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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경북 울진군 근남면 등 동서해안 지역 4곳을 방사선핵폐기물 처리시설 후보지로 지정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이 크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기자는 먼저 핵발전정책을 기본으로 한 에너지 공급 정책에 정부가 환경과 미래를 지키는 관점에서 진지한 성찰을 해줄 것을 당부하며 정부가 지난 94년, 99년, 2000년 세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처, 산업자원부 장관 명의로 울진군에 보낸 공문에서 '울진 지역은 더 이상의 방사성폐기물 부지 확보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사실을 정면으로 뒤엎는 울진군 후보지 포함 결정에 유감의 뜻을 전한다.

정부 스스로 국민과 지역 주민에 한 약속을 저버리고, 힘없는 지역민을 볼모로 핵에너지 정책을 유지하려는 관료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자는 일선 취재 기자이자 언론운동단체 관계자로서 4일 경기도 과천정부종합청사 산업자원부 기자실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한다.

기자는 이날 오후 4시에 산자부 출입기자실에서 있은 핵 폐기물장 후보지 선정 발표 기자회견에 취재를 갔다. 취재전 오후 2시경 산자부 공보관실에 전화를 해서 기자회견 일정을 확인한 후 취재에 임했다. 기자는 소속 매체명을 밝히고 문의했고, 공보관실의 한 직원은 '기자회견은 오후 4시'라고 말했다. '출입기자단 외에 취재는 안 된다'는 주문은 없었다.

산자부 기자실에서의 기자회견은 4시경 시작됐다. 산자부 배성기 에너지산업심의관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후보지 선정 사실을 발표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 역시 질문 한 가지를 했다.

▲ 배성기 산자부 에너지산업심의관(왼쪽) 등 산자부 관계자들이 4일 오후 산자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시민의신문 양계탁
"지난 94년, 99년, 2000년 세 차례에 걸쳐 정부가 울진군에 더 이상 핵 폐기장을 짓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내 약속을 하고서는 이번에 울진군을 핵폐기물처리장 후보지로 선정했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뒤엎는 일이 아닌가?"

배성기 심의관이 답변을 했으나 미흡하다고 판단한 기자는 재차 보충 질문을 했다. 보충 답변까지 끝나고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한 사람이 기자를 제지했다. 다음은 이때 대화 내용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산업자원부 윤00공보관)"
"000신문입니다(기자)."
"어디라고요? 출입기자가 아니면 나가주세요(산자부 윤00공보관)."

취재중인 기자를 제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산자부 공보관 윤모씨였다. 취재를 제지당한 기자는 항의를 했다.

"공개브리핑에 취재중인 기자를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이게 어떤 사안인가? 대단히 중요한 사안 아닌가?(기자)"

기자와 산자부 공보관 사이에 설전이 이어지면서 언성이 높아지자 취재중인 타 출입기자단이 '조용히 하라'고 요구했다. 기자는 뒷부분 취재를 못한 채 일단 취재를 마무리하고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산자부 공보관은 기자를 공보관실로 안내했고, 대화가 계속됐다.

"왜 공개브리핑에서 취재중인 기자를 제지하는가?(기자)"
"공보관실에서 출입허용을 받지 않고 출입기자도 아닌데 취재를 해서는 안된다(공보관)"
"출입기자단의 폐해를 모르는가? 공개된 기자회견 취재를 제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전에 전화했지만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다. 공개 기자회견 아닌가?(기자)"
"언제 공보관실에 전화했나?(공보관실의 직원들에게 000신문 이 기자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있냐고 확인하는 행동을 취함)여기 룰이다. 룰을 따라야 한다. 출입기자들의 항의가 있었고, 나에게 내 보내라고 요구했다(공보관)."
"그 룰을 누가 만들었는가? 당신들의 룰이 아닌가?(기자)"
"그렇다. 여기 기자실에서 취재하려면 우리 룰을 따라야 한다(공보관)."

기자는 출입기자단의 폐해와 공개 기자회견 등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취재중인 기자를 출입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지한 산자보 윤모 공보관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윤 공보관은 기자의 항의를 인정하지 않고 '출입기자단 룰'을 운운했다. 기자는 개인의 항의에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판단하고, 더 이상의 항의를 중단하고, 공보관실을 나왔다.

산자부 건물을 빠져오기전 기자실에 가서 출입기자단 간사와 잠시 면담을 요청했다. 출입기자단 간사는 "우리가 취재를 제지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시 공은 윤모 공모관에게 넘어갔다. 기자가 '서로 얘기가 다르다'고 윤 공보관에게 사실확인을 요구하고야 나서야 윤 공보관은 사태를 수습하려는 듯 기자에게 사과를 했다.

기자는 이날 산자부 기자회견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산자부 공보관 말대로라면 '출입기자단'만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읽는 기자회견과 의례적인 질문 서너가지로 대충 수습된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 선정 발표 기자회견이었다. 출입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취재중인 기자의 취재를 제지한 산자부 공보관과 그의 말에 따르면 기자의 퇴출을 요구한 일부 산자부 출입기자의 행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이날 국민과 지역 주민과의 약속을 정면으로 뒤엎은 울진군 후보지 선정 발표에 울진군민들은 분노하며 강경투쟁을 결의했다고 한다. 울진뿐만이 아니라 경북 영덕, 전남 영광 등 나머지 지역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나온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쓰레기는 스스로 치워야 한다. 핵 폐기장 반대 투쟁의 주동은 일부 환경단체와 종교단체이고, 지역에서는 핵 폐기장 유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위 관리의 주장에 의문점을 느껴 질문을 던진 기자는 "누구야, 출입기자도 아니면서 내 보내라"고 반응하는 배타적이며 폐쇄적인 일부 출입기자와 그들의 요구를 받아 기자에게 퇴거를 요청한 산자부 공보관을 이날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행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네티즌 독자들에게 판단을 부탁하고자 한다.

끝으로 기자는 이 지면을 빌어 노무현 새 정부에 요구하고자 한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비롯 폐쇄적, 배타적 독점적 정부 부처의 출입기자단을 해체하라. 그것이 언론개혁의 출발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최근 기자는 청와대 출입기자단 문제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보 관련 핵심관계자를 만난 일이 있다. 그 자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 운영과 관련 이 관계자에게서 "청와대 브리핑은 모든 매체에 개방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출입기자단 해체나 대폭 개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들은 바 있다.  

'상식과 원칙,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평소에 강조해 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집권초기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낡은 언론 관행을 과감히 개혁해 주길 당부하고자 한다. 

청와대를 비롯 정부 부처, 주요 공공기관의 출입기자단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기회균등, 취재 형평 보장 등에서 반드시 해체되거나 시정되어야 함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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