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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과 언론개혁,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의 분수령이 될 2002 대선에서 개혁과 진보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이 민주당 국민 참여 경선에서 보여준 높은 정치의식을 바탕으로 서로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민족양심세력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지난 가을 ‘21세기 첫 대선 어디로 가나?’ 등의 시평을 담은 <희망의 나라>를 펴내 이렇게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바라는 민의를 담아낸 바 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승리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승리는 세계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민족사적 세계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수구냉전세력이 주도해온 냉전의식에 찌들은 20세기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평화통일세력이 주도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연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대결과 분열과 억압의 고통스런 20세기 냉전체제와 유물을 폐기하고 21세기 희망찬 미래로 웅비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위협이 고조되면서 세계가 주시한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각계각층의 유권자들이 서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수구 반통일세력과 미국의 온갖 공작을 깨뜨리고 온 겨레의 요구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살리는 정치 지형을 만들어냄으로써 세계 평화를 지키고 통일로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정치역량을 전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세계 도처에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미국 부시 정권의 기도에 맞선 ‘총성 없는 전쟁’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승리했음을 말해준다. 이번 대선 결과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생활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신심과 희망을 안겨줬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첫 내외기자회견을 열어 “갈등과 분열의 시대가 끝나고 7천만 온 겨레가 하나되는 대통합시대가 시작됐다”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원칙과 신뢰의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겠다”며 “이제 정치와 행정, 경제, 언론, 법조 등 사회 시스템을 높은 국민의식수준에 걸맞게 변화시키고 개혁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당선자의 이런 희망찬 표명은 이번 선거에서 결집된 민의를 대변한 것이다. 국민이 직접 참여해 노무현 국민경선 후보를 세우고 승리하기까지 대선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의 정치개혁과 선거혁명의 연속이었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냉전의식에 찌들은 구시대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21세기 희망의 정치를 펼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부시의 아침잠을 벌떡 깨운 경고음

<중앙일보> 12월 24일자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 소식은 부시의 아침잠을 벌떡 깨우는 경고음이었다”며 “부시 행정부는 체면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대북 정책을 수정할 것인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워싱턴 발간 닐슨 보고서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이것은 미국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얼마나 원치 않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실제 미국은 대선에 임박해서 북 서산호 나포 사건 등 ‘북풍’을 만들어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시도한 의혹을 받았지만 유권자들은 이에 넘어가지 않았다. 선거 전날 밤 11시에 보도된 ‘정몽준 지지철회 폭탄선언’도 미국의 정치공작이라는 의혹이 인터넷 언론에 널리 유포되기도 했다.

민주당 선거 관계자들은 ‘정몽준 핵폭탄’이 100만표 이상을 날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무현 후보의 승패를 가를 수도 있었던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투표일 아침 외신기자들이 대거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으로 몰려갔던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역경과 난관을 뚫고 노무현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원통한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의식이 미국의 의도를 꿰뚫어본 결과라고 분석된다. 노무현 후보는 “대결을 부르짖는 전쟁불사론자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호소했는데 유권자들이 이에 공감했다.

남북공동선언의 생활력과 선거혁명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무엇보다도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축적된 민족의 자주 평화 통일 역량이 원동력이 됐다. 민족대단결을 보장하고 있는 6.15 공동선언은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평화를 지키는 ‘민족의 생명줄’로서 거대한 의의를 지니고 있음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국민을 정치의 주인으로 참여시킨 노무현 후보 진영의 선거혁명이었다. 이전 선거와는 판이하게 기득권 세력의 조직력, 자금력, 학벌을 뒤집고 국민 참여 경선을 통해서 국민후보를 뽑고 국민들의 여론을 받들어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켰으며, 국민들의 눈물어린 ‘희망돼지’ 성금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러 금권선거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했다. 그러하기에 노무현 후보는 ‘나는 아무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 오직 국민에게만 빚을 졌다. 그러므로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렇듯 2002년 선거 과정 자체가 수구냉전언론의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를 거부하며 국민이 정치의 주인으로 일어서는 정치혁명과 언론개혁의 마당이었고, 기존의 사회 문화, 제도의 낡은 틀과 발상을 바꾸는 개혁의 연속이었다. 이를 체험하며 유권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했다.

