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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학교 비판글에 대한 학교측의 보복징계가 불러온 용화여고 사태가 10개월을 넘기며 장기화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26일에는 학교측이 허성혜 학생에게 사회봉사 재징계 처분을 내려 사태는 또 다시 악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일 새학기를 맞아 첫 등교를 한 성혜를 만나 그 동안의 얘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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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역 부근 찻집을 들어서는 성혜의 손에 다이어리가 들려 있다. 오늘 샀냐고 묻자 "고3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지난해 4월 성혜는 '교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교육청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교육청이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니까 학교 비리도 단속해주고, 친구 문제도 해결해주겠지라는 기대로 일부러 교육청 게시판에 올렸어요. 그런데 교육청이 학교 편만 들고 내 얘기는 들으려 하지도 않더라구요"라며 당시의 답답함을 토로한다.

성혜는 이 일로 지난 10여개월 동안 명예훼손 고소, 퇴학처분, 최근에는 사회봉사처분까지 학교로부터 각종 시달림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전학이나 자퇴를 생각해보지는 않았느냐고 하자 성혜는 그 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하나씩 열어보인다.

"처음엔 아빠도 걱정이 되셔서 학교에다 먼저 전학 얘기를 하셨어요. 그런데 그때는 학교에서 아무 피해 없을 거라고 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학교측이) 불리해지니까 전학 가라고 그래요. 그 동안 힘들었던 생각도 나고 학교에서도 자꾸 거짓말만 하고... 너무 억울했어요. 정말 오기가 생겨서 전학 못 가겠더라구요."

결국 성혜는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기 시작했다. 지금도 약 없이는 잠도 잘 자지 못한다. "선도위원회 선생님들이 다른 선생님이 시켜서 했냐고 자꾸 물어보고, 제가 무슨 줏대 없는 사람도 아닌데... 막 폭언도 하고, 반성문 쓰라고 강요하고... 그러니 나중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자겠더라구요."

하지만 성혜는 학교가 학생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독재자처럼 군림하려 든다면 언제라도 이를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학교의 권위적인 태도가 너무 맘에 안 들어요. 제발 학교가 학생을 주체적인 사람으로 인정해줬음 좋겠어요. 나중에라도 이런 문제가 또 생기면 저는 똑같이 할 거예요."

성혜는 지난 26일의 재징계에 대해서도 "제가 사회봉사를 하게 되면 잘못을 인정하게 된다"며 거부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같은 사안을 가지고 두 번이나 징계하는 것도 말이 안 돼요. 그 동안 징계 이유도 불경죄에서 형법상 유죄를 받은 학생, 개전의 정이 없는 자, 학교교원의 명예훼손으로 계속 바뀌었어요. 징계를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렇다고 전학 갈 의사도 없다. "저는 이 학교에서 꼭 졸업장을 받을 거예요. 제가 전학을 가면 도망가는 게 되잖아요?"

나중에 교사가 되고 싶다는 성혜는 "학생들을 강요하고 억압하는 권위적인 선생님보다 친구 같이 이해해주는 선생님이 되겠다"며 올해는 공부도 열심히 할 계획이란다.

더 이상 성혜의 웃음과 기대가 눈물과 절망으로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3년 3월 5일자(제2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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