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고 쓰여진 태극기가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고 쓰여진 태극기가 눈길을 끈다. ⓒ 김해영
우습게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일보에서 저 사진을 보면 "감히 신성한 태극기에 낙서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목에 핏줄을 세우고 대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라는 단어를 보면서 지난 49제 추보 집회 때 대한문 정문 앞에서 여고생들이 목소리 높여서 외치던 독립선언문 "우리는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독립국이며 자유 주권국가임을 선언합니다."(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자유민임과 독립국임은 선포하노라를 현대말로 고침) 귀절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그 앞에 서있는 100여명 남짓한 인원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서글픔을 느꼈습니다.

불과 두 달전 12월 14일과 21일 그리고 31일에는 광화문 한복판을 뒤엎는 인파에 미군의 살인 만행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습니다. 저 또한 그때 55년만에 서보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함성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에는 그저 백여명이 모여서 아직 촛불이 꺼졌다 말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을 뿐입니다.

사회자는 3월 1일에 전국민이 다시 모여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자고 말을 맺으며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촛불 시위를 마쳤습니다.

집회가 끝나고도 사람들은 무엇인가 아쉬워 한동안 현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한시간 남짓 벌여진 촛불 시위를 보면서 아직 싸움을 끝났다 말하지 말라는 사회자의 이야기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오는 3월 1일에는 시청 앞에서 "반미감정 확산 저지와 주한미군 철수 저지, 김정일 타고를 위한 국민대회"가 열린다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그 자리에 오시는 분들이 얼마나 이 사건의 앞뒤 사정과 진실을 알고 오실 지, 지난 2월 반미감정확산저지 구국기도회에 다녀오셨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시던 환갑이 넘은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난 그저 머리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골에 내려가서 아버님을 만나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사진도 여러 장 뽑아가고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에 기사도 좀 뽑아서 증거로 보여 드려야겠습니다. 정작 당신은 6.25때 가족을 미군에게 잃으셨으면서도 미군이 없으면 우리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진 아버지께 이제는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말씀이라도 드리고 안심 시켜드리고 싶을 따름입니다.

93번째 맞이한 촛불 시위현장에서 '아직 대한민국의 양심과 자주의 촛불을 꺼지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8일 그리고 3월 1일 아직 꺼지지 않은 촛불 시위의 현장에 여러분들도 동참하시면 어떨까요?

집회장 주변에는 윤금희씨 살해사건과 전동록씨 사망사건등 미군 관련 범죄사진이 같이 전시가 되어 있었다.
집회장 주변에는 윤금희씨 살해사건과 전동록씨 사망사건등 미군 관련 범죄사진이 같이 전시가 되어 있었다. ⓒ 김해영
모금함 옆에는 대구참사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모금함 옆에는 대구참사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 김해영
촛불을 바라보는 어린 학생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촛불을 바라보는 어린 학생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 김해영
93일째 빠지지않고 나오시는 광화문 할아버지 "오늘 감기가 들려서 목소리가 잠겼는데 여기서 감기 좀 떼어버리고 가야 겠다"고 말문을 열어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93일째 빠지지않고 나오시는 광화문 할아버지 "오늘 감기가 들려서 목소리가 잠겼는데 여기서 감기 좀 떼어버리고 가야 겠다"고 말문을 열어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 김해영
양복차림의 직장인이 연설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양복차림의 직장인이 연설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 김해영
가족과 함께 나온 어린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가족과 함께 나온 어린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 김해영
93번째 촛불 집회에는 약 100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참석했다.
93번째 촛불 집회에는 약 100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참석했다. ⓒ 김해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소개기자소개기자소개 기자소개기자소개기자소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