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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명전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중명전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 신용철
이명박 서울시장도 지난해 10월 28일 발표한 '비전 서울 2006 -서울시정 4개년 계획'에서 '4대문안 문화관광벨트 구상'을 밝히면서 이 구상의 목적이 문화관광벨트 조성을 통한 서울의 역사·문화·문화적 정체성 회복과 서울 고유의 이미지 창출에 있으며, 서울 역사문화유산의 지속적인 발굴·복원·정비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4대문안 문화관광벨트 구상은 정동일대(덕수궁∼시립미술관∼정동극장∼경희궁∼역사박물관), 경복궁일대(경복궁∼북촌∼창덕궁·비원∼인사동∼청계천), 대학로일대(창경궁∼대학로·마로니에공원∼청계천)를 도보관광코스로 개발하겠다는 것.

특히, 덕수궁에서부터 경희궁터에 자리잡은 덕수궁역사박물관까지를 하나의 벨트로 엮는 구상으로 시(市)는 덕수궁 서편경내에 위치했던 중명전(현재 민간회사 소유로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음)건물과 부지를 매입키로 했으나 계획발표 한 달여만에 예산상의 이유로 시(市)가 일방적으로 파기해 백년 이상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할 서울시 문화재정책이 원칙이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시 문화재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미대사관 신축예정지 상황도.
미대사관 신축예정지 상황도. ⓒ 신용철
'서울의 역사·문화·문화적 정체성 회복 및 서울 고유의 이미지 창출 차원에서 서울 역사문화유산의 지속적인 발굴·복원·정비를 계획하고 있다'던 서울시가 스스로 추진했던 '중명전 보존 계획을 예산상의 이유만으로 파기한 것'은 문화재를 민족의 역사문화 복원차원이 아닌 단순한 화폐가치로만 환원하여 사고하는 안일한 문화재보호인식이 깔린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복원뿐 아니라 발굴 연구분야에서도 50년, 100년을 내다본 장기계획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그 예로,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나라현의 8세기 일본 고대 대형궁궐터 유적인 헤이조큐(평성궁)터는 19세기 중반부터 조사가 이뤄져 지난 1950년대부터 학술발굴이 40년째 진행중에 있으며 30% 정도 조사가 진행돼 있다.

석굴암, 무녕왕릉 복원 등에서 보여지듯 우리나라 문화재보존 정책은 장기간의 체계적인 연구 없이 단시간 내에 추진되어 문화재를 훼손시키는 등의 문제점들을 노정하고 있다는 것과 비교할 때 문화재보존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화관광 자원은 문화재보존의 세밀한 연구를 토대로 일관된 복원정책이 추진될 때만이 관광수입도 발생하는 것이지 '관광수입'을 우선에 두고 추진된 문화재보존정책은 결국 문화재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동지역의 핵심인 옛 덕수궁터에 미대사관측에서 '지상 15층, 지하 2층 연면적 5만4973.13㎡(과거 조선총독부의 1.8배로 대사관 신축과 함께 대사관직원용 54가구 규모의 8층짜리 아파트와 4층짜리 군인용 숙소도 지을 예정)로 신축·이전'을 강행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덕수궁터를 지켜야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정부의 방침대로 하겠다'는 말만 반복해 책임회피식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 신용철
특히나, 중명전은 현재의 미대사관저와 맞닿아 있으며, 덕수궁 옛터에 '미대사관·아파트'가 신축될 경우 덕수궁의 영역에서 공간적, 시각적으로나 분리되어 일제에 의해 덕수궁 돌담길로 분할되고 훼손되어진 덕수궁이 또 한번 분할되는 고통을 겪는 것에 다름아니다.

덕수궁은 조선5대 궁궐 중의 하나이며 고종이 최초의 근대적 자주독립국가를 선포했던 의미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에 의해 고종의 강제퇴위, 치욕스런 한일합방이 체결된 곳이기도 하며, 고종 승하 후 3·1운동이 일어났던 곳으로 해방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렸던 우리 근현대사의 자긍심과 아픔이 깊이 묻어있는 곳이다.

현재 정동지역에는 조선시대 5대 궁궐의 하나인 덕수궁(원래 경운궁의 3/1 규모)과 중명전, 석조전, 하비브하우스, 구 러시아 공사관, 배제학당, 영국공사관, 정동제일교회, 손탁호텔 터, 이화학당, 구세군본영 등 조선 5백년의 역사 문화뿐만 아니라 근대사와 관련된 역사문화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정동지역에 존재하는 많은 역사문화 유산들 중 단연 으뜸인 것은 '덕수궁'일 것이다.

서울시의 문화재보존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중명전 보존이 불투명해진 것과 관련하여 김정동 교수(목원대 건축학과, 문화재 전문위원)는 "미국대사관쪽도 자신의 관저 바로 앞에 있는 이 건물의 조락현상을 보며 우리 정부의 문화재 관리실태를 비웃고 있다"면서 "존재하는 건축물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사라진 건축물을 왜 자꾸 거론하느냐"고 비판했다.

김정동 교수는 또 "이제라도 늦었지만 서울시는 경희궁의 서울 역사박물관, 그리고 서소문동의 시립미술관(옛 대법원)과 중명전 입구에 있는 정동극장과 연결하여 새로운 문화의 띠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수옥헌 지역을 복원하는 것과 중명전을 수리 보존하는 일은 정동 일대 재편성과 덕수궁 궁역 확장 그리고 미대사관터 활용 계획과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 신용철
다시 말해 이명박 시장이 밝힌 '4대문안 문화관광벨트 구상'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중명전을 중심으로 한 수옥헌 지역의 복원을 추진하고 미대사관측에서 추진중인 덕수궁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고 미대사관측에게는 대체부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서울시 곳곳에는 과거 문화재 터가 산재하므로 서울시는 문화재를 관광상품쯤으로 보는 인식탈피하는 것이 시급하고 문화재에 대한 장기적인 문화재 보존 정책을 수립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만 후세들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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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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