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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연수의 내용이 좋을 듯해서 10일간의 직무연수를 갔다. 새로이 알게 되는 교육정보나 교육열에 깃든 강사들의 교단활동을 들으며 잠들려 했던 교육 혼이 일깨워지는 듯한 날들이었다. 그러나 연수가 진행되면서 많은 선생님들의 화두는 '이 연수에서 연수 성적(시험 성적)을 어떻게 해서 잘 내나'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이었다.

나는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터라 시험 성적과는 하등 무관하였지만 국, 공립 학교의 일부 선생님들은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시험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밤을 밝히며 공부하는 나이 든 교사의 모습은 피상적으로 생각하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건강을 해칠 뿐더러 다음 날의 연수 과정에 집중할 수가 없고,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의 교육정보도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연수를 받으며 자신의 지금까지의 교육의 어느 부분이 잘 되었고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되는지를 점검하며 즐겁게 받아야 할 연수가 시험에 얽매어 잘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현직 교사들이 연수 성적에 이렇게 목을 매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연수 성적이 승진의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즐겁게 줄넘기를 하고 놀던 아이에게 교사가 '음악에 맞춰 즐겁게 줄넘기를 하기'라는 시험을 내 버린 순간 어떤 의미에서 아이에게 줄넘기는 이미 놀이가 아니어서 즐거움이 희석되는 것이다.

교사의 연수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받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여 즐겁게 들으며 알게 되면 결국 연수의 효과는 교육의 현장으로 돌아가 학생에게 되돌려진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점수 때문에 받게 되는 연수는 시간낭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학생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의 흥미이듯이 교사 연수에서도 중요한 것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연수의 좋은 내용들이 학생들에게 환원되는 것이다.

연수의 목적은 점수를 올려서 교감이나 교장이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연수에서 얻게 되는 교육적 성과를 학생에게 되돌리는 것이다.

결국 연수 성적에 교사들이 이렇게 목매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교장자격증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점수에 의해 승진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점수를 평정하게 되는 이가 누구인가라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교장 일개인에 의해 점수를 평정받는 체제가 바람직한가?'라고 다시 깊이 생각해보면 반드시 점수에 의거한 승진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답이 나오리라 추측한다.

많은 수의 교사들이 교장 선출 직선제를 원하고 있다. 물론 현행의 교장 자격증제를 고수하자고 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대통령도 내 손으로 뽑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장도 내 손으로 뽑았다. 국회의원도 내 손으로 뽑았다. 학운위의 교사 위원도, 친목회장도 내 손으로 뽑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자치회장도 내 손으로 뽑았다. 동호회의 회장도 내 손으로 뽑았다. 우리 아들네미 반의 반장도 아들네미 손으로 뽑았다.

초등학생도 제 손으로 반장을 뽑는데, 하물며 교사 단체에서 아직까지 교장을 제 손으로 뽑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곰곰 생각해 보자.
무엇 때문에? 도대체 어떤 이유로 우리 교사 집단은 우리 손으로 교장을 선출하지 못한단 말인가? 선거를 하게 되면 교육 풍토가 어지럽혀진다는 이유로? 소신을 갖지 못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사람이 교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천만의 말씀.

수 번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나라가 후퇴를 하였는가? 진전을 하였는가? 대통령 당선자 노무현님이 소신을 갖지 못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사람이어서 대통령이 되었는가?

'아니다, 아니다'라고 거개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선거가 있었기에 이 나라의 민주와 경제가 발전되었노라고. 유일 체제인 북한과 비교해 봐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단 후 남한보다 더 많은 자원으로도 이렇게 민주와 경제가 몰락해 버린 것은 그들에게 선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님께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소신을 가지고 인기에 영합하지 않았기에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그렇다면 교장을 교사가 뽑으면 학생들의 교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학교가 피폐해진다는 말인가? 교장을 교사가 뽑으면 인기에 영합하느라고 제 소신을 펴지 못하고 힘없는 교장이 되고 만다는 말인가?

지금 학교교육의 붕괴가 어느 정도에 와 있는가 생각해 보자. 그리고 교육부나 교육청의 입김에 어느 정도로 힘있는 교장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점수 평정에 의한 교장자격증제로 막아내기에는 이미 역부족인 듯하다.

지금의 교육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지름길은 교장선출직선제의 실현에 있다. 학교 교육 현장의 주인공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모두 힘을 실어주는 교장만이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쓸데없는 주변의 입김에 소신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사는 점수에 연연해 하지 않는 소신있는 교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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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동료 선생님의 소개로 간간이 오마이 뉴스를 애독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과 중 저의 미숙하고 소박한 글이나마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면 전국의 네티즌들이 모두 본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서운 생각도 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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