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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15일 설악산 계곡
2003년 2월15일 설악산 계곡 ⓒ 송춘희
도시를 떠나 설악의 계곡에서, 눈 덮인 산에서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지만 이름 모를 곳에서의 이색먹거리도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설악을 찾으면 대부분 속초에 들러 회 한 접시 먹고 동해바다를 감상하지만 이번에는 설악의 맛있는 곳을 찾아 이색 여행을 즐겨봄이 어떨지.

설악산 근처 관광지나 국립공원내의 음식점에는 감자전이나 각종나물로 만든 비빔밥 또는 된장찌개가 가장 흔한 음식이다. 여행의 피로도 슬며시 시작되고 몇 번의 감자전과 나물에 싫증이 날 무렵 속초공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기와집 죽향 메밀국수'를 찾아 가보라.

설악산에 들렀다가 속초에 나오는 일이 있을 때 한 번쯤 들러도 좋은 곳인 것 같다. 기와집이란 이름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죽향이란 이름을 붙인 데는 뭔가 사연이 있을 듯 싶어 그곳을 찾았다. 기와지붕으로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시골 기와집의 마당 앞에는 이 집에서 기르는 대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문지방을 열고 들어서면 식당의 내부가 한 눈에 들어온다.

KBS 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에도 방영된 바 있는 이 집의 메밀국수는 메밀에 대나무 엑기스를 추가하여 '죽향메밀국수'를 국내최초로 개발하였다. 향기가 좋고 면발이 쫄깃하다. 대나무로 만든 쫄깃한 면을 이 집만의 특성을 지닌 시원하고 짜릿한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다. 주인이 큰 대접에 내어놓은 맑은 동치미 국물을 매콤하고 단맛이 도는 양념이 버무려진 국수에 넣어 먹는다. 지하동굴에서 보관된 동치미 국물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만큼 개운하다.

기와집의 메뉴

1. 죽향메밀국수 -4000원
메밀에 대나무 액기스를 추가하여 만든 국수. 면발이 쫄깃하고 동치미 국물이 무척 시원하다.

2. 메밀전병 -4000원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하여 얇게 편 뒤 갓김치와 갖은 양념을 한 뒤 둥글게 말아 접시에 담아 준다.
정선이 고향인 이 집의 주방장인 김지영 할머니가 옛날 친정에서 별미로 손님에게 대접하던 음식이라고 한다.

3. 감자전-5000원
밭에서 재배한 감자를 갈아 부추 ,당근 등을 넣어 내어온다.

4. 가마솥 죽향 수육-15000원-
메밀국수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음식이다.
돼지고기의 가장 좋은 부위를 골라 가마솥에 넣고 12가지 이상의 재료를 넣고 삶아낸다.
대나무가 담긴 냄비에 대나무 잎을 깔고 그 위에 고기를 얹은 다음 표고버섯을 올리고 데워 낸다.
표고버섯을 올리는 이유는 돼지고기가 표고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양 정암리 기와집메밀국수
전화; 033)671-4887
메밀국수를 기다리는 동안 온돌방 내부 벽면을 둘러보면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써 붙여둔 덕담으로 가득하다. A4용지 만한 갱지에 연인끼리, 가족끼리, 이 집의 맛을 칭송하여 쓴 한 장 한 장의 글들을 감상하는 것도 이곳의 멋이다. '이 집 메밀국수 너무 맛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누구누구 다녀가다..'에서부터'할머니 품 속 같은 기와집, 어머니 손 맛 같은 메밀국수...행복은 이런 것이랍니다' '어머니 칠순을 축하드립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등 시를 쓴 사람도 있고 그냥 일기를 쓴 사람도 있고 기념되는 덕담을 쓴 이도 있지만 한결같이 유쾌한 글이다. 맛있는 음식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으니 절로 즐거운 얘기가 나올밖에.

이곳의 메밀국수와 메밀전병을 먹고 시골 한옥 같은 마당으로 나오면 커피대신 대나무 향이 가득한 차를 주인이 권한다. 둥글레 차 맛 같기도 한 이 대나무 차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으면 옆에서 속초의 파도소리가 귀를 철썩이며 하루해를 보내는 소리가 들린다.

기와집 앞마당의 죽향 차
기와집 앞마당의 죽향 차 ⓒ 송춘희
노을이 아름답게 질 무렵 이곳에 서 있으면 도시의 생활과 일상사의 사소한 고통이 저만치 달아나는 듯하다. 대나무 차는 향기가 강하지도 않고 따뜻하고 순한 맛이 메밀국수의 맛과 무척 잘 어울린다. 봄이면 텃밭이 있는 곳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 수도 있고, 겨울이면 간이 썰매장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이곳에서 시골인심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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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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