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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에 놀라 비상하는 철새
인기척에 놀라 비상하는 철새 ⓒ 김문호
백조와 저어새 등 겨울철새의 서식처인 습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는 늘어나는 인구팽창에 대비하여 해마다 잠식되는 농지를 확보하고자 대대적인 간척사업을 벌인 결과 갯벌과 습지는 물론 바다환경이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게 됐다.

일본정부에 의해 1938년 천연기념물 백조도래지로 지정된 전남 진도읍 수유리와 군내면 덕병리 일대는 두 번의 간척사업으로 갯벌과 습지 등이 농토로 바뀌어 좁은 환경에서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특히 새로 생긴 군내호와는 다르게 수심이 낮은 한의호수 곳곳에는 고기를 잡으려고 처 놓은 불법어구들이 겨울 철새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세운 백조도래지 표지석
일본인들이 세운 백조도래지 표지석 ⓒ 김문호
새를 관찰하고 보호하는 진도조류협회(회장 조정일) 회원들은 "몇 년 동안 계속되는 경지정리사업의 공사편리를 위해 물웅덩이와 습지를 파괴하여 이들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 서식처가 줄어들었다"면서 "환경 파괴로 백조나 저어새, 백로 등이 이곳을 찾지 않을 수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습지보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수십 만평에 이르던 드넓은 갯벌에서 새우, 낙지, 바지락, 김, 미역 등 각종 수산물을 생산해 내던 군내만은 1999년 완전히 간척되어 그 동안 보전되던 백조도래지는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었었다. 1200ha의 갯벌과 습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철새들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자연조건 속에서도 매년 수를 가늠할 수 없는 오리와 기러기들이 군무를 이루고, 또한 집단으로 이동하면서 보리밭에 앉아 뿌리까지 통째로 먹어치워 농민들의 애를 태우는 보리기우, 보호조류로 지정된 백조와 두루미, 왜가리, 저어새도 이곳을 찾는다.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습지의 훼손을 알리는 표지판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습지의 훼손을 알리는 표지판 ⓒ 김문호
개발과 보전은 양립될 수 없는가. 자연은 인간이 파괴한 환경을 힘겹게 복구하고 있다. 간척지의 가장자리를 갈대 숲으로 온통 덮어 버린 것이다. 잠시 주춤했던 철새들도 제자리로 돌아와 정상을 되찾고 있다.

군내호에 떠 있는 백조들
군내호에 떠 있는 백조들 ⓒ 김문호
홀로 사뿐히 내려 앉은 백로
홀로 사뿐히 내려 앉은 백로 ⓒ 김문호
정부도 이제는 남아도는 쌀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쌀생산조정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진도군은 농토 조성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훼손되지 않은 군내면 한의마을 일대 갈대 숲과 습지를 온전히 보전하고 백조도래지를 복원함과 동시에 이 구역을 철새보호구역으로 선포해 사람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여 백조, 두루미, 왜가리, 저어새 등 겨울철새를 보호해야 한다.

'귀한 손님' 여섯마리 저어새
'귀한 손님' 여섯마리 저어새 ⓒ 김문호
이곳은 조류학자들이 자주 찾아와 철새들의 이동경로와 개체수 변화 등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철새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인근 주변에 관찰소를 갖추고 생태학습 기회를 제공, 신비의 바닷길과 함께 해를 따라 서쪽으로 아름다운 길을 지나 세방낙조를 조망하면 진도의 환경 친화적인 삼각관광벨트가 조성되어 매우 유익한 테마관광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월 20일 20여마리의 백조 옆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넓은 부리를 저으며 먹이를 찾고 있는 6마리의 저어새를 볼 수 있었다. (이날 백조는 107마리였다. 백조는 물위에 떠 있을 때는 움직임이 없어 수를 쉽게 헤아릴 수 있다.) 백로는 떼를 이루지 않고 홀로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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