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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는 250여명의 방청객이 참석해 '호남몰표와 과제'에 대한 관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250여명의 방청객이 참석해 '호남몰표와 과제'에 대한 관심을 모았다. ⓒ 오아이뉴스 강성관

"민주당 해체냐, 유지냐"

이날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유시민 대표는 "지금의 낡고 부패한 민주당이라는 뗏목으로는 더 이상 민주주의를 향해 항해할 수 없다"며 민주당 해체를 강조했다.

유 대표는 "차기총선에서 호남 지역민은 30년 민주당 일당지배를 무너뜨리는 게 과제"라며 "호남 민심은 차기 총선에서 더 이상 개혁세력으로 대변되지 않는 호남의 중진 기득권 의원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 대표는 호남 중진의원들을 향해 "이들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고 노무현을 흔들었던 기회주의 정치인"이라고 규정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유 대표의 말처럼 민주주의 원칙과 틀을 깬 정치와 정치인은 청산돼야 하지만, 민주당의 똇목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고치면 여전히 목적지를 향해 항해할 수 있는 배"라며 민주당을 중심으로한 전면 개편과 혁신을 강조해 유 대표와는 시각차를 보였다.

홍세화 위원은 "서서히 지역주의는 해소되고 있으며, 호남에서도 이제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선거에서는 지역주의 해소의 공간에 유권자들의 사회정치적 정체성(노동자,농민)이 투영돼야 한다"며 계층, 계급 의식이 반영된 투표행위를 주문했다.

"호남 몰표, 선택의 여지 없었다"

호남 95% 노무현 몰표 결과에 대해 정근식 교수는 "또다른 지역주의의 분출과 새로운 변화의 열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호남몰표는 민주화 역사를 거스를 수 없다는 선택적 여지가 없는 호남인의 결단"으로 분석했다.

추미애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호남 몰표는 지역주의를 깨기위한 호남인들의 선택"이라며 "이런 현상을 두고, 결과에 굳이 연연해 따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홍세화 위원은 "영남의 지역주의는 팽창적이고 공격적 지역주의를 띤다면, 호남은 수세적이고 저항적 지역주의를 갖고 있다"며 "저항적 지역주의 단결성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유시민 대표는 "호남의 몰표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은데, 전 거꾸로 이회창 후보가 3%밖에 못 얻은게 문제"라며 "아마 호남 사람 입장에선 이회창을 찍을만한 여지가 거의 없었고, 한나라당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이같은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선거제도 변화의 한목소리

추 의원은 방청객들로 부터 사인 세례를 받기도 했다.
추 의원은 방청객들로 부터 사인 세례를 받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토론자들은 지역주의 투표 성향을 깨기위해선 대선의 결선투표제 도입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또 차기 총선 등에서 중대선거구제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의 선거제도의 변화에 의견을 같이했다.

대선 이후 정치개혁의 방향에 대해서 홍세화 위원은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보수정당은 공익추구 집단이 아닌 사익추구 집단이었다"면서 "이제는 보수든 진보든 서로 '공익'을 추구하면서 서로를 용인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21세기는 낡은 정치가 무너지는 시점인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첨언했다.

또 홍 위원은 "낡은 정치의 청산은 낡은 정치인의 청산"이라며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유효기간이 지났으면 재고정리를 해야 한다"며 "노 후보를 흔든 민주당의 낡은 정치인 청산"을 강조했다.

유시민 대표는 "나도 87년부터 2년반 동안 민주당원을 한 경험이 있다"며 "그 이후 민주당은 15년동안 당명을 바꿔가며, 4~5차례 재고정리를 했지만, 새물건이 들어와도 비민주적 관행과 부패한 정당의 환경 때문에 점포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한계를 꼬집었다.

추미애 의원은 "호남 의원들 상당수가 노 후보를 흔드는 데 앞장섰는데, 아마 이들은 이 지역의 지지를 개인적 지지로 오해한 것 같다"며 "개인적 이익에 집착해 민주주의의 원칙과 틀을 깬 의원들은 심판받아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근식 전남대 교수는 "1971년부터 호남은 DJ가 관념적 정권이었으며, 97년부터 현실적 정권으로 30년을 누렸다"며 "DJ는 퇴임이후에도 잘못된 정치 관행을 바꾸는데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권위와 반기회주의 정치의 시작"

또 정 교수는 "2003년 노무현 시대의 개막은 반 권위주의와 반 기회주의의 정치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차기 총선에서 지역민은 노무현처럼 선이 굵은 정치인이 출연하고, 지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당을 떠나 선택할 것"이라며 지역을 대변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강조했다.

한편 앞으로 투표 행위와 관련, 유시민 대표와 홍세화 위원간에 짤막한 논쟁이 붙었다.

