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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독면 시위,  이상옥 개혁당원
방독면 시위, 이상옥 개혁당원 ⓒ 김용한
"숨이 막혀 죽겠네!" 방독면 시위

중앙지하상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재개발 문제가 대구시와 비상대책위 상인(제3지구)간의 팽팽한 긴장과 대결 구도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관리권이 대구시설관리공단에서 D실업에 넘어갔지만, 여전히 상인들의 볼멘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D실업의 한 관계자는 "상인들이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으니 우리도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들의 어려움도 알아달라고 호소하지만, 정작 어려움을 당하는 상인들은 "갈때까지 갔다"면서 생존권 사수투쟁에 온 힘을 기울인다.

촛불시위에 이어 방독면까지 준비한 채 환기구를 막고 서있는 대구시의 행정과 D실업에 항의의 몸짓을 보이지만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뿐이다.

D실업의 관계자는 "우리도 오랫동안 인내하였다"고 언급을 하면서 "우리도 자구적인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이다"고 해명한다.

"이곳은 불법공동구역입니다"
"이곳은 불법공동구역입니다" ⓒ 김용한
"밝고 맑고 깨끗하며 여유로운 지하보도?"

"새로 탄생하는 지하공간 프리몰은 최신 공기조화 설비와 완벽한 방재설비를 갖추어 밝고 맑고 깨끗하며 여유로운 지하보도를 시민 여러분께 제공합니다"라고 씌어있다.

1인 시위(2. 10)에 나선 이상옥씨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막힌 환기구로 고통받는 상인들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다양한 몸짓으로 인간의 절규하는 모습을 표현해 냈다.

시민들은 너도나도 구경을 하고 있고, D실업 직원들은 제지를 하고 나서지만, 이를 지켜보던 한 상인은 "당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곳은 도로인데, 왜 1인시위 하는 것을 방해하느냐"며 역성을 내며 맞선다.

숨막히는 지하상가, 방독면 필수품
숨막히는 지하상가, 방독면 필수품 ⓒ 김용한
불법공동구역의 의미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방독면을 한 이상옥씨는 재개발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인들의 상가(제3지구)를 돌면서 개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D실업으로부터 재개발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기가 중단되고, 단전되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하상가는 격등운영으로 에너지 절약운동에 선두주자가 된 셈이다.

상인들도 자구적인 노력에 의해 각 점포마다 비상등을 준비하고, 밧데리로 전등을 켠 채 상점을 운영하며 싸워 나가고 있다. 과연 상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지하개발 사업에 이권이 개입하고, 서울업체에 특혜를 부여하며, 대구시가 불법사업을 방조한 것이라면 그 책임은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대구시는 여전히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했다"며 불법특혜, 행정판단 착오, 토착비리 등에는 분명한 불수용의사를 표현하면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식의 눈치이다.

근조, 대구

상인들의 마음과 분노가 함축되어 담겨진 청사초롱인 것 같다.

"상인들의 표현이 좀 지나친 것일까?", "상인들의 이기심과 자기 밥그릇 싸움은 아닐까?".

어쨌든 서로간의 시시비비는 분명하게 가려져야 할 것 같다. 대구시는 법적으로 여러 차례 상인들이 주장한 부분이 기각된 바 있다면서, 대구시가 행한 민투법에 있어서는 판단을 보류하자는 눈치이다. 상인들은 그나저나 열불이 나는 눈치이다. "장사하랴, 시위하랴" 정말 속이 타는 듯한 표정이다. 오랫동안 지역의 현안 이슈였음에도 언론이나 지역의회, 국회의원들 조차도 관심조차 없다. 아마도 별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죽은 대구(근조)'라는 표현에 걸맞지 않게 오랜만에 지하상가는 호황을 누린다. 문제가 불거진 제3지구 상인들은 "졸지에 3지구가 전국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명물상가로 불리울 정도로 시민들 사이에 많이 알려졌다"며 울음반 웃음반의 농담섞인 말을 내뱉는다.

상인들은 '불법특혜 저지위한 특별세일'을 벌이고 있다. 한 상인은 "죽기살기로 싸울 것이고, 대구시의 불법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며 한숨을 내쉰다.

낙서판, "병역기피(?), 맞고요"
낙서판, "병역기피(?), 맞고요" ⓒ 김용한
낙서의 의미는?

온통 낙서판이다. 상인들의 불만이 표출된 곳이기도 하다. 상인들은 그동안 침묵 속에 붙였던 대구시장의 '병역비리(?)'를 거론하며 여론화시키려고 한다. 대구시장의 심기가 불편할 정도로 여기 저기 성토의 글들이 난무한다. 전임 시장이 벌여놓은 사업을 민선3기를 맞이한 조 시장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져버렸다.

일찍 지하상가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불이 크게 난 상태라서 앞으로 가기도 그렇고, 뒷걸음질치기도 어려운 상황인 듯 갈팡질팡이다. 사업을 재거론하자니 대구시에 먹칠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법의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난색을 표명한다. 서로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다보니 합의점 찾기란 쉽지 않다.

대구시는 오히려 자신들의 물러서는 것은 바로 "상인들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이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이다"는 논리로 맞선다. 상인들 역시, "상인들과 시민들의 여론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서울 업체에 특혜를 주어 상인들만 골병들게 만들었다"며 불만을 내색한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모든 것을 시민들의 몫으로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얽히고 설킨 문제들이 많은 것 같다. D실업 자체도 "대구시가 모든 공사를 완전하게 하지 않은 채 떠넘겨 준 것이 못마땅하다"는 눈치이다.

춤추는 인형, "무슨 할말이..."
춤추는 인형, "무슨 할말이..." ⓒ 김용한
인형도 한 몫

인형까지 상인들의 시위를 도와준다. "시장이 기가 막히단다"는 글귀처럼 상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 듯 하다.

상인들은 "대구시가 D실업에 모든 문제를 전가한 채, 시민들의 편의공간인 지하상가에 단전, 단열, 단수 등의 조치로 상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한 목소리를 낸다. 상인들은 시간이 날 적마다 심심치않게 말못하는 인형에 자동스위치를 눌러된다. 인형은 자유자재로 춤을 추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상인들과 대구시, D실업의 싸움은 쉽사리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언제 진실이 규명되고, 잘못이 가려질런지는 모르지만 상인들은 대구시와 맞서 오늘도 끊임없이 지하상가를 지켜내고 있다. 올들어 처음 개최되는 의회기간에도 중앙지하상가 문제가 다뤄질지 의문이다.

아직도 대구시청 앞에는 상인들이 쳐놓은 천막과 검은 천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언제 끝날 싸움인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안개 속에 쌓여진 문제처럼 세월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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