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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리던 4일날 오후 나는 기차를 타고 순천에서 전주까지 가고 있었다.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는데 그곳에 빛나라는 9살의 귀여운 소녀아이가 앉았다.

빛나는 맑은 눈으로 "어디까지가요?"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전주까지 간단다. 너는 어디까지가니?" 라고 물어보았다. "전 대전까지 가요." 빛나는 대전까지 가는 4시간중의 2시간을 나와함께 이야기하면서 갔다.

처음에 빛나는 나에게 수수께끼를 냈다.
"많이 먹어도 배가 안부른 게 뭐게요?". 나는 tv에서도 몇번보았던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을 생각해서 최대한 답을 맞혀 보려고 노력했다.
"공기, 물, 나이, 세월 " 내가 대답한 답은 대부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빛나가 생각한 답은 그게 아니었는지 "아니에요."라는 것이다.
나는 힌트를 달라고 했다. "**고." 마지막글짜가 '고'라는 것이다.
나는 결국 맞힐 수가 없었고, 빛나는 냉장고라고 대답해주었다.
웃음이 나왔지만 그것도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연습장을 꺼내서 빛나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빛나는 동그란 얼굴에 나뭇가지처럼 길다란 팔을 그리고는 치마를 입히고, 머리를 딴 후 옆에다 커다란 글씨로 엄마라고 썼다. 그리고는 한칸 더 옆에 앉아있던 엄마 아빠에게 가서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나는 빛나에게 산수를 알려주었다. 덧셈과 뺄셈, 곱셈, 나눗셈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었다. 나중에 빛나는 지루했는지 "제가 간직할 수 있도록 그림하나 그려주세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오빠 그림 잘 못그리는데"라고 하자 빛나는 기차 앞쪽의 여러 표지판중에 하나를 선택하면서 저걸로 그려주세요라고 하는것었다. 빛나가 선택한 것은 빨간색으로 금연이라고 적혀있는 것이었다.

나는 색볼펜으로 연습장 한가득 금연표지판을 옮겨 그렸다. 빛나는 옆에서 웃으면서 완성돼가는 그림을 보고있었다. 그림이 다 완성되었을때 빛나는 "찢어주세요"라면서 그 한장을 가지고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빠 이거 보세요." 빛나는 아빠 앞에서 금연이라고 그려진 종이를 활짝 펼쳤다. 나는 무안해서 창밖을 내다 보았다. 여전히 눈은 많이 내리고 있었다.

빛나는 다시 나에게로 오더니 글을 몇개 더 적어달라고 했다. "빛나를 위해 담배를 끊어주세요라고 적어주세요." 나는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많이 들어서 알았기에 이렇게 적었다. '빛나를 위해 담배를 줄여주세요.'

너무나 귀여운 딸인 것 같다. 그런 딸을 비롯한 자식들 앞에서는 담배피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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