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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담배 한대 참
2002년 담배 한대 참 ⓒ 김해화
갇힌 사람들과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담이 있습니다. 햇살은 그 담을 넘지 못하고, 주루룩 미끄러져서는 담 아래 햇살호수로 출렁거립니다.

아즉때 미결사에 있다가 점심 먹자마자 재판도 안받고 석방(?)이 된 선태형이랑 인홍이가 그 햇살에 몸을 담그고 드러누워 한숨 잠에 빠져있습니다.

순천교도소 신축공사장, 일 나간 지 며칠 되지 않아 현장사정에 익숙하지 못한 내가 마땅히 드러누울 자리를 찾지 못해 차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이고 나서 정때 일을 하러 보안 무슨 이름으로 부르는 건물 1층 바닥에 올라온 12시 50분, 일 시작하기 10분 전입니다.

작업복에 달린 모자를 끌어올려 뒤집어쓰고 바람을 등지고 앉아도 드러난 얼굴이 얼어들 것 같은 이 지독한 추위 속에 헌 합판조각 하나를 햇살 위에 조각배처럼 띄워놓고 단잠에 빠져 있는 동료들, 눈이 부십니다.

"재판까지 갔다가는 언제 나올지도 몰랐는디 빽이 좋아가꼬 재판도 안 받고 그냥 미결사에서 나와부렀네."

미결사 2층 바닥 보철근 조립을 하다가 점심 먹고 내가 일하고 있는 작업장으로 옮기라는 반장의 작업지시를 듣고는 언 얼굴이 환해지며 껄껄 웃던 선태형 말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합니다. 이 추위 속 난장에서 편안하게 한숨 잠을 청할 수 있는 양지가 있다니요. 저 나른함의 평안, 저기 저렇게 봄이 와버렸습니다.

12월 20일의  광대나물
12월 20일의 광대나물 ⓒ 김해화
지난 해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12월 20일, 순천시 승주읍 평중리 뒷산에 올랐다가 밭둑 아래 무리지어 피어난 광대나물꽃을 만나고 왔습니다.

풀려날 날을 손꼽고 있을 갇힌 사람들에게도, 풀려날 기약 없는 노동에 묶인 삶에 지쳐 희망을 버린 가슴들에도 저렇게 오는 봄을 어쩌겠습니까.

눈 내리고, 얼음 얼고, 더 독살스럽게 바람부는 날들이 있겠지요. 그 추운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햇살이 고여 출렁이고, 그 출렁임 속에서 작은 꽃들이 흔들리며 피어나는 것을, 그렇게 와버리는 봄을 어쩌겠습니까.

12월 20일의 광대나물
12월 20일의 광대나물 ⓒ 김해화


광대나물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두해살이풀로 풀밭이나 습한 길가에서 자란다. 줄기는 모가 나고 가지를 치며 비스듬히 눕기도 한다.

잎은 마주나며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길고 둥글다. 위쪽 잎은 잎자루가 없고 양쪽에서 줄기를 완전히 둘러싼다. 잎 앞면과 뒷면 맥 위에 털이 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2∼5월에 붉은 자줏빛 꽃이 잎겨드랑이에 여러 개씩 돌려난 것처럼 핀다. 꽃받침은 끝이 5mm 정도이고 5갈래로 갈라지며 잔털이 있다.

화관은 대롱 부위가 길고 아랫입술꽃잎이 3갈래로 갈라지며 윗입술꽃잎은 앞으로 약간 굽는다. 4개의 수술 중 2개는 길고 닫힌 꽃도 흔히 생긴다.

열매는 분과로 3개의 능선이 있는 달걀 모양이며 전체에 흰 반점이 있고 7∼8월에 익는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사용한다. 한국·중국·일본·타이완·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코딱지나물이라고도 부른다.
/ 김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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