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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로 자원봉사하는 김성문 관장
태권도로 자원봉사하는 김성문 관장
"대동강 얼음도 녹는다"는 우수가 지났지만, 나목 사이로 부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천혜의 자연 속에 둥지를 튼 석수동 안양보육원 농구장, 까치의 요란한 함성과 하모니를 이루며 일요일이지만 태권도 훈련이 한창이다.

"아니지, 아니지! 그 동작은?...하낫!", "어잇!" 사범의 구령에 따라 기압을 넣으며 날렵한 동작으로 원생들은 발 차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과장해도 말로는 다 못해요.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책임감도 강하지요. 선교에 뜻을 두고 태국 사이판 대만 등을 돌며 우리 나라 이미지를 좋게 부각시키는 숨은 외교사절이라고 봐요."

취재팀을 안내한 이정태 과장의 말이다.

김성문 (성문태권도체육관)관장은 태권도 6단, 프로태권도 4단. 킥복싱 4단. 프로격투기 4단. 합기도 3단으로 합이 21단인 운동에 있어서는 달인이다. 다섯 살 때부터 운동을 즐긴 그는 초등학교 때 핸드볼, 중학교 때는 야구에 열정을 불태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를 여의며, 잠시의 갈등과 방황은 태권도에 입문하는 동기가 되었다. 어려워진 형편으로 체육관에서 허드레 일을 도우며 소중하게 터득한 기술이기에 그의 가슴 언저리에는 늘 자신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보듬고 싶은 열정이 꿈틀거렸다.

격파시범 중인 안양 보육원생들.
격파시범 중인 안양 보육원생들.
출석하고 있는 성문교회의 담임 목사(허일용 한세대 교수)는 역동적인 것을 좋아했다. 그 기류를 타고 성문태권도시범단(95년 창설)을 창설하며 봉사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차량 등 물심양면으로 태권도시범단을 지원해 온 구정원 부 목사에게 자신의 오랜 숙원인 보육원생들을 지도하고픈 소신을 털어놓게 되며 안양 보육원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원생들이 상처를 받을까 염려되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발야구와 축구로 함께 뛰면서 점점 원생들과 친숙해 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영악한 원생들은 마음 문을 열기는커녕 "6개월쯤이면 포기하고 돌아갈 사람으로 자가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고 한다. 보육원 측에서도 흔히 그랬던 것처럼 '과연 얼마나 견딜까?' 우려하며 지켜보았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재원으로 뿌리를 깊이 내린 지 오래다.

이제는 운동하며 과감히 호통을 쳐도 원생들은 상처를 받기는커녕 믿고 따르며 마음을 터놓는 좋은 상담원이 되었다. 창단(1998년) 때부터 태권도를 접해 온 23명의 원생들 중 11명이 1품 심사에 합격했다.

김상민(중3)군은 "사범님은요 우리들의 애로사항이나 의견도 수렴해 주고 너무 좋아요. 태권도를 배우며 자신감과 용기가 생겨서 이젠 주먹이 센 친구들이 두렵지가 않아요"라며 만족해한다.

김성문 사범과 함께 훈련을 마친 보육원생들.
김성문 사범과 함께 훈련을 마친 보육원생들.
김 관장은 자원봉사로 태권도를 지도하면서도 단복이며 승급비용까지 한번도 보육원에 부담을 준 일이 없이 스스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태권도 팀인 원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50만원을, 대학진학 때는 100만원을 입학금으로 지원하며 격려해 준다.

모든 경비는 자비 또는 지인을 통한 후원금으로 충당해 오며 두 달에 한번 정도는 후원자들을 초청하여 원생들과 식사로 친분을 돈독히 하고 있다.

사지숙 원장은 "고생한 사람 중에는 남을 탓하며 악의에 찬 사람과, 힘겹게 살았기에 거듭나려고 도약하는 부류의 훌륭한 사람이 있지요. 김 관장은 고생을 발판 삼아 도약하는, 겉과 속이 똑 같은 진실하고 아주 귀한 젊은이지요"라며 찬사를 보낸다.

보육원의 태권도 훈련은 추운 겨울에는 워밍업으로 몸을 풀며 야외 훈련이 가능 하지만, 눈비 오는 날이나 태양이 이글대는 여름에는 사실상 곤란하다. 그럴 때면 김 관장은 원생들을 차에 태워 체육관으로 이동한다.

여름밤에는 캠프파이어와 성탄 축제 때는 격파시범 하는 것을 팀원들은 무척 좋아한다. 그가 일요일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원생들을 위한 외국인 영어교육 등으로 조정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태권도본부 산하 경기지부 단원이며 안양지회장이다.

태권도선교동아리 사범으로 성결대학교(2000년)에서도 학생들의 요청을 받아 16명을 대상으로 봉사를 시작했지만, 선교활동 시 교수들이 지원에 나설 만큼 학교측에서도 인정받는 공식 사범이다.

성결대의 태권도 동아리는 총학생회장을 비롯해서 신학계열회장과 동아리회장 체육과대표 등 45명(군 입대 포함)의 막강한 팀으로 발전했다.

김성문 관장의 이력은 바쁜 만큼 찬란하다. 해외 유명 연예인 방한시 경호는 물론, '태권도 한마당 멀리차기'부문 연속 2회 우승과 '왕중왕 격파' 부문 우승의 영광을 거머쥐고 일본 단기 태권도시범단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다.

유아체육교사 2급자격증을 소유한 그는 보육시설에 출강도 하며 고려대학교 태권도시범단원이지만, 틈틈이 방송통신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고등부 2명으로 창설된 성문태권도시범단은 지금은 20명이 팀웍을 이뤄 국내외에서 활약해 오고 있다. 팀원들의 활동은 태권도 개인 격파와 태권도 율동선교를 위한 드라마로 이어진다.

김 관장은 태권도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배우를 능가할 수준이라고 한다. 배경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면 그는 도복 차림으로 대형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서 쓰러지는 예수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넋을 잃고 바라보던 관중들은 연기에 매료되어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며 눈물을 줄줄 흘린다고 한다.

이 팀에는 유일하게 안양 보육원의 성문여고 3학년인 안정순(태권도2단)양이 4년째 합류하고 있다. 안정순양은 반듯하고 학업성적도 1.2위를 다툴 만큼 우수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문예회관 (경기도 내 보육원생)과 서울 뚝섬공원 (정신지체 장애아) 영등포 교도소. 안양문예회관(경로위안잔치). 평촌 중앙공원 (부부축제). 수원 매원중학교 (축제)... 등등 16차 시범에 참가 인원만도 수백 명부터 수천 명에 이르기까지 감동을 주고 있다.

세계선교에는 워십과 찬양이 추가된다. 찬양이나 언어적 설교는 쉽게 식상하지만, 태권도는 관중 동원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이 잘 모이지 않는 대만에서조차 발차기만 해도 구름떼처럼 구경꾼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는 품새도 개발하며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특수훈련으로 봉사하는 게 꿈이다. 일반인이 한 달에 소화할 훈련을 수년이 걸려도 좋다. 스킨십으로 사랑을 전하며 '이 얏!' 기압소리만으로 라도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고 싶은 게 소망이다.

그는 "제가 스승을 잘 만났듯이 사범인 제자들만이라도 이 일에 동참했으면 해요. 차 한 잔 마실 시간조차 없이 바쁘지만, 태권도로 봉사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수줍은 듯 앳된 홍안에는 옅은 미소가 스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 볼런티어'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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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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