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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20년 20일을 감옥에서 보냈던 신영복 선생의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들추지 않더라도 갇힌 자의 자유에 관한 갈망이 목마른 자의 물을 향한 집념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쇼생크 탈출>에서 팀 로빈슨이 탈출을 했을 때, 비가 퍼붓는 하늘을 향해 “자유”를 외치던 모습은 자유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헨리4세>에서 순박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보여줘서 조직폭력배와는 좀 거리가 먼 것 같다?" / 한상언 기자

<인류 최초의 키스> 공연실황 / 한상언 기자

자유는 필요하면 걸치는 장식품이 아니다. 공기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생명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 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개인은 국가나 다른 개인에게 자신의 자유를 빼앗기거나 속박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것은 쉽게 잊혀지는 것처럼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하기 전까지 우리는 그 중요함을 간과하고 산다.

<인류최초의 키스> 공연장면
<인류최초의 키스> 공연장면 ⓒ 한상언
청송감호소를 배경으로 4명의 죄수들을 등장시켜 자유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고, 인간이 인간을 구속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지는 연극이 있다. 젊은 연출가 김광보와 4명의 개성 있는 연기자가 출연하는 <인류최초의 키스>가 바로 그 연극이다.

이 작품은 2001년 최우수 연극으로 뽑혔을 만큼 장점이 많은 연극이다. 특히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은 이 작품이 작품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다. 주진모(동팔), 오달수(성만), 김상호(상백) 성노진(학수) 등 한국연극계의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들이 그 이름에 걸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연장을 찾아 상백역을 맡은 김상호씨와 <인류최초의 키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상백역의 김상호
상백역의 김상호 ⓒ 한상언
<인류최초의 키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인류최초의 키스>는 청송 감호소를 무대로 그 속에 갇힌 자들을 모델로 자유에 대한 소중함과 인간을 얘기하는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 자유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 작품의 줄거리

죄수 4명이 있다. 동팔과 성만과 학수와 상백이라는 네명의 죄수가 나와서, 어떤분은 감방을 보았을 때 자취방 같다고도 말하는데 편안하게 인간 얘기를 하는 것이다.

- 배역에 대한 설명

4명 죄수의 성격을 얘기하자면 동팔은 현재 청송 감호소에서 20년째 복역하고 있는 감옥안의 할아버지, 꼰대이다. 온갖 잡동산이를 모아서 소일거리를 하는 그런 꼰대이고, 성만은 사기꾼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사기를 쳐서 들어와서 성경책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나가려는 사람이고 학수는 강간범이다. 여대생 강간범인데 그 사람은 택시운전사를 하다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순진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회보호위원회에서 재판을 받을 때 충격을 받아 순진한 사람이 또 다른 캐릭터, 미친 사람으로 변하는 캐릭터이다. 제가 맡은 배역은 상백이란 배역이다. 보시듯이 조직폭력배이다. 조직폭력배인데 순진한, 단순 무식한, 형님밖에 모르는, 그래서 계속 감방을 왔다갔다하다 결국에는 청송감호소까지 가서 여기서 자유를 얘기하는 캐릭터이다.

- 조직폭력배 하기엔 너무나 인상이 좋다.

그래요?

- <헨리4세>에서 순박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보여줘서 조직폭력배와는 좀 거리가 먼 것 같다.

조직폭력배라고 해서 눈에 살기가 더 있거나 무섭거나 하지 않다. 잘 생긴 사람도 조직 폭력배 하지 않나? 일반 사람들 보면, 폭력배라고 해서 캐릭터를 “저런 무식한 놈” 해서 무식하게 하거나 하지 않고 잘 생긴 사람도 무식한 캐릭터를 소화해 낼 수 있다. 이런 표본이 되지 않을까.

- 이 작품에서 텍스트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동작이나 말의 어조 변화가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특별한 훈련이나 의도된 컨셉이 있었는가?

의도된 컨셉이나 훈련 보다는 연출쪽 요구를 따랐다.

- 시각적으로 재미있게 보이려고 했나?

시각적으로 일부러 재밌게 보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일상생활처럼 해주길 요구 받았고 그 속에서 찾다 보니까 무대에서 아무리 일상적이라도 일상생활처럼 되지 않으니까 배우들이 동작이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한상언
- 무대가 아까 말씀하시기에 자취방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무대 설정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로 보아도 무관할까요?

보시는 분에 따라 그렇게 봐도 무관하다. 저희들이 처음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갇힌자, 죄수 이런 것을 극대화해서 표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들 모두 인간이고 아주 편안하게 텍스트를 본 그대로 받아서 표현하자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보시는 분들이 우리 극을 보고 나갈 때 자기들의 회사나 단체나 이런 것에 이입될 수도 있지요. 저희들의 처음 목표는 사회는 아니었다.

- 극에서 선인과 악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정관념과 역 설정 되었는데?

이것은 분명히 비꼬는 것이다. 분명하게 우리들은 악인이고 재판하는 사람들은 엘리트들인데 뒤집어보면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들어간 사람이라든가, 자기 지식만 믿고 그 지식에 갇혀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이라든가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뒷 선이 있다.

- 작품을 즐겁게 본 관객들이나 연장 공연을 보실 관객들에게 한 말씀

어쨌거나 관객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도 이렇게 많이 오셔서 오신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재밌게 봐주시고 나가시면서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입소문도 해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오시는 분들은 재밌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기대를 많이 하게 되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재미는 있습니다만 그렇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오셔서 공연하나본다 TV드라마 하나 본다 하는 편한 마음으로 많이 찾아 오십시요. 그러면 저희들이 더 열심히 힘내서 힘내서 더 좋은 공연 많이 보여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 연 명 : 인류최초의 키스
공연기간 : 2003년 1월 4일 ~ 2월 2일
공연장소 :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문의전화 : 02-765-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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