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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계(앙부일구) : 조선후기, 24.2×12.2cm, 성신여대 박물관 소장
해시계(앙부일구) : 조선후기, 24.2×12.2cm, 성신여대 박물관 소장 ⓒ 김영조
초등학교 사회 책에서 조선시대의 위대한 발명품인‘혼천시계’와 김정호가 전 국토를 걸어서 답사한 뒤 만든‘대동여지도’의 조그만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직접 본적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것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특별전을 여는 의미

우리나라와 동양에서 우주의 근본으로 생각한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세 가지를 주제로 이번에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이존희)과 고려대학교 박물관(관장 최광식)이 공동으로 특별전을 열었다. 2002년 12월 28일부터 2003년 2월 16일까지 신문로 경희궁 앞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이다.

혼천시계를 보고있는 여학생들
혼천시계를 보고있는 여학생들 ⓒ 김영조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고려대 박물관의 김우림 학예과장에게 특별전을 여는 의미를 질문했다.

“조선 사람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하늘을 어떻게 보았는지? 땅을 어떻게 그려내고, 사람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하늘을 탐구하기 위해 만든 천문기기와 천문도를 비롯, 하늘과 우주의 모습을 닮은 세계지도, 우리나라를 그린 조선전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중심인 서울을 그린 고지도와 서울의 실경 산수화, 서울의 상징인 궁궐의 모습을 담은 궁궐도, 각종 궁중행사도 등 지도는 물론 지리지, 지도제작에 사용되었던 자. 패철 등 유물 100여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의 근본인 천지인을 한자리서 느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회의 구성

혼천전도 : 조선후기에 그려진 천문도, 110×85cm,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혼천전도 : 조선후기에 그려진 천문도, 110×85cm,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 고려대 박물관
전시는 천(天:하늘) → 지(地:세계, 조선, 서울) → 인(人:궁궐도, 궁중행사도)으로 주제를 세분하고 있다.

먼저 도입부인 제1전시실은 하늘부분인데 세계적인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으며 동서양의 자동시계장치를 조화시켜 만든 조선특유 시계모델인 ‘혼천시계(국보 230호)’, 그리고 방위 기준표가 있는 해시계 등 무한한 우주 속 시간을 탐구하고자 했던 조선의 천문학자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천문관측 유물을 전시한다.

제2전시실에서는 하늘 아래 땅의 모습으로 세계, 조선, 서울과 관련된 유물을 전시한다. 먼저 ‘세계’를 주제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세계지도들이 전시된다. 다음은 ‘조선’인데 조선시대 사람들의 국토인식과 지도제작 기술 및 우리나라 지도제작 특징도 알 수 있는 다양한 조선전도를 볼 수 있다. 대표적 유물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동여도(東輿圖)’이다.

또 세 번째 “서울”은 서울의 성곽과 궁궐, 관아 등 서울 모습을 구체적이면서도 산수화 같이 예술적으로 그린 회화식 지도인 ‘도성대지도(都城大地圖)’와 김정호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선전도(首善全圖)’ 목판 및 인쇄본, 그리고 최초의 그린벨트 구역을 표시한 ‘사산금표도(四山禁標圖)’, 정선의 청풍계도(淸風溪圖) 등을 전시하여 역사 속의 서울을 느낄 수 있게 전시한다.

곤여전도 : 1860년에 제작된 세계전도 병풍, 고려대 박물관 소장
곤여전도 : 1860년에 제작된 세계전도 병풍, 고려대 박물관 소장 ⓒ 고려대 박물관
제3전시실은 “사람”을 이야기한다.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 중 서울을 상징하고 있는 임금이 살던 궁궐, 그 안에서 행하여진 행사도들이다. 특히 여러 궁궐도 중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16화첩으로 장대하게 나누어 그린 국보 249호인 ‘동궐도’를 볼 수 있다.

조선팔도지도 : 16세기에 제작한 전국지도, 106×68cm,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조선팔도지도 : 16세기에 제작한 전국지도, 106×68cm,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 고려대 박물관
그리고 현재 서울역사박물관의 위치에 있었던 경희궁의 모습을 담은 ‘서궐도안(西闕圖案)’과 왕세자가 학교에 입학하는 모습을 그린 ‘왕세자입학도첩(王世子入學圖帖)’, 조선시대 남대문 밖 연못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노인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그린 ‘남지기로회도(南池耆老會圖)’를 전시한다.

본 특별전의 전시유물은 서울역사박물관과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와 보물 다수가 전시되어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조선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뜻 깊은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전시기간 중 서울시민에게 특별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특별전과 연계 시민강좌를 2회 정도 실시할 예정이다.