홍세화 위원은 "앞으로 유권자들은 사회정치적 정체성을 갖는 투표행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계급적 처지를 인식하는 가운데, 자신의 처지를 대변하는 정당(진보정당)에 대한 투표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빗댄 것이다.

이에 대해 유시민 대표는 "계급적 투표는 투표 행위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며 "민노당은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대안을 먼저 말해야 하며, 진보나 보수 정도의 각도로 투표행위의 요소를 한정짓는 것은 복잡한 투표행위를 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반박했다.

권영길과 노무현을 사이에 두고 한국사회에서 이를 대변하는 인적 코드인 대중적 이론가 유시민과 홍세화간에 토론 말미에 잠시나마 흥미있는 논쟁이 붙은 것이다. 그러나 녹화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날 둘간의 논쟁은 아쉽게 막을 내렸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의 쟁점과 주요 발언이다.

1. 16대 대선과 호남몰표의 의미와 평가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대표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대표 ⓒ 오마이뉴스 강성관
유시민 :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주류의 교체가 시작됐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층은 과거 주류를 이뤘으며 선거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세와 구태의연한 조직선거 행태를 보였다. 이런 선거(행태)가 이번에 뒤집어 진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낡은 주류가 더 이상 한국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추미애 : 이번 선거는 세계정치사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참여민주주의와 깨긋한 정치가 가능해졌다. 소액다수의 정치, 희망돼지 분양, 인터넷을 통한 참여정치는 즐기는 정치, 축제의 정치 등 새로운 정치의 장을 마련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줘 정치의 희망을 볼 수 있는 선거였다.

홍세화 : 네거티브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투표행태를 보면 아직도 네거티브 전략이 작용한 점도 있다. 지지투표와 거부투표 중 거부투표가 많았던 점이 그 증거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이 인터넷을 통해 시민광장으로 활용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87년 6월 항쟁이 정치적 변화의 요구였다면 사회·문화적 변화는 수용할 수 없었다. 이번 선거는 정치제도와 사회적 욕구까지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정근식 : 95%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은 1980년 이후 전개된 한국 민주화운동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나라당이)민주화의 방향을 되돌릴 가능성에 우려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으로, 호남민들은 1990년 3당 합당을 호남 고립화와 보수정치의 연합으로 인식하고 있다. 역사적 맥락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국민후보 노무현에 대한 '열풍'을 광주에서 시작된 것인데 심리적으로 국민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자기확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5%의 지지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냐, 노 후보에 대한 지지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호남지역에서 아직까지 민주당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는 없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도 있다. 민노당에 대한 애정도 살아 있다. 95%의 득표율 속에는 그 같은 의미들이 복합적으로 함축돼 있다.

유시민 : 노무현 후보가 95%지지를 받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후보가 3%밖에 받지 못한 것이 문제다. 이 후보가 호남지역에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느냐. 지난 5년 동안 이 후보가 호남에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 김대중 정부에 대한 온갖 반대만 해왔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극우 세력이다. 서구 같으면 전국적으로 2∼3%밖에 안나온다. 영남에서 60%이상 나온 것이 잘못됐다.

홍세화 <아웃사이더> 편집위원
홍세화 <아웃사이더> 편집위원 ⓒ 오마이뉴스 강성관
민주당도 심판받아야 한다. 노동당에 표를 주고 싶어도 무서운 대통령 때문에 찍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정몽준과 이인제였다면 이 정도의 지지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홍세화 : 지역감정이 여전히 작용했다. 물론 영남의 지역주의와 호남의 지역주의는 다르다. 영남의 지역주의가 팽창적이고 공격적이라면 호남의 경우는 수세적이고 저항적이다. 저항적 지역감정의 응집력이 훨씬 강한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은 15%의 지지를 받았다. 이런 것을 보면 노 후보에 대한 긍정적 측면보다는 이 후보에 대한 부정적 측면이 강했던 것 같다.

추미애 : 한나라당 이 후보가 지역주의를 깨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호남지역 인사를 전국구에 발탁하지도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7명을 발탁했다. 호남고립을 노렸던 하나라당의 정책에 다른 지역에서 말려들지 않았다. 호남은 노 후보를 지지한 것은 '지역주의를 해결할 사람으로, 호남에서 자유로운 사람, 이 지역에서 지지를 많이 하면 영남에서도 많은 지지가 있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국민경선에서 그것을 보여줬다. 지역주의를 깰 것이란 바램이다. 결과적으로 지역주의 깨기 위한 선택이다.

방청객 이병훈 : 호남지역 몰표는 단지 노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수구세력인 이 후보가 당선돼서는 안된다는 정서의 표출이었다. 정치인들이 선거결과를 악용하고 있는 것 같다. 잘못된 투표행위의 시작은 정치인들이 만들어냈다.

