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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른 들의 몫이다" 여중생 문제에 학부모들이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것은 어른 들의 몫이다" 여중생 문제에 학부모들이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 이국언
지난 18일 광주 월곡중학교 음악감상실. 이날 기말시험 감독을 마친 학부모 4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학교에서는 기말시험 감독을 교육의 한 주체인 학부모들에게 직접 요청한 것이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기타' 안건으로 여중생 사망 사건을 논의했다.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 사실을 알리고 'SOFA를 개정하라'는 거리홍보에 나설 것을 결정한 것.

"이것은 그동안 힘없는 나라에 살게끔 한 우리 어른들의 문제입니다. 어른들의 몫입니다. 효순이 미선이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SOFA를 개정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앞장서서 우리 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줘야 합니다." 김봉식(37) 학교운영위원장이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거리홍보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월곡중학교 정문에는 전교조 분회, 교직원, 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회에서 내건 3개의 플래카드가 내 걸려 있다.

'우리의 딸 효순이 미선이 살려내고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하라'는 프래카드가 학교 담장에 내 걸린 건 지난 5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총회를 갖고 플래카드를 내 걸기로 결의를 모은 것이다.

다음날 아침 교직원회의. 출근길에 전교조라는 명의를 본 한 교사가 "이것은 전교조만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들고 나서 플래카드가 하나 더 내걸렸다. 그후 학교운영위원회의가 열렸던 지난 9일, 정식 안건이 논의되고 공지사항이 전달될 무렵 여중생 사건에 관한 운영위원들의 말이 쏟아졌다.

시험 감독을 마친 학부모들이 다시 여중생 문제에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거리에 나설것을 결정했다.
시험 감독을 마친 학부모들이 다시 여중생 문제에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거리에 나설것을 결정했다. ⓒ 이국언
학부모위원 1 : "정문에 내건 플래카드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운영위원 이름으로 하나 더 걸었으면 한다."
학부모위원 2 : "나도 교문을 들어올 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지역위원 1 : "지금 국민정서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나도 TV를 볼 때마다 울화가 치밀었다."
지역위원 2 : "우리 이름으로 건다면 틀림없이 학부모회에서도 학부모회 이름으로 걸어달라고 할 것이다 학부모회 의견을 물어보자"
지역위원 3 : "그러면 플래카드가 남발되는 것 아닌가"
교육위원 1 : "플래카드 한 개에 월곡중학교 학부모회·운영위원회라고 써서 걸면 좋을 것 같다"


학부모회에서도 흔쾌히 동의가 이뤄졌고 결국 플래카드가 하나 더 걸리게 된 것.

이날 개인 사정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거리홍보에 나서겠다"고 자원한 학부모는 20여명. 이들은 정문에서 "불평등한 소파 즉각 개정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 여 동안 학교 앞 네거리 등지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부시 직접사과'와 'SOFA 개정'등을 요구하는 선전물을 배포했다.

지난 14일 전남도청 앞 촛불시위에는 15명의 교직원이 참여해 거리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거리로 나선 월곡중 학부모들

어쩌면 처음 거리에 나서 봤을 학부모를 만나 봤다.
"학교 오기를 잘했다. 우리 국민의 자부심을 느끼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무실 일 때문에 바쁜데 좋은 것 같다. 우리 민족의 문제를 우리 힘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3·1운동과 같이 제2의 독립운동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절절절 떨려온다. 말만 듣고 있어도 눈물이 나오려 한다. 자식있는 사람 입장이 그런 것 아니겠냐."
"우리가 더 크고 강한 나라였다면 어디 감히 이러겠느냐."
"남편이 미군부대에서 군 생활을 해 소파문제를 들어왔는데 이렇게 된 줄은 몰랐다."
"끝까지 다 돌리고 갈 겁니다" 거리가 한산하다고 생각한 한 학부모는 어느새 일일이 상점 가게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 이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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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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