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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이유가 무엇일까?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책이기에 책장을 펼쳐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박노자’라는 이방인이면서 한국인인 한 한국학자의 논리적이고 명쾌한 우리 사회 분석에 놀라움과 통감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 박노자는 러시아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다가 좀더 한국을 알고 싶어 한국의 대학을 다니고, 결국 한국인으로 귀화하여 노르웨이의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한국과 매우 인연이 깊은 학자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동안 이방인으로서 한국의 사상과 문화, 사회 모습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공부하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주목하여, 애정 어린 비판의 시각으로 부조리 현상의 원인을 분석한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에는 북한에 대한 왜곡되고 편견에 사로잡힌 우리의 시각들이 신랄하게 묘사되어 있다. 북한을 원조의 대상이나 질시의 대상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편견에 대해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북한이 원조나 비하, 질시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로서 인식 될 때,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길이 더 가까이 올 수 있다고.

한국의 군대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학을 하는 학자다운 예리한 분석을 한다. 강제 의무제인 한국의 군대가 한국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조금은 과격한 견해로 보일 수도 있는 그런 분석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군대에서 난무하는 폭력과 권위적 상하 체계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내려져 있어,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극복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힌다.

물론 이러한 발언은 군대 얘기만 나오면, 다녀 왔든 그렇지 않았든 할 말이 많은 우리 나라 남성들의 입을 통해서는 좀체로 불거져 나오기 어려운 예민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 글의 저자가 이방인인 덕분에 오히려 좀더 자유롭고 정직하게 이와 같은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지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지적들은 정말로 날카롭고 한편으론 자기 살을 도려내는 듯이 가슴 아프다. 왜냐하면 우리들도 정말 잘 알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순들을 너무나 냉정하게 그려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대주의와 동남아 민족에 대한 멸시가 공존하는 사회, 교수들이 엄청난 특권층으로 군림하고 있는 사회, 국가와 민족을 앞세워 단체적이고 집단적인 이기심을 갖고 있는 사회가 바로 그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들은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물론 그러한 해결의 과정들이 매우 어려운 것또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조금씩 노력해 나가는 움직임이 있다면, 변화한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초상을 그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쏟아질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한겨레출판(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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