2. 지역주의적 투표 극복 과제

유시민 : 사회가 때로는 비합리적이다. 95% 몰표현상도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구조적인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 투표결과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몰표 현상이 드러나지 않고도 의견표출이 나타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도 결선투표제 도입,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정당 비례제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의 제도로는 지금의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홍세화 : 결선투표제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적 지향성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공익을 추구하면서 진보적인 세력과 보수적인 세력이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보수정당 끼리만 존재해 왔기 때문에 차별이 없었다. 그래서 차별을 위해 지역성으로 차별을 강조했다. 정책을 통한 차별성을 추구하는 진보정당의 출현이 필요하다.
정책을 위한 장이 마련돼야 정당도 바뀌고 한국정치도 바뀔 수 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
추미애 민주당 의원 ⓒ 오마이뉴스 강성관
추미애 :지역주의 투표행태 이전에 양대이 공익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가지 못했다. 공익추구 경쟁에 당당하지 못하니까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이다. 정책 생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안찍어 주면 된다. 다음 총선에서 풀어야 한다. 그러나 또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정근식 :이제껏 지역주의·지역감정을 경제적 불균형 문제로 파악해 왔다. 경제적 불균형발전 못지않게 정치의식 차원의 불균등 발전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선거는 계급 지역 세대간의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시민사회의 성숙을 통해 전체적인 정치의식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3. 호남과 민주당, 정치적 과제는?
추미애: 민주당 내에서 호남에 기반을 둔 중진들이 노 후보를 흔드는데 앞장서 왔다. 규칙과 민주주의 원칙을 깬 것을 반성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호남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정치가 모들 것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 지역 중진의원들은 자신의 지지로 생각하면서 정몽준을 중심으로 자신의 개인적 진로를 모색한 것이다. 뭔가 느끼라는 의미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지역주의의 기반을 가지고 있는 다선 의원들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작은 정치에서도 국민들이 참여해 줄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면 지방의 인재들이 지방에 남아서 지역발전을 가능케하는 단초가 되리라 본다. 민주당도 가닥을 치면 힘이 생길 것이다. 모든 곳에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변화가 가능한 지역이 광주다. 지역정치를 변화하게 만드는 젊은층의 참여가 필요하다. 소수정당으로 전락하더라도 개혁이 필요하다.

홍세화 :낡은 정치인들은 유효기간이 지났으니 재고정리를 해야 한다. 얼핏보면 민주당이 변화를 더 잘 할 것 같은데 저항이 강해 오히려 한나라당의 저항이 덜할 것 같다. 노무현 후보를 흔들었던 '재고세력'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이 사람들에 대한 정리가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상향식공천, 당원에 의해정당이 운영되는 구조로 옮겨야 한다.

호남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역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것부터 탈피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계급성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투표가 필요하다. 이럴 때 일당독재가 극복될 수 있다.

유시민 :'재고정리'로만 안된다. 한때는 민주당 지난 15년간 4번의 창당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고정리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이 많이 수혈됐어도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변질되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퇴출 당했다. 지구당 위원장이 당원을 선발하는 폐쇄회로식 정당운영,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로는 개혁할 수 없다.

정근식 전남대 교수
정근식 전남대 교수 ⓒ 오마이뉴스 강성관
지금까지 막대기만 꽂으면 됐다. 노 당선자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이다. '다수당을 창당해 보라, 잘못하면 야당에게도 총리지명권을 주겠다'고 말한다. 노 당선자가 호남을 자신의 볼모로 가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리가 풀어지만 유권자들의 몫이다. 투표로 이 고리를 끊을 것으로 본다. 30년 민주당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이 과제다.
민주당은 정치변화의 시기에 선택한 뗏목이다. 이제 역할을 다 했다. 민주당 의원 꼭 필요한 사람 말고는 떨어뜨려 달라.

정근식 : 2003년 '포스트 DJ시대'가 도래했다. 김대중 정권은 호남에서는 30년 동안 존립해 왔다. 하루 아침에 그림자가 지워지기는 어렵다. 반권위주의와 반기회주의를 어떻게 호남 정치에 적용할 수 있을까에 주목해야 한다. 김대중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호남은 과거 20년간 한국 민주주의를 주도해 왔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작은정치(국회의원과 지방선거)에서 충분히 찾지를 못했다. 호남정치는 볼모로 잡혀왔고 이제 그런 마음이 없다. 충분한 지방자치와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정치사회의 구조 개선을 위해 시민사회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런 구조를 호남에서 만들어야 한다.
호남의 경우 새로운 시대의 정당과 민주당의 대결양상으로 갈 것이다. 적극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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