관심을 끄는 전시품 몇 가지

이 특별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는 혼천시계(渾天時計)일 것이다. 이 혼천시계는 혼천의(渾天儀)의 일종인데 혼천의란 고대 중국에서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관측하던 장치이다. 동양의 전통적 우주구조론을 바탕으로 만든 혼천의는 지평선을 나타내는 둥근 고리와 지평선에 직각으로 교차하는 자오선을 나타내는 둥근 고리, 하늘의 적도와 위도 따위를 나타내는 눈금이 달린 원형의 고리를 한데 짜 맞추어져 있다.

근역강산맹호기상도 : 일본이 강제합병할 당시 그린 전국지도, 80.3×46, 고려대 박물관
근역강산맹호기상도 : 일본이 강제합병할 당시 그린 전국지도, 80.3×46, 고려대 박물관 ⓒ 고려대 박물관
특히 여기에 전시된 혼천시계는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것으로 국보 제 230호로 지정되었으며, 1669년(현종 10년)에 송이영이 전통 혼천시계와 서양의 자명종을 연결하여 만든 독자적인 혼천시계이다. 왼쪽에는 혼천의를 오른쪽에는 정교한 시계장치를 두고 있다.

동아시아의 독특한 수격식 시계장치(물시계)의 전통을 계승하고, 서양식 기계시계와 조화시켜 전혀 새로운 천문시계 모형을 만들어 냈다는 데서 우리나라 기술과학사상 특기할만한 귀중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세계 시계제작 기술사에서 독특하고 창조적인 천문시계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또 특별전의 전시유물 중 특별히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은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象圖)”이다. 이 것은 19세기말 20세기초에 그려진 것인데 우리나라의 형태를 동물의 왕 호랑이의 모습으로 표현한 그린 사람이 알려지지 않은 그림지도이다.

원래 조선시대 사람들은 나라땅을 동물보다는 서있는 사람의 모습과 닮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합병 할 당시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형상을 나약한 토끼에 비유하자 그에 대응하여 용맹한 호랑이로 표현한 작품으로 추정된다.

혼천시계 : 국보 제 230호인 천문시계, 1669년, 52.5×118.5×90cm, 고려대 박물관 소장
혼천시계 : 국보 제 230호인 천문시계, 1669년, 52.5×118.5×90cm, 고려대 박물관 소장 ⓒ 고려대 박물관
고려대 박물관의 김우림 학예과장에게 추천하는 것을 질문했더니 바로 “동궐도(東闕圖)‘라는 대답이 나온다. 이 동궐도는 국보 제 249호로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16책의 화첩에 나누어 담은 궁궐도이다. 펼친 크기가 무려 273×584cm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언제 또다시 펼쳐진 동궐도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동궐도를 살펴보면 담장, 취병(翠屛:꽃나무의 가지를 이리저리 틀어서 문이나 병풍 모양으로 만든 물건), 회계(花階:꽃밭), 연못, 우물, 괴석 등의 시설물과 계류(溪流:시냇물), 구릉, 나무 등의 자연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건물은 기둥과 칸수, 주춧돌과 기단 같은 구조에서부터 기와골, 용두(일명 망새:전각(殿閣), 문루(門樓) 따위 전통 건물의 용마루 양쪽 끝머리에 얹는 장식 기와), 잡상(雜像:궁전이나 전각의 지붕 위 네 귀에 여러 가지 신상(神像)을 새겨 얹는 장식 기와), 공포(?包/貢包: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하여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창호(窓戶:온갖 창과 문)의 생김새까지 정확하고 치밀하게 그려져 있어 이를 바탕으로 복원이 가능할 정도이다.

대동여지도(경기도) : 김정호가 1861년 그린 지도, 보물 제 850호, 29.9×20,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대동여지도(경기도) : 김정호가 1861년 그린 지도, 보물 제 850호, 29.9×20,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 고려대 박물관
이 그림은 1824-1830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데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제작연도, 동원된 화원, 지휘체계를 알 수 없지만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체 구조와 배치, 규모, 주변의 자연 환경을 소상하게 알려주며, 조선시대의 궁중회화의 예로서 더없이 귀중한 자료라 하겠다.

이제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02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계미년(癸未年)이 밝아온다. 지난해에는 민족자존심이 화두가 되었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일 터이다. 이 민족자존심을 지키는 일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일이다. 그 일을 우리는 민족문화와 관련된 전시회를 관람하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그 첫 번째로 나는 이 “서울, 하늘.땅.사람 특별전”을 추천해 본다.

특별전 포스터, 서울역사박물관 전경
특별전 포스터, 서울역사박물관 전경 ⓒ 김영조

덧붙이는 글 | 서울역사박물관 :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2가 2-1. ☎(02)724-0114
http://www.museum.seoul.kr/html/kor/kor.html

고려대학교 박물관 ☎(02)3290-1511
http://museum.korea.ac.kr/museum/kor/k_html/k.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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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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