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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김오주
지난 9일(월), 조계종의 단식 기도회가 시작되는 광화문 열린 문화마당에는 단식에 참가하는 불교계 인사는 아니지만 낯익은 얼굴들이 많았다. 대부분 사연 하나씩을 가지고 있어,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광화문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얼마전 국방부에서 아들 고(故) 허원근 일병의 죽음이 의문사가 아닌 자살이라고 판명해 요즘 국방부 앞에서 1인시위 중인 허영춘씨(63)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전방에 철책이 놓여있기에 원근이도, 미선이와 효순이도 죽었던 것입니다.”

허영춘씨가 국방부 앞 1인 시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광화문에 들른 이유였다. 미군 장갑차 살인사건 재판의 결과를 바라보는 일이 그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것이다.

“남북 분단의 주역은 미국이 아닙니까. 우리 아들 원근이도 전방에서 죽었습니다.”

이런 아들의 죽음에 대해 얼마 전 국방부가 ‘의문사가 아닌 자살이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현장검증을 조작했다’고 말해 요즘 허영춘 씨의 마음고생 또한 더욱 커졌다.

“국방부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겁니다. 이제 군의문사를 더 이상 거짓말로 포장할 수 없습니다.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힘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이 재개되면서 허영춘씨 아들 故 허원근 일병의 의문사 판정 문제도 아직 끝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고 허원근 일병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증언할 증인을 찾는데 보상금까지 내건 해프닝도 벌어져, 여론도 국방부의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내년 봄이 되면 아들 문제를 가지고 다시 국방부와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국방부에게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추운 날씨에, 누가 불러서 온 것도 아닌데 허영춘씨는 조계종 스님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의 기억 속에서 자꾸만 아들 故 허원근 일병의 모습과 여중생이었던 미선·효순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www.e-uni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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