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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못 가"  경찰이 단식농성단의 미대사관 진출을 막기 위해 지하철 출구를 가로막고 있다
"절대로 못 가" 경찰이 단식농성단의 미대사관 진출을 막기 위해 지하철 출구를 가로막고 있다 ⓒ 석희열

이날 오후 3시 45분경 단식농성단(단장 윤기진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과 한총련 소속 대학생 100여명이 미대사관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 1개 중대 병력이 나가는 길을 막고 나섰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하며 경찰을 향해 격렬히 항의하자 경찰은 "집단행동은 불법행위이므로 절대로 길을 터줄 수 없다. 일반 시민은 다른 길로 돌아가라"고 경고방송을 하며 대치상황이 계속됐다.

20여 분간의 대치 끝에 경찰은 윤한탁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공동대표 등 대표단 5명에게만 길을 터줘 대치상황이 종료되는 듯 했으나 경찰은 "미대사관측이 항의서한을 접수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다시 길을 막았다.

도대체 어느 나라 경찰인가? 경찰의 저지로 항의서한 전달이 무산되자 미대사관 앞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범청학련 대표단
도대체 어느 나라 경찰인가? 경찰의 저지로 항의서한 전달이 무산되자 미대사관 앞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범청학련 대표단 ⓒ 석희열
경찰의 저지로 항의서한 전달이 끝내 무산되자 이들은 미대사관 앞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통해 "평화롭게 미대사관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우리의 경찰이 길을 막고 있다"며 "이같은 현실이 부끄럽고 안타깝다"면서 "도대체 어느나라 경찰이냐"고 개탄했다.

이 자리에서 윤한탁 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청년들의 양심은 시대의 양심이다.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이 땅에서 일본군을 몰아냈듯이 이제 점령군 행세를 하는 미군도 이 땅에서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며 "그 선두에 청년학생들이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미경 홍익대 사범대 학생회장이 미 대통령 부시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읽고 있다
강미경 홍익대 사범대 학생회장이 미 대통령 부시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읽고 있다 ⓒ 석희열
기자회견에서 항의서한을 낭독한 강미경 홍익대 사범대 학생회장은 "정당한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우리들을 막아나서는 경찰이 정말 어느나라 경찰인지 모르겠다"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우리 청년학생들은 어떠한 어려운 난관이 있더라도 힘차게 투쟁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항의서한을 통해 △북에 대한 핵전쟁 책동을 중단하고 즉각 북미대화에 나설 것 △우리민족끼리 진행하는 남북대화에 절대 간섭하지 말 것 △효순이 미선이 살인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SOFA 전면개정과 살인미군 처벌할 것 △우리 국민을 죽이고 핵위협을 가져온 미군을 철수할 것 등을 부시행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이들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30분 명동성당 들머리 돌계단에서 범청학련 남측본부 결의대회를 열고 "지금 13일째 이남의 열혈 청년학생들이 명동성당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것은 이남의 모든 투쟁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면서 "미군은 당장 이 땅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총련 소속 대학생 등 100여명은 이날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범청학련 남측본부 결의대회를 가졌다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총련 소속 대학생 등 100여명은 이날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범청학련 남측본부 결의대회를 가졌다 ⓒ 석희열
윤기진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은 "한미일 공조보다 남과 북이 따뜻하게 손을 잡는 민족공조가 우리에겐 더욱 중요하다"며 "새로 당선된 노무현 정권은 이후 국민적 수용이 가능한 민족공조 방안을 강력히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윤 의장은 이어 "북미불가침조약 체결을 핵심고리로 이남의 모든 청년학생단체들이 지금 연대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며 "2003년은 반미투쟁에서 큰 결속이 지어져야 할 시기이며, 따라서 오늘 이 자리에서 올 한해의 기조를 결사적인 반미투쟁으로 가져가겠다는 결의를 다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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