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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이 '대북 지원사업'으로 내 놓은 교육용 기자재 지원사업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교육청의 이같은 사업이 강제적이고,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대북 지원사업'으로 내 놓은 교육용 기자재 지원사업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교육청의 이같은 사업이 강제적이고,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서울시 교육청과 유인종 교육감이 내년 1월 20일경 북한 평양의 학교에 교육용 기자재로 'TV, VTR 세트'(40만원 상당)를 지원하기로 하고 각 학교마다 의무적으로 1대 이상씩 기증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려보내 '강제성 모금'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계획은 지난 12월초 유인종 교육감이 평양을 방문한 직후 만들어져 '졸속 추진' 비판과 함께 유 교육감의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용 기자재 기증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 학교별로 이미 모금한 '불우이웃돕기 성금' 일부를 전용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0만원 상당 VTR 평양 학교에 지원", 한달 사이 계획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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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 ⓒ 권박효원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21일 서부교육청 강당에서 초·중·고 각 학교 자율장학회 지구별 간사학교장과 지역교육청 학무국장 등 모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교육용 기자재 평양학교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이 자리에서 "서울과 평양간 이해, 협력 증진을 위해 각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모금한 불우이웃돕기 성금 일부로 기금을 조성, VTR세트를 평양지역 1000여개 학교에 기증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또 오는 12월 31일까지 각 학교에서 지역교육청에 기금을 입금하고, 내년 1월 3일 기금을 취합해 1월 20일경 유인종 교육감이 평양을 재방문 할 때 기증한다는 세부 계획안까지 확정해 통보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이 알려지면서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졸속적인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우선 '교육용 기자재 지원 계획'이 아무런 의견 수렴 없이 한달 사이에 일방적인 교육청 지시로 추진된다는 사실을 들어 "유 교육감 개인의 생색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시지부 김흥기 초등위원장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해 교육용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고, 교장단 회의를 통해 '부탁'된 일이라 일선 교사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초등위원장은 또 "아직은 전교조가 공식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파악되는 대로 공식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학교에서 일선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도 "교육감이 평양을 다녀오자마자 이 같은 계획을 세워 각급 학교로 하달하는 것은 군사정권 때도 없던 일"이라며 "졸속적인 사업이자 교육감의 생색내기 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전용, "소년소녀가장 동심 멍든다" 비난 거세

이씨는 또 "대북 지원사업의 취지는 좋은 일이지만 이처럼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청이 정말로 대북 지원을 하고 싶다면 교총 등 단체들과 연계해서 얼마든지 떳떳하고 더 성과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발적으로 모금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전용하는 것도 문제가 크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각 학교에서는 일년에 한 번 성금을 모아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있는데, 이번 계획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 지원이 일시 중단됐다"며 "학교장 명의로 된 문서로 이미 '성금 지원'을 통보 받은 소년소녀 가장들이 이번 일로 지원을 못 받고 있는 일이 벌어져 아이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은 이와 같이 일선 학교의 반발이 커지자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교육청 내부가 발칵 뒤집어졌다"며 "현재 내부에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업의 추진을 맡고 있는 해당 장학사와 몇 차례나 통화를 시도했지만 교육청 관계자는 "'긴급 회의'로 인해 오늘, 내일은 통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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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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