<조선일보>를 당당하게 비판하며 언론개혁을 촉구해온 노무현 후보 당선은 언론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안보상업주의의 대명사로 비판받고 있는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언론의 ‘대세론’ ‘색깔론’ ‘음모론’ 등 구태를 무력화시키는 데 큰 몫을 한 <오마이뉴스> <민중의 소리> <통일뉴스> <대자보> 등 인터넷언론매체와 네티즌들의 활약은 정보민주주의 지평을 넓혔으며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의 동반자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언론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양심적인 언론인들도 절실한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으로 이번 대선에 기여했다. 특히 해외동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매체 <민족통신>, 그리고 <한겨레> 등의 지면을 통해 미국의 정책과 본질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주옥 같은 칼럼을 써온 재미언론인 김민웅 목사 등은 독자들의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런데 인터넷 공간에서 김민웅 목사는 국민통합21로 이적한 김민석 전 의원의 형이라는 이유로 인신 공격과 비방을 받고 있다. 김민웅 목사가 그동안 보여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애국 열정을 이해하고 한 중견 언론인의 입지를 좁히는 인신공격성 논란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광주’ 성원과 지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광주 유권자들이 영남 출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준 성원과 지지의 의미를 올바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광주 민중들이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1980년 5.18민중항쟁 정신이 뜨겁게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를 비롯한 애국민중이 80년 5월 민주화의 봄을 유린한, 전두환 신군부를 지원한 미국에 항거했듯이 광주는 이번 대선에서 5.18 정신을 되살려 한반도 핵 선제공격 의사를 드러낸 부시 정권이 낙점한 후보에 저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우리 민족의 양심을 대변해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을 구원한 최고 정치의식의 발로라고 말할 수 있다.

광주 유권자들은 지난봄 처음 시행된 민주당의 국민 참여 경선에서 기득권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는 마당을 펴줬다. 당시 ‘대세론’을 타고 있던 이인제 후보와 조직력이 우세한 한화갑 후보 대신 ‘개혁과 통합’을 주창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지역주의 장벽을 뛰어넘어 1위로 선택해 ‘노풍’을 일으킨 것이다. 이렇게 정치개혁과 6.15 통일 지형을 살리는 ‘희망의 씨앗’을 뿌린 광주 유권자들은 12월 대선에서 마침내 노무현 당선이라는 열매를 맺게 했다.

노무현 시대 개혁의 필수조건

신문과 방송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각계각층의 의견이 며칠 동안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노 당선자가 공약한 ‘개혁과 통합’ 정치를 실천하면 해결될 사항들이다.

우리 사회의 전 분야에 걸친 개혁의 기본원리와 방법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국민이 정치의 주인으로 참여해 선거기간에 확인된 방식에 기초해 그 연속선상에서 정치개혁과 언론개혁, 제도개혁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희망이 넘쳐날 것이다.

선거과정 자체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선거혁명이며 정치혁명이었기에 앞으로 이런 정신을 살려 모든 부문의 개혁을 추진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국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정치, 국민의 창조적 여론을 존중하는 정치, 6.15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는 정치야말로 노무현 시대 개혁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국민들이 21세기 남북공동선언 시대에 걸맞은 정치개혁과 언론개혁, 제도개혁을 가능케 하는 현실적 조건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있다.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이 아니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해온 낡은 정치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승리”라며 지역분열 구도와 낡은 정치의 틀을 깨기 위한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받들어 민주당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개혁과 환골탈태를 소망하고 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행복한 사회

사회 전반의 낡은 틀을 없애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개혁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가기 위해 필요하다. 국민들은 양심의 고통을 받지 않고 어떠한 억압도 받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소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냉전 유물인 국가보안법은 곧바로 폐기돼야 한다. 국민들은 민주적인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빠른 개혁 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과 언론개혁, 제도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세력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모두가 걱정하고 있듯이 2003년에는 북-미 핵갈등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될 수 있으나 1994년과는 달리 ‘촛불시위’로 타오르고 있는 반미반전반핵운동과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민족의 생존권과 한반도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햇볕정책’이란 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새 정부가 이 말을 ‘6.15 공동선언 실천 정책’이라고 바꿔 쓴다면 평화 통일의 기운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전면 물갈이로 국회를 새 정치개혁의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의 개혁 바람이 우리 사회 전반에 차 넘친다면 다음 총선에서는 개혁에 역행하는 의원들이 모두 퇴출되고 국회의원의 전면적인 물갈이가 이뤄져 국회가 개혁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공약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지역분할 구도를 타파할 중대선거구제가 마련되면 이번 대선에서 선전한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상당수 의원이 원내에 진입하는 등 약진하며, 진보정치 마당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치개혁이 궤도에 오르면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민족통일기구를 구성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7천만 겨레의 소원인 평화 통일의 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첫 대선에서 우리 민족이 쟁취한 위대한 승리는 이런 희망찬 미래를 개척하는 원동력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필자는 한겨레언론연구소 대표이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다룬 시평집 희망의 나라(시와사회, 2002)를 펴냈다. <한겨레> 여론매체부 차장을 지냈으며, 제1회 민족언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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