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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화 비평서를 낸 김진수 씨.
시사만화 비평서를 낸 김진수 씨.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런 이유 때문에 시사만화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이 기사나 글에 비해서 훨씬 더 높은지도 모른다. 이런 탓에 김씨는 시사만화의 본격적인 비평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가 발간한 <니들이 정치를 알아?>는 2000년부터 최근의 시사만화를 비교 분석한 것으로, 같은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지는 본질적 이유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한국에서 시사만화가 등장한 것은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서다. 바로 이도영의 삽화가 그것이다. 역사로 치자면 무려 93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 변변한 시사만화 비평서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니들이 정치를 알아?>는 의미있는 작업임에 틀림없다.

김씨는 이미 2001년 8월 조선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시사만화에 나타난 정치지도자 연구'라는 주제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또 KBC의 '현장리포트 사람세상'에서 '김진수의 만평세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디어오늘>에서도 2개월 간 '김진수의 시사만화 읽기'를 연재하면서 시사만화 비평가로서 대외적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니들이 정치를 알어?>의 저자 김진수씨의 시사만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 시사만화에 대한 비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4년전 김대중 대통령의 신년사가 발표된 이후 우연히 호남과 영남의 시사만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대통령 신년사라는 동일한 내용을 다룬 시사만화인데 호남 지역의 시사만화의 경우 '기대가 된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반면 영남지역 신문들의 시사만화는 '또 거짓말한다'는 부정적인 뉘앙스였다.

단순히 지역정서 때문에 다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사만화가들이 단지 활동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이처럼 상이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당연한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평가가 왜 이렇게 상이하며, 그 이유는 무엇이고,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 시사만화에 대한 비평을 시작한 계기가 된 것 같다."

@ADTOP6@
- 시사만화를 주제로 해 학위논문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지난 2001년 8월 조선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시사만화에 나타난 정치지도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작성하던 시기는 3김씨가 여전히 한국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던 때였다. 정치적 영향력에 비례해 시사만화에 등장하는 횟수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조사해 보니 그랬다.

하지만 시사만화에 등장했다는 것은 그러나 그만큼 비판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사만화의 내용이 주로 비판적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사만화에 등장하지 않는 정치인은 그만큼 영향력이 없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시사만화에 등장하는 횟수는 너무 많아도, 너무 없어도 문제라고 생각된다."

- 시사만화 연구자로서 현재 한국의 시사만화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나라 시사만화계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근본적으로는 시사만화에 주어진 거의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를 안이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시사만화가에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이유는 만화도 다른 예술작품처럼 고도의 정신적인 창작물로 간주되기 때문일 것이다.

시사만화가 고도의 정신적 창작물이라는데 동의한다면, 정치·사회문제를 주로 다루게 되는 시사만화에는 이 사회를 보는 시사만화가의 냉철한 철학과 소신이 담겨 있어야 하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타났다시피 요즘의 시사만화는 자신의 철학이 담겨 있다기보다는 소속사의 이해관계에 연연해 시대정신에 반하는 내용을 다루거나,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내용을 다루는 등의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사만화가가 한 사람의 자유로운 작가로 인정되기보다는 신문사에 소속된 한 명의 직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시사만화가가 소속사의 편집 논조와 다른 시사만화를 그릴 수 있겠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래야 한다'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은 가치 있는 일이다. 한국 언론은 지금 시민사회로부터 엄청난 변화 요구를 받고 있다. 소속 회사의 논조를 걱정하기 전에 시사만화가들이 먼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왜 시사만화가가 '편집국장'의 의도를 따라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나? 한 사람의 앞선 시사만화가가 두꺼운 벽에 둘러 쌓인 편집국장에게 자극을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니들이 정치를 알아?> 표지.
<니들이 정치를 알아?> 표지.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시사만화를 읽으면서 독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만화라는 기호는 쉽다. 글을 몰라도 그림을 보면 이해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는 쉬우나 시사만화는 어렵다. 사실 많은 독자들이 시사만화를 보지만 그 시사만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시사만화는 시사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화의 특징인 압축, 과장, 생략 등의 기법이 사용됨으로써 더욱 난해한 작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사만화가 시사문제에 집착해 어렵기만 하다면 독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독자로부터 외면받는 시사만화는 존재 이유가 없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어떻게 사안의 정곡을 찔러주는 작품을 그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항상 시사만화가들의 고민거리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시사만화를 잘 이해하려면 시사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외교문제를 다룬 시사만화를 이해하려면 외교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필수적인 것 아닌가. 사실 시사만화는 그날 그날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시사만화만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큰 공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시사만화가가 되려는 사람은 어떤 재능이 있어야 할까.
"우선 시사만화란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그림이라는 방식을 통해 표현하게 되므로 그림실력이 있어야겠다.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시사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어떤 사안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 정립돼 있으면 보다 당당하게 자신있는 작품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시사만화가에게 요구되는 두번째 자질은 무엇보다 폭넓은 독서와 다양한 현실 경험을 통해 그 능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사만화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은 다른 소설가나 음악가, 미술가와 마찬가지로 창의력일 것이다. 창의력 문제는 긴 말이 필요없다. 개인적으로는 시사만화가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능력은 바로 이 창의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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