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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센터 동구 문창인(좌) 북구 박종민씨(우)
자원봉사센터 동구 문창인(좌) 북구 박종민씨(우) ⓒ 이국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 하나도 가누지 못하면서 무슨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고 한다. 또한 자원봉사를 삶의 일상 과정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그는 자원봉사에 대해 "내가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쉽고 편한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씨는 미국에서 도입된 '자원봉사'라는 개념이 그 동안 수용 과정에서 왜곡되어 표출된 것에 원인을 찾고 있다. 종교적인 도덕적 책무로 인식하거나 돈 있는 사람들이 시혜를 베푸는 방식이었다는 것. 힘과 권력이 있는 일방이 그렇지 못하는 일방에게 수직적으로 펼쳤던 것이 '자원봉사'를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말하면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나 장애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것, 수용시설 보호자를 돌보는 것으로 대상을 '협소'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지나친 '엄숙'을 강요했다는 것.

동구 자원봉사센터 문창인(33)씨는 "그 동안 우리는 새마을운동에 동원 당한 경험밖에 없었다"며 국민들은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동원 당해야 했던 것"이 부정적 인식을 싹 트게 했다고 얘기한다. 역대 권위주의 정권이 '반상회'를 사회통제 기제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라는 것. 자원봉사자에 대해 "저 사람 혹시 구 의원 나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과정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는 여전히 살아있다"

사실 '자원봉사'의 개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콩 한쪽도 나눠 먹는 나눔과 참여의 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을 공동 일에 너도나도 힘을 모으고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 댁이 있다면 자기일 같이 찾아 가 뵙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그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가장 필요로 하는 일에 자신이 쓰이길 바란다고 한다.(남구센터 이윤석씨)
자원봉사자들은 가장 필요로 하는 일에 자신이 쓰이길 바란다고 한다.(남구센터 이윤석씨) ⓒ 이국언
자원봉사센터 운영진들은 이런 정신은 아직도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풍부한 에너지원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보여준 월드컵 응원열기와 들불처럼 번진 촛불시위가 그것이고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의 힘이 그것이라는 것. 특히 광주는 5·18이라는 중요한 경험적 일체감을 갖고 있다는 것. 이 힘과 넘치는 에너지를 생활문화로 되살려 내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 라고 말한다.

자원봉사의 힘은 실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큰 역할로 자리하고 있다. 문창인씨는 "만약 자율방범대나 교통정리 하는 분들이 없다면 시민들이 느끼는 치안불안과 안전요인은 그 만큼 크고 경찰력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아파트 부녀회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부분의 비인가 사회복지 시설은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면 당장 운영이 어려울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월 1∼2차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은 400여만명. 성인인구의 약 16%가 참여하고 있다. 자치단체 또한 전담부서의 설치와 함께 자원봉사센터를 설립하고 지원조례 제정하는 곳이 꾸준히 늘어나 2000년 12월 현재 181개 자치단체에 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되었고 등록봉사자가 100만에 이르고 있다. 광주의 경우 2001년에 들어서야 겨우 자원봉사의 조직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일상적인 것'의 힘

자원봉사의 주력부대는 아직까지 30∼40대 아주머니들. 아이들을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보내고 나면 이때서야 가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남구 자원봉사센터 이윤식(36)씨는 "처음 문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허 하다는 얘기가 많다"고 한다. 한 아주머니는 "그 동안 미장원 일만 하며 돈만 벌어 왔는데 왠지 삶이 허전하다"며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뭔가 의미 있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는 것. 그녀는 자신이 가진 미용기술로 지금 새 삶을 설계하고 있다고 한다.

기아자동차와 학교급식소에서 남은 음식을 수거해 독거 어르신이나 장애인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해 오고 있는 김영춘(50)씨.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없이 살아왔던 것이 동기가 됐다고 한다. 벼나 보리 이삭을 주워 '돌 반 나락 반'인 것을 골라 자신을 키워 온 어머니가 생각났다는 것.

건축 일을 하는 그는 처음 주위로부터 "자네도 살기 어려운데 뭔 봉사냐"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번만 경험해 보면 그 맛을 안다"고 했다. 생계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손 안 벌리고 사는 것에 만족하고 시작한 것이 지금은 "그 요일 그 시간만 기다리는 할머니들이 있어 자기 일이 있다고 해서 안 할 수도 없는 형편"이 되었다고. 그는 "할머니들이 내 자식처럼 따듯이 맞이해 주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고 한다.

광주시 자원봉사센터 연락처

동구센터 - 서석동 31번지 228-1365 (동구청 2층)
서구센터 - 금호동 789번지 654-4311 (서구문화센터 1층)
남구센터 - 월산동 31-2번지 369-1365 (구 월산1동사무소)
북구센터 - 문흥동 1009-1번지 269-0284 (북구청소년수련관)
광산구센터 - 우산동 1588-2번지 952-8586 (농협광주지역본부 6층)
여성발전센터 - 치평동 1162번지 383-5758 (상무지구시민공원 내)
초등학교 교장을 정년 퇴직한 김석기(66)씨는 북구 오치 사회복지관에서 초등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고 있다. 또 광주공원 노인복지회관에서는 한글반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퇴직을 앞두고 할 일이 없으면 답답할 것 같아 시작했는데 지금은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보다 더 보람을 느낀다며 세월도 더 잘 가고 더 즐겁다고 했다. 그는 자원봉사에 대해 "나도 즐겁고 받는 사람도 즐거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운동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일상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작고 하찮게 보이지만 이런 작은 힘들이 모여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여성자씨는 장애시설 봉사활동에 가끔 자녀와 함께 하고 있다. 그녀는 "더불어 사는 것이 뭔지 알았다"는 자녀의 말이 더 없이 뿌듯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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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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