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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에서 세계 각지를 돌며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을 연주하여 '천상음악' '영혼의 소리' 등으로 널리 알려져 음악애호가들의 심금을 울려온 수제천이 본향인 정읍땅에서 1300여년만에 제자리를 찾아 문화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70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아시아 음악제 전통음악 분야에서 '봉황음'이라는 이름으로 연주되어 최우수 악곡으로 선정된 바 있는 수제천은 '정읍사' '정읍' 등으로도 불리워지고 있으며 음률에 따라 '빗가락정읍' '세가락정읍'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 세계각지를 돌며 문화한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린 국립국악원의 수제천 연주모습
ⓒ 하재성
탄생 배경은 정촌현에서 행상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간 한 여인이 남편을 사모하는 마음을 읊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정읍사'가 현존하는 최고의 백제가요라는 학설만 있을 뿐 시대적 배경도 백제시대라는 주장과 신라시대라는 주장이 있다.

이는 국립국악원뿐 아니라 국문학계, 음악계, 역사학계 등의 주장이 제각기 다르고 '아악의 백미' '정악의 백미'라고 제각기 표현하고 있으나 민가에서 불리는 노래를 수집하였다는 점에서 '향악'이라고 주장하는 학설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 백제가요로 널리 알려진 정읍사
ⓒ 하재성
수제천은 4장 20각으로 스무장단밖에 안되는데 15분 동안의 연주를 듣노라면 늘어질 대로 늘어지면서 끊어지지 않는 가락 속에 은근과 끈기의 우리 민족성이 담겨 있는데 옛 왕조에서는 궁중의 향연때 임금의 행차에 위엄을 돋우기 위해서 그리고 왕세자의 거동에 주로 반영되었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영향을 부인해왔던 일본인들도 수제천을 감상하고는 "경도나 대판시장이 공식석상에서 삼국시대의 한국문화가 일본에 전래돼 오늘의 일본문화를 형성했다고 공언했다"며 지난 83년 6월 일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일외무성문화청, NHK, 국제교류기금 등이 후원한 우리 전통예술단의 방일공연을 취재했던 당시의 언론에서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또 69-70년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면서 수제천을 접했던 필립 코너는 "강하며 크고 무한한 힘을 중심으로 모으는 균형이 있다"며 그의 작품 '상태-시추에이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었다.

92년 국립국악원의 미국 공연을 감상한 미국작곡가 알란 호바네스는 "한국의 아악은 세계에서 가장 표현력이 풍부하고 자유로운 음악이며 멜러디의 자유스러움과 신비감에 있어서 세계의 다른 어떤 음악과도 유사하지 않은 영혼의 음악"이라고 평을 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95년 국립국악원의 해외문화봉사단의 미국 공연은 초만원을 이룬 방청객들로부터 3번이나 앙코르 박수를 받았는데 데이비드 맥켄 코넬대학교수는 "우주만물과 조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전통예술은 속세를 벗어난 듯하면서도 섬세하고 중후한 느낌을 준다"고 했고, 존 젤라쉬 록펠러 대학교수는 "서구 산업문명의 때를 벗겨주는 청량제와 같았다"고 평했으며 한 재즈 연주자는 "느리고 박자도 없는 듯한 한국음악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추구할 음악"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백제시대 행상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정읍사여인 - 정읍사공원의 조각상
ⓒ 하재성
'애국가를 국악으로 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영동씨는 명상음악, 영화음악, 무용음악의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사상이 담긴 음악, 철학이 담긴 음악을 만들겠다'며 "벽돌을 쌓아가면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채만한 것이 왔다갔다 하면서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악의해'였던 지난 94년 '월간음악'지 인터뷰에서 철학이 담긴 음악으로 수제천을 꼽으며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수제천에 대한 호평에 대해 정작 본향인 정읍에서는 지금껏 등한시되어왔던 것을 유성엽 시장이 취임하면서 '수제천을 복원하여 세계적 문화관광상품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로 1300여년만에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수제천과 정읍사, 정읍곡이 정읍고을을 배경으로한 정읍인의 노래로 '정읍'에서 파생된 동일 작품임에도 국문학적, 역사적, 음악적 측면에서 별도로 연구되어지고 있는데 동일작품으로 체계화하여 정립하겠다는 것이 정읍시의 입장이다.

우선 금년에 1천여만원의 예산으로 3월부터 6월까지 음악, 국문학, 역사학자에게 공동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정읍사국악단에서는 7월부터 10월까지 수제천곡조와 대악후보의 정읍곡 곡조 노랫말을 원형대로 복원하여 정읍사문화재기간인 10월말께 학술대회 및 복원된 수제천을 연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읍시청 이성재담당은 "당초 빨랐던 음률이 조선때 행사곡으로 느리게 편곡된 듯하다"며 "내년부터는 40여명으로 편성된 연주단이 상설공연장에서 매주 연주하여 세계적 문화관광상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 지난해 8월 남편을 기다리는 정읍사여인의 발자취를 촌로들의 주장에 따라 부사치의 현지답사를 하는 '문화를사랑하는정읍사람들'회원인 정인대학 박종근교수와 호남고교 김문선교사
ⓒ 하재성
따라서 정읍사여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 수제천이 역사적, 음악적, 국문학적으로 연구되어 복원된 정촌현에서 연주된다면 문화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어 명실공히 정읍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이에 대해 부사치(夫思峙)가 정읍사 여인이 남편을 기다리던 곳이라며 다른 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정읍호남고등학교 교사이며 '문화를사랑하는정읍사람들'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문선 교사는 "드디어 1300여년만에 한을 풀게 되어 기쁠 것"이라며 "국립국악원의 역사도 공교롭게 1300여년으로 공통점이 된다"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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