 무기이다.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에 대포병화력이나 헬기 등 공중전력으로 제압하기에도 제한이 있다. 개전 초기 방사포 화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야포로 주요 지점을 타격할 경우, 한미 연합군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사실 북한군의 주 전력은 지상군이다. 지상군을 제외한 해, 공군의 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특히 해군은 잠수함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전력을 찾기 어렵고, 대부분은 소형 함정들이 차지하고 있다.
북한 지상군의 전력도 위협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 지상군 전투력의 대부분은 10명 정도에 달하는 특수부대가 차지한다.

물론 장비 면에서는 전차와 야포, 방사포 등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전차는 낡은 데다 장갑이 약하고 특히 후방이 취약하다. 야포 역시 위력이 떨어지고 사정거리가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전차 전력은 한국군이 보유한 막강한 헬기 전력에 의해 쉽게 제압당할 수 있고, 야포는 대 포병화력으로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이에 비해 방사포는 종심부 깊은 곳에서 한미 연합군을 타격하면서도 한미 연합군의 반격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전 초기 북한군의 포격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고, 방사포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미군은 쉽게 북한군을 제압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군은 바로 이점 때문에, 주한미군 전력을 후방으로 배치하려는 것이다.

최근 미군이 북한의 도발징후가 확실하다면 선제공격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 것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미 연합군이 가진 공중전력, 즉 전투기와 헬기 등으로 남침을 위해 노출돼 있는 북한군의 화력에 타격을 가 한다면, 조기에 승패를 결정지으면서도 피해는 최소화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은 10만명에 달한다는 특수전 전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마저도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의미가 없어진다.

바로 이런 전술적 필요 때문에,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어쩜 주한미군 재배치는 일석이조의 카드일 수도 있다. 전술적 필요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 기류에 효과적인 반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나라당 일부 의원 등 우익인사들이 ‘미군철수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여는 것을 보면서 미국 워싱턴과 펜타곤에서 누군가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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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전문 지식은 없습니다만 군에서 5년간 공보장교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군에 대한 자세한 것까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군의 공보체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군내에 지인이 몇사람 있습니다. 군사분야에서 좀더 활동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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