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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을 통해 새 세상을 알게 됐다." 조합원들은 무엇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구청측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쟁취했다는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합을 통해 새 세상을 알게 됐다." 조합원들은 무엇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구청측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쟁취했다는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이국언
광주시 5개 구청 사측교섭위원과 상용직노조 교섭위원들은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서구청 대회의실에서 임금협상 8차교섭을 갖고, 각 구청이 2002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 기준으로 조합원 1인당 250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는데 합의했다.

노사양측은 9시간여의 마라톤 협상 끝에 이같이 합의하고 지급항목에 대해서는 금주 중 별도의 협의를 거쳐 내년 1월 7일 최종 결정키로 했다.

각 구청에 소속되어 하수준설원이나 도로관리원 녹지관리원 공원관리원 등으로 일해 온 이들은, 가로미화원이나 서울지역 상용직에 비해 광주지역 상용직의 임금수준이 열악하다는 점을 들어 5개 구청측에 교섭을 요구해 왔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자치단체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대전이나 서울지역 상용직에 비해 적게는 연 7백만원에서 크게 1천여만원의 임금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재난이나 긴급구호 관계로 휴일이나 야간에 근무하는 경우에도 시간 외 수당 등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상용직 노동자들의 다수는 지난 2000년 공무원 정원을 줄이라는 행자부의 일방적 지침에 의해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들로, 광주는 남구, 서구, 북구, 동구 등 4개 구청 소속 91명의 고용직 공무원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하위직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5월 조합을 결성한 광주 상용직노조는 지난 10월 첫 임금협상을 시작하여 지난 2일까지 7차례에 걸친 협상에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지난 11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신청을 제출하기도 했다.

타 자치단체 상용직과의 형평성 문제로 광주 5개 구청은 결국 상용직 노조와의 교섭에 응하게 됐다.
타 자치단체 상용직과의 형평성 문제로 광주 5개 구청은 결국 상용직 노조와의 교섭에 응하게 됐다. ⓒ 이국언
이날 노사 양측은 인상액을 두고 연 180만원선을 주장하는 구청측과 350만원을 요구하는 노측의 입장이 팽팽이 맞서 한때 결렬 상황을 맞기도 했다. 노조는 협상에 진전이 없자 저녁 8시경 긴급 조합원 총회를 갖고 101명이 참여한 가운데 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날 협상을 지켜본 조합원들은 구청측과의 첫 타결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00년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한 홍모(51.북구청)씨는 "둘째가 서울서 다니던 대학을 포기할 때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지금까지 조합을 몰랐던 것이 후회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구청에 근무하는 최모(43)씨는 "지금까지 캄캄한 세상에 살아왔다"면서 "무엇보다 조합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것이 제일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위에 눌려 시킨대로 일만해 오다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즉석에서 보고대회를 갖은 변종길(27·남구청) 노조위원장은 "오늘의 승리는 조합원 여러분이 이뤄낸 것"이라며 "앞으로 고용안정과 조직 강화 보장받는 것은 더 중요한 투쟁"이라고 결의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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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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