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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 별이 뜨다>
<하노이에 별이 뜨다> ⓒ 해냄
소설가 방현석이 들려주는 아래 이야기는 너나 없이 한국민 모두의 낯을 뜨겁게 한다.

"대한민국의 심장이라 할 광화문 복판에 미국대사관이 있고, 대사관 담벼락 아래로 비자를 받기 위해 온종일 길게 줄을 늘어선 한국인들이 있었다. 몇 해 전 실내대기소가 생기기 전까지 한국인들은 뙤약볕과 눈보라 아래 거지처럼 서서 비자 받기를 기다려야 했다.

전쟁이 끝나고 20년만에 베트남에 미국영사관이 생겼다. 미국은 그들이 해오던 버릇대로 영사관 담벼락 아래 베트남 사람들을 줄 세웠다. 하지만, 그 줄은 단 일주일만에 사라졌다. 베트남 정부는 영사업무 중지를 요구하며 '너희들이 뭔데 우리 국민을 길거리에 줄 세우느냐'고 말했다."

방현석이 수 차례의 베트남 여행을 통해 본 것은 기나긴 식민지 체험에도 꺾이지 않은 의연함과 민족해방을 스스로의 힘으로 일구어냈다는 높은 자긍심이었다. <하노이에 별이 뜨다>(해냄)에는 방현석에게 이 사실을 깨닫게 해준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담스레 담겨있다.

노동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 <내딛는 첫발은> <새벽출정>의 작가 방현석의 기행문이기 때문일까? 책은 베트남의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아픔과 승리의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방현석은 베트남 혁명의 존경받는 지도자 호치민에서부터 미군의 폭격에 가족 모두를 잃고도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응웬티니 할머니, 베트남전의 종군기자이자 작가인 탄타오의 이야기를 헛된 감상에 휘둘리지 않고 들려줌으로써 이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아픔과 승리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한다.

책은 월간 <말>에 연재한 북부여행과 중부여행에 새롭게 덧붙여 쓴 남부여행을 합치고, 여기에 베트남을 여행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베트남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을 더해서 만들었다.

'북부여행'에는 베트남전쟁과 호치민에 대한 내용을 묶었고, '중부여행'에는 베트남전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혼자서 떠난 여행의 기록을 묶은 '남부여행'은 현재 베트남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넘실거리는 옥빛바다의 풍광을 담았다.

소설가 최인석과 김남일, 시인 이행자와 문학평론가 고영직 등이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회장이기도 한 방현석은 '처음 발을 디뎠던 순간의 설레임과 매혹을 잊지 못한다'는, '대지보다 더 아름다운 인간에 관한 추억을 안겨준 땅'이라는 찬사를 베트남에 던지고 있다.

소설가 방현석.
소설가 방현석. ⓒ 자료사진
책의 서문을 통해 베트남에 대한 짝사랑을 고백한 방현석은 '내가 겪고 느낀 기억의 작은 파편들이 베트남의 매혹을 발견하는 단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독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하노이에 별이 뜨다> 18페이지를 본다. 호치민시(市) 전쟁범죄박물관에 보존된 고엽제로 인해 사산된 아이들을 찍은 사진. 그 일그러진 태아의 모습에 미군장갑차에 깔려 만신창이가 된 여중생 미선이와 효순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무슨 까닭일까? 우리는 언제쯤 베트남처럼 '람보의 나라' 미국에 당당해질 수 있을까?

하노이에 별이 뜨다 - 소설가 방현석과 함께 떠나는 베트남 여행

방현석 지음, 해냄(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